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南道 三百里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너무나 유명한 故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라는 詩를 읽을 때마다 평화로움과 여유, 자유와 안온함, 특히 낙동강 三百里의 아름다움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아, 필자는 심란함을 느낄 때면 가끔 서재에 꽂혀 있는 오래된 시집을 꺼내 혼자 흥얼거리곤 한다. 그런데, 얼마 전 그 낙동강 주변에 있는 경북 성주군의 사드배치 철회 투쟁위원회에서 “ 8월15일 광복절을 맞아 단체(성주군민 815명) 삭발로 한국기네스(한국기록원 최고기록)에 도전한다고 밝혔다”는 내용의 모 중앙 일간지 기사를 읽고 나서 마음이 불편해 졌다. 아니 기가 막혀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멈출 것 같았다는 것이 더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적어도 그 기사를 읽기 전까지는, 북한 공산정권의 비정상적 독재자가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는 核 및 장거리 미사일 공격 협박에 대처하기 위하여 우리정부가 면밀한 검토 끝에 미국의 ‘사드(THAAD : the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砲隊’ 배치지역으로 선정한 성주군 주민들이 느꼈을 당혹감을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을 가진 적도 있었으나, 그 어처구니없는 신문 기사를 보는 순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고, 2016년 현재 그토록 유유하고 평화롭게 흐르는 그 낙동강에서 66年 前 북한군의 기습남침으로 風前燈火의 처지에 놓인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적과 싸우다 장렬하게 散華하신 수많은 호국영령들의 피맺힌 통곡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오는 듯 했다.

6·25관련 戰史자료에 의하면, 당시 낙동강 방어선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최후의 저지선이었고, 낙동강 전선에서 벌어졌던 ‘다부동전투’나 ‘왜관전투’ 등의 참상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것이었다고 한다.

당시 낙동강 전투에 직접 참여하셨던 백선엽 장군은 자신의 회고록 ‘군과 나’에서 “1950년 8월은 그야말로 위기의 절정이었다. 모든 전투는 서로 몸으로 뒤엉키는 백병전(육박전) 양상이 되었다. 적과 너무나 가까이 대치해 있어 소총사격 보다 수류탄을 주고받는 혈투가 낙동강 全 전선에서 밤낮으로 계속되었다. 고지 곳곳마다 시체들이 쌓이고 시체를 방패삼아 싸우는 地獄圖가 전개된 것이다”라고 당시의 처참함을 기술하고 있다. 만일 그 낙동강 전투에서 우리가 승리하지 못하고 패배하여 그 방어선이 무너졌었다면 우리 국민, 아니 성주군 주민은 물론이고 낙동강 주변에 사시는 주민들이 지금 만끽하고 있는 자유와 평화는 결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를 위해 결정한 정부정책철회를 요구하면서 어떻게 감히 기네스기록에 도전하겠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터무니없는 행동과 주장들이 결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왜냐하면 우리 국민들은 ‘광우병 사태’나 ‘천성산 도룡농 사건’ 등을 통해서 그런 일들을 주도했던 사람들의 무책임함과 선동성을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IMF사태’라는 엄청난 시련을 맞았을 때 자발적으로 금모으기운동에 적극 동참하여, 최단시간 내에 어려움을 극복해 냄으로써 全 世界人을 놀라게 만든 위대한 저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국민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스스로 떨쳐 일어나 결국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해 냈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수많은 戰亂을 통해 “평화와 자유는 저절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체득하고 있기에 지금과 같은 혼란도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야 말로 자신들의 소중한 목숨을 바쳐 낙동강을 死守하고 결국 대한민국을 지켜낸 호국영령들에 대해 우리들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 최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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