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내외뉴스통신] 이한수 기자 = 리우 올림픽 마지막 경기인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따낸 선수가 메달 박탈 위기에 놓였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대표 마라톤 선수로 참가한 페이사 릴레사(26)는 골인지점을 앞두고 갑자기 팔을 들어 '엑스'자를 그리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금메달을 딴 엘루이드 킵초게(케냐) 보다 1분여 뒤진 2시간9분54초를 기록한 그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시상대와 기자회견장에서도 계속 엑스자를 그렸다. 이러한 그의 행동에 세계가 집중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릴레사가 에티오피아 정부의 탄압에 저항하는 오로모족의 의지를 담아 반정부 퍼포먼스를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로모 족은 에티오피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최대 종족이지만, 티그라이 족이 정치와 군사, 경제를 장악해 억압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정부가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오로모족이 살고 있는 곳 오로모주까지 넓히려 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오로모족의 강력한 반발에 계획은 철회됐으나, 현재까지도 인권과 자유를 향한 반정부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엠네스티에 따르면 지난 7일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최대 100여명이 사망했다.

릴레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나라에 큰 문제가 있지만 반정부 시위를 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며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내 의견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특히 "에티오피아 정부가 내 종족을 살해하고 땅과 자원을 빼앗고 있다"며 "나 또한 오로모 족이기 때문에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본국에 돌아가면 나도 죽임을 당하거나 투옥될 수 있다"며 "다른 나라로 거처를 옮길지도 모른다"고 덧붙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그의 행동이 '대회 기간에 정치적 의사 표시를 금지'한 올림픽 헌장 50조에 어긋나는지를 검토 중이다. 규정 위반으로 결정되면 메달을 잃게 된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축구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대표팀의 박종우 선수는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플랜카드를 들었다가 메달을 박탈당할 뻔한 사례가 있다.

한편, 22일(현지시간) BBC방송은 릴레사 돕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이 시작됐고, 순식간에 4만 달러(약 4500만 원)가 모였다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크라우드 펀딩 개설을 주도한 솔로몬 웅가셰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1만 달러를 목표로 시작을 했는데, 불과 몇 시간 만에 2만500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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