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에세이] 저는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편입니다. 숨 막히는 전동차 안에서 짜증날 때도 있지만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활기차게 느껴져 좋습니다.

특히 주말 예식장 등에 시간 약속에 늦지 않으려면 지하철이 최고입니다. 그런데 지하철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좌석입니다.

서서 가는 것과 앉아서 가는 것은 그야말로 지옥과 천당의 차이입니다. 전동차가 승객이 다 타지 못할 정도로 비좁은 전동차에 서서 숨이 막힐 때면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단어가 생각날 정도입니다.

그래서 지하철에는 약자들을 위한 배려의 좌석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어느 ‘노인’으로부터 지하철 경로석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다소 생뚱맞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분의 논리인 즉 이렇습니다. 자신은 지하철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노인, 소위 지공거사로서 완연한 노인인데 지하철을 자주 이용한답니다. 그런데 지하철 경로석(노약자석)은 대부분 노인들로 이미 꽉 차있답니다. 그 분의 분석에 의하면 건강한(?) 노인들이 많아져서 빨빨거리고 돌아다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반석(?) 앞에 서는 경우가 많답니다.

그런데 앞에 앉아 있는 젊은이들이 ‘경로석이 있는데 왜 그리로 가지 않고 내 앞에 서서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무언의 압력을 넣고 있는 거야, 짜증나게.’ 라고 말하는 것 같아 영 불편하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젊은이들끼리 작은 목소리로 그런 내용의 대화를 하는 것도 들은 적이 있답니다.

그 분의 주장에 의하면 노인 인구가 많아진 현실에서는 차라리 지하철 구석에 모아 놓은 경로석을 폐지하여 건강한 노인들만 돌아다닌다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하고 많이 불편한 노인들에게는 젊은이들이 알아서 자리를 양보하는 풍토가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굳이 경로석을 유지한다면 현재의 임산부 보호석과 같이 지하철 좌석 곳곳에 한 자리 씩 나누어 배치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입니다. 일리가 있는 견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지하철을 타면서 약자를 위한 배려석의 표시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약자 배려석은 여러 종류가 있었습니다.


①임산부 배려석 ②임산부, 영유아 배려석 ③몸이 불편하신 분, 어린 아이를 안고 계신 분, 임산부를 위한 자리 ④경로석, 노약자 배려석 등이 있습니다. 단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약자로 치부하여 특별 배려한다는 것이 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노인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리 없을 거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지하철역 구내에서 나이만을 이유로 단정적으로 특별 취급하는 다른 사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60세 이상의 고객은 에스컬레이터 이용 시 부상의 우려가 있으니 좌측 30미터 지점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전동차 내의 약자를 배려하는 것과는 달리 다른 약자들을 위한 표시는 없이 오로지 나이만을 이유로 그것도 60세 이상이라고 단정하여 특별 취급하는 것은 그 특별 취급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기분 좋을 리 없습니다.

개인적인 제안으로는 나이를 특정 한다거나 노인이라는 표현은 아예 빼고 ‘교통약자 보호석’으로 두루뭉수리하게 표현하든가 아예 특별 배려 표시를 없애고 시민들의 자율적인 의식에 맡겨 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지하철 경로석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사소한 일이지만 우리가 평소에 얼마나 남의 입장에서는 생각해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나 반성해 보았습니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산우 대표변호사 임정혁

- 현, 법무법인 산우 대표변호사
- 법무연수원장
- 대검찰청 차장검사, 공안부장
- 서울고등검찰청 고등검사장, 형사부장
- 중앙고, 서울대 법대 졸업,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연수
- 제26회 사법시험(연수원 16기)합격, 제28회 행정고시 합격
- 황조․홍조․근정훈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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