한국의 유네스코 문화유산(7)- '고인돌 유적'…강화·고창·화순지구


고인돌의 특징
유네스코에서 2000년 12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인천 강화· 전북 고창· 전남 화순지구의 고인돌은 살아있는 거석문화(巨石文化)의 유적으로 매우 소중한 것이다. 이들 지역의 고인돌 유적은 기원전 2000∼3000년경 장례의식 유적으로 선사시대의 사회상을 생생히 보여주는 뛰어난 유적으로 꼽고 있다.

고인돌은 ‘돌이 고여 있다’ 또는 ‘고여 놓은 돌’ 이라는 합성어로, 선사시대 돌무덤의 일종이다. 우리나라의 고인돌은 신석기시대 후기에서 청동기시대로 넘어오는 단계에서 유행한 대표적인 형태인데, 지석으로 큰 돌인 뚜껑돌을 받쳤다고 하여 고인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리나라 고인돌은 전국에 걸쳐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 그중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강화· 고창· 화순지역의 고인돌 유적은 밀집 분포도와 형식이 매우 다양하다. 특히 선사시대 사람들의 문화상, 사회구조, 정치체계, 정신세계 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는 동시에 보존가치가 높은 유적이다.

우리나라의 고인돌은 밀집 분포도, 형식의 다양성 등에서 유럽· 중국· 일본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여러 고인돌과는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특색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고인돌의 형성과 발전과정을 규명하는 중요한 유적으로 꼽는다.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고인돌이 ‘책상 모양의 돌’과 같다 하여 돌멘(dolmen)이라 하며, 중국에서는 스펑이라고 일컫는다. 우리나라에 분포되어 있는 고인돌은 세계 여러 나라에 다양하게 분포된 고인돌과는 다른 특성을 지녀, 선사시대 거석문화를 연구하는데 탁월한 유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선사시대, 특히 농업과 목축업을 생활화한 청동기시대에는 생활도구의 주원료로 주석이나 아연을 섞어 만든 청동기를 도구로 사용한 시기였다. 따라서 도구를 생산하면서 권력자가 생겼다. 고인돌은 바로 권력자의 힘과 지위를 드러내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고인돌은 고대의 거석 구조물로서, 아시아와 유럽, 북아프리카에 많은데, 그 숫자로 볼 때 한국에 가장 많다. 한국의 고인돌은 지역에 따라 매우 특이하다.
▶ 강화지역 고인돌
한국 최대의 북방식 고인돌인 인천시 강화지역 고인돌 유적은 고려산 기슭을 따라 부근리, 삼거리, 오상리로 이어지는 지역에 120여 기의 고인돌이 분포되어 있다.
이 지역의 고인돌은 강화 지석묘(사적 제137호)를 비롯하여 내가 지석묘(인천기념물 제16호), 강화 대산리 고인돌(인천기념물 제31호), 강화 부근리 점골 지석묘(인천기념물 제32호)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길이 7.1m, 높이 2.6m의 거대한 북방식 고인돌이 즐비하다. 고창이나 화순지역 고인돌과는 달리 해발 100m~200m의 높은 고도에 고인돌이 분포된 점도 특이하다.
강화지역 고인돌은 남한지방에서 발견된 탁자식 고인돌 가운데 가장 크고 대표적인 것이며, 탁자식 고인돌의 중심 분포지라는 것이 특징이다.

▶ 고창지역 고인돌
전북 고창지역 고인돌 지석묘군(사적 제391호)은 형태가 다양한 선사시대 고인돌들을 접할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다. 동서로 약 2.5km 범위에 447기의 고인돌이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이 밖에도 고창군 85개 지역에 2000여 기 이상의 고인돌이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 세계 최대의 고인돌 조밀지로 꼽힌다.
고창지역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조밀한 고인돌 분포 지역으로 한국에서는 대표적인 거석문화의 보고라고 일컫는다.
탁자식, 기반식, 개석식 등 다양한 형태의 고인돌을 한 곳에서 볼 수 있으며, 도산리 고인돌은 북한이나 중국 요령지역에서 볼 수 있는 처마가 넓고 덮개돌이 얇은 전형적인 탁자식 고인돌이다. 고창 고인돌의 대부분은 받침돌이 고인 기반식 고인돌이다.

▶ 화순지역 고인돌
전남 화순지역 고인돌은 사적 제410호로 지정되어 있다. 화순 효산리 및 대신리 지석묘군 계곡에는 500여 기의 남방식 고인돌이 10km 정도에 걸쳐 분포되어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고인돌의 축조과정을 보여주는 채석장이 있고, 보존상태가 매우 훌륭하다는 점이다. 채석장은 질이 화산암 계통의 응회암으로 수평의 절리가 잘 발달되어 있어 덮개돌을 쉽게 채석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
그 아래에는 여러 형태의 고인돌들을 볼 수 있어 고인돌의 축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들을 살펴볼 수 있다. 거대한 기반식과 성역화된 고인돌이 다수 분포되어 있는 점도 특이하다. 당시의 석재를 다루던 기술과 축조 및 운반방법 등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이다.


선사시대의 돌무덤
고인돌은 선사시대 돌무덤의 일종이자 거석기념물의 하나로서, 이집트의 피라미드(Pyramid), 아프리카 대륙의 오벨리스크(Obelisk), 영국의 스톤헨지(Stonehenge), 프랑스 카르나크(Carnac) 열석(列石) 등이 모두 훌륭한 거석문화의 유적이다.

한국의 고인돌은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유물인데 지역에 따라 시기와 형태가 다양하고, 세계 여러 나라에 분포되어 있는 고인돌과의 일반적 형태와도 다른 독특한 특색을 지녀 세계적으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고인돌은 밀집도와 형태, 규모면에서 매우 다양하고 독자적으로 고인돌 문화를 꽃피웠던 것으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특하고 희귀하며 오래된 문화유산이다.

이러한 점이 인정되어 그 대표 지역인 강화, 고창, 화순지역의 고인돌이 세계문화유산 제977호로 등재된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고인돌은 우리 민족의 고대 문화유산에서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고인돌 안에는 신분을 상징하는 의물과 내세관을 보여주는 유물이 함께 부장되어 있다. 부장품은 그 당사자가 생전에 즐겨 사용하던 물건을 죽은 뒤에 함께 무덤에 묻는 것인데, 가장 대표적인 부장 유물은 돌검과 돌화살촉, 반달 돌칼, 빗살무늬 토기, 민무늬 토기 등이다.

당시에는 희귀한 기구로서 특수 계층만 사용한 것으로 여겨지는 비파형 동검이나 옥도 부장품으로 발굴되었다.

부장 유물 중 적색마연 토기는 재생과 벽사의 의미가 있다. 돌칼(석검)이나 동검(구리 또는 청동 칼)은 당시 신분을 상징하는 징표로 내세에서도 그 지위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한 고인돌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십 톤씩이나 되는 거대한 돌을 먼 곳으로부터 운반하거나 땅에서 캐내는 일이 필수적이었다.

이처럼 거대한 돌을 운반하고 설치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을 동원해야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감당할 수없는 일이다. 그런 불가사의한 일을 이룩한 배경에는 당시에 엄청난 권력의 지배자가 존재하였던 것을 의미한다.

고인돌은 우리민족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인류가 아끼고 가꾸며 잘 보존해야 할 영원한 세계문화유산 가운데 하나이다. 단순히 3000년 전의 과거 조상의 무덤을 넘어서서 우리 곁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살아있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돌무덤인 고인돌은 이제 더 이상 경이롭기만 한 유산은 아니다. 아득한 옛날 이 땅에 터전을 잡고 살아온 우리 선조들의 정신과 혼이 담긴 문화유산이자 삶의 흔적이기도 하다.

볼품없이 무뚝뚝하게 서 있는 고인돌,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인돌, 그 고인돌에서 우리는 조상들의 체온을 느껴야 한다. 그래서 고인돌들을 후손들과 함께 영원히 살아남을 문화유산으로 전해줘야 할 것이다.

고인돌의 전설
선사시대 사람들은 육체는 죽더라도 영혼은 죽지 않고 살아 있어서 이 세상이 아닌 저쪽 세상에서 산다고 믿었고, 죽었다 해도 다른 형태로 남아서 인간 세상을 떠나지 않고 있다고 여겼다.

특히 거대한 돌에는 태양과 같이 불가사의한 초자연적 힘이 들어 있기 때문에 영혼이나 신령 등의 영적인 존재가 깃들어 있다고 보았다.

이를 정령숭배, 곧 애니미즘(Animism)이라고 하며, 이것이 종교의 기원이라는 학설이 생겼다. 그래서 죽은 뒤에 남는 육체를 다른 무생물, 다시 말해서 자신들이 평소에 즐겨 쓰던 토기나 석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라고 믿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장례의식을 치르는 문화가 생겨났다. 그것이 바로 고인돌 무덤으로 나타났고, 고인돌 무덤을 통해 선사시대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단초를 얻고 있는 것이다.

고인돌 시대에는 고임돌을 길게 나란히 세우고 한쪽을 막고, 다른 돌로 돌널을 만들고 사람의 시신을 안치한 다음 천장석을 덮거나, 다른 한쪽 벽을 막은 이른바 탁자형을 만든 뒤 시신을 넣고 장례를 지냈다.
고인돌의 시대가 지나면서 점차 무덤의 구조가 지하로 들어가게 되었고, 여기서 매장문화가 생겨났다.

한국은 ‘고인돌의 나라’
한국은 ‘고인돌의 나라’라고 불러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로 전국 여러 곳에 고인들이 많이 흩어져 있다. 고인돌은 한반도 전역에 걸쳐 분포되어 있는데, 남한에 약 2만 6000여 기가 있고, 북한지역에 3200여 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촌의 고인돌은 약 5만 기로 추정되는데, 그 절반을 넘는 60% 정도가 우리나라에 있는 셈이다.
그래서 유네스코는 우리나라 안에서도 고인돌이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는 강화, 고창, 화순지역의 고인돌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고인돌의 종류
고인돌의 모양은 각양각색으로 너무나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생김새 및 매장 또는 설치된 장소에 따라 탁자식, 바둑판식, 개석식 등으로 구분된다.

탁자식은 잘 다듬은 판석 3~4매를 땅 위에 탁자처럼 세워 돌방을 만들고 시신을 놓은 뒤 그 위에 덮개돌을 얹은 모습이다. 주로 한강 이북으로부터 중국 요령지방까지 분포되어 있는데, 강화지역의 고인돌이 그 대표적이다.

바둑판식은 바둑판 모양의 고인돌을 세우거나 쌓아 무덤방을 만들고 시신을 묻은 다음 덮개돌을 얹은 것으로, 그 모양이 바둑판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거대한 바둑판식은 한국에서만 보이는 독특한 고인돌 형태이다.

고임돌 없이 덮개돌만 얹은 것도 있는데, 이런 고인돌을 개석식이라고 부른다. 대체로 탁자 모양의 고인돌은 한반도 중부 한강 이남지방에서 발견되고, 고임돌이 작거나 없는 고인돌은 전라도와 경상도를 비롯한 남부지방에 분포되어 있다. 탁자 모양은 북방식이라 한다.

개석식은 지하 돌방과 덮개돌 사이에 받침돌이 없고 덮개돌로 직접 무덤방을 덮은 현형식인데 흔히 놓인형 고인돌 또는 무지석식 고인돌이라고 부른다. 고임돌이 없는 개석식의 고인돌은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되어 있다.

거대한 스톤 서클
고인돌 지석묘군은 거대한 스톤 서클(Stone Circle)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거대한 돌 하나 또는 여러 개의 돌로 세운 구조물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자연석이나 일부 다듬은 돌로 고인돌을 만들었는데 그 축조과정은 매우 불가사의하다. 고인돌은 보통 30∼50톤에 이르며, 큰 것은 100톤 이상도 있다. 이러한 고인돌은 오늘날 중장비로도 이동하기가 어려운 규모다.

기둥처럼 우뚝 선 선돌, 선돌들이 줄지어 늘어선 열석, 고리 모양으로 이어가며 세운 환상 열석, 몇 개의 돌로 널따란 큰 돌을 받친 것까지 다양하다.

거대한 스톤 서클은 가족, 씨족의 우두머리를 안장한 단순 무덤의 차원을 넘어 집장 묘로서, 농경시대 태양 숭배를 통한 원시 신앙의 상징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거대한 돌을 신봉함으로써 단단한 돌덩어리 자체에 대한 초자연적인 힘, 불가사의한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돌에도 영혼이나 신성함이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비슷한 돌이라 해도 돌의 크기, 빛깔, 놓인 위치 등에 따라 숭배 대상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





유한준

- 現 아동문학가, 시인, 저술가 활동
- 대한언론인회 편집위원 역임
- 前 종교뉴스신문 편집주간
- 前 뷰티투데이 편집국장
- 前 독서신문 이사 편집국장

내외뉴스통신, NB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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