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에세이] 2015년 12월, 28년 9개월간의 검사 생활을 마감하였습니다. 사법연수생 신분까지 포함하면 30년 넘게 운 좋게 공직자 생활을 오래 한 셈입니다. 공직을 마감하면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현직을 마감한 대부분의 판∙검사 출신들이 변호사 개업을 합니다. 하지만 전관예우를 받아 특혜를 누린다는 비판이 그 어느 때보다도 거센 시점이어서 결심이 쉽지 않았습니다. 



변호사는 돈만 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현실에서 전관예우라는 낙인을 피할 수 없는 변호사로 활동한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고민되었습니다.



하지만 돈이란 어떻게 버느냐와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일 뿐 돈 자체가 도덕∙부도덕한 것은 아니다, 수단일 뿐이다 라는 생각에 이르자 돈 버는 변호사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선배들의 경우를 보면 검사 생활을 마친 후 모두가 변호사로 활동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시골로 귀향하여 농사를 짓는 분도 계시고,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분도 계시고, 산사나 외국에서 공부를 계속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여러 고민 끝에 비슷한 시기에 퇴직한 동료들 보다 많이 늦었지만 변호사로 활동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변호사 활동을 어떤 형태로 시작할 것인가 생각하였습니다. 취업 제한 범위를 벗어나는 중∙대형 로펌에 합류하는 방안, 개인 사무실을 여는 방안 등이 있었습니다. 



중∙대형 로펌에 합류하는 것은 오랫동안 조직 생활을 경험했던 터라 뭔가 새로운 형태의 생활을 해보고 싶은 생각에서 내키지 않았습니다. 개인 사무실 형태로는 다양한 의뢰인을 충분히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규모로 로펌을 새로이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법원 출신이나 검찰 중간 간부와 함께 하는 것은 영업적인 면에서는 시너지 효과가 크겠지만 너무 영업에 치중한다는 느낌이 들어 포기하였습니다.



업무를 도와줄 신참 변호사 몇 몇 그리고 사무직원 몇 등과 함께 사무실을 열기로 하였습니다. 고용 창출을 하여야 하지 않느냐 말씀하시는 분들의 권유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법무법인 이름을 정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기존의 법무법인 이름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로(law), 법(法), 율(律), 정(正) 등 법률가임을 나타내거나 김앤장(Kim&Chang), 케이파트너스(K partners) 등과 같이 변호사 자신을 직접 내세우거나 서울∙한양∙양재 등과 같이 연고를 암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분석해 보니 대부분이 공급자인 변호사 측의 시각에서 지은 이름들이었습니다. 수요자인 의뢰인의 입장을 고려하는 명칭은 많지 않았습니다.


최근 병원 이름도 과거에는 길병원, 전병원, 김안과, 연세병원 등과 같이 의사나 의사의 연고 등 공급자 위주의 작명이었다면 최근에는 튼튼 병원, 힘찬 병원, 아나파(안 아파) 병원 등과 같이 수요자 측을 생각한 작명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사람들이 법률적으로 아픈 사람들, 환자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라 한다면 이들 입장에서 한 번 작명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치유하는 사람들(healers), 치유(heal), 치유원(healing house)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Kill과 비슷해서 한글 어감도 좋지 않고 너무 튄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비바람이나 햇빛을 가려 주는 우산(雨傘)같은 친구(友)라는 의미로 산우(傘友)라는 이름이 순간 머리를 스쳐 바로 결정했습니다.


짓고 나니 주위에서 잘된 이름이라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개업 소연은 하지 않았지만 방문 기념품으로 법인 명칭에 걸맞게 우산을 준비했습니다.


이제 겨우 출범한 지 두 달 밖에 안되었지만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피난처가 될 수 있는 우산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업무를 계속하고자 합니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산우 대표변호사 임정혁

- 현, 법무법인 산우 대표변호사
- 법무연수원장
- 대검찰청 차장검사, 공안부장
- 서울고등검찰청 고등검사장, 형사부장
- 중앙고, 서울대 법대 졸업,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연수
- 제26회 사법시험(연수원 16기)합격, 제28회 행정고시 합격
- 황조․홍조․근정훈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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