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칼럼] 김포시를 지나다 보면 곳곳에 ‘평화문화도시’라는 구호가 보입니다. 웹사이트 영상물은 “…한강의 물줄기를 따라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평화의 터전…통일시대의 중심지로 다시 태어납니다.…나는 평화문화도시 김포입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평화문화도시란 “시민이 주도하여 적극적 평화를 지향하고, 문화적 소통을 통해 인류 화합을 이루어 세계평화를 만들어가는 도시”를 의미한다는 거창한 것인데 구체성을 결여해 공허하죠. 국가가 아닌 도시도 평화를 만드는 주체라는 데는 난감해집니다.
현실은 판이하죠. 북한을 바라보는 관내 애기봉에 성탄절의 평화 메시지를 전할 트리 점등을 놓고 우리 내부에서 논란이 일어났고 북한의 협박이 가세한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것에서부터 한 도시의 힘으로 평화문화가 쉽게 정착되지 않는 것임을 알려줍니다. 북한의 본질적 변화 없이 한 도시가 성탄절 트리 점등이나 대북전단 살포, 혹은 사드미사일 배치를 막는다고 평화문화가 이룩되는 게 결코 아닙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남북한 동시 가입 25년이 되는 올해 유엔 총회 연설에서 유엔에 도전하여 안보리 결의 무시 등 평화 애호 및 유엔헌장 존중 의무를 상습적으로 위반해온 북한의 유엔 회원 자격에 처음으로 강한 의문을 던졌습니다.
21세기에 유일하게 핵폭탄 실험을 자행하고 미사일 발사에 국고를 기울여 국제사회를 경악시킨 북한에서 최근 대규모 수해가 발생하여 수백 명이 죽고 수억 달러의 재산 피해를 낸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수마가 휩쓸고 간 하천에서 주민들이 개미 떼처럼 달려들어 손으로 돌을 쌓는 모습은 참으로 딱했습니다. 핵 개발과 대홍수는 엄청난 불균형이고 이는 집권자의 과오입니다. 북한은 아시아 각국에 복구 지원을 호소했지만 국제 적십자사와 세계식량기구가 소액의 금품을 지원하기로 한 것 외에 호응이 미미한 듯합니다. 미국의소리나 워싱턴포스트 등은 북이 핵실험 대신에 민생을 중시했어야 했다는 것이 국제적인 비판의 소리라고 보도했고 BBC는 화면 밑에 흐르는 자막으로 한국은 지원할 것 같지 않다고 내보냈습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북한 수해 복구 지원은 반대가 55퍼센트로, 찬성 40퍼센트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며 동족에게 공갈을 일삼는 데다 전시에는 국군에게 총부리를 겨눌 주민을 지원하면 북한의 수뇌부를 도와주는 것이니 온당하지 않다는 것이죠. 북이 아무리 호전적이라도 남(南)은 돕게 되어 있다는 오판을 심어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대홍수 속에서도 5차 핵폭탄 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세계를 비웃는 것은 세상을 겁 없이 만만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죠. 발언의 원전을 찾지는 못했습니다만 2014년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 마틴 뎀프시는 브리즈번 G20 정상회담에 게스트로 초대되어 “우리는 7,000기의 핵미사일을 가지고 있다. …신을 이길 수 없으면 미국과 친구가 되라"라고 연설했다고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꽉 쥔 주먹을 펴겠다면 미국은 손을 내밀겠다"라는 제안이 들어 있었습니다. 미 군비통제협회(ACA)가 추정하는 북한의 핵탄두는 8기죠. 국제사회가 원하는 향상의 기회를 거부하고 내부의 불만을 억누르며 외부에 가상의 적을 만들어 무력에 자원 배분을 왜곡하는 상황에서 수해 복구 지원은 독재체제를 강화해 줄 뿐 한반도의 평화에 도움이 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런 유례없는 안보 위기 속에서도 최근 야당 사람들은 북한의 핵 개발이나 미사일 발사가 현 정권의 책임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사드 배치 같은 우리의 자위적 조치가 북한의 5차 핵 실험을 불러일으켰다는 주장은 소방서가 있어서 불났다고 하는 것과 같은 터무니없는 논리”라고 한 질타에 동의합니다. 북한은 남북이 비핵화 선언을 한 직후부터 핵 개발을 준비해왔습니다. 6자 회담에 목을 매단 긴 세월은 북의 핵 개발에 엄청난 시간을 벌어주었습니다. 1990년대에 북핵 시설의 외과적 수술을 결심한 미국은 한국 정부의 반대로 실행하지 못했는데 그 카드가 다시 부상하고 있습니다.
사드는 대기권으로 낙하하는 북한 미사일 요격용인데도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습니다. 안보는 보수라던 안철수 의원이 뒤늦게 사드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것은 다행입니다. 뭐가 전쟁이고 뭐가 평화인지 분간 못하는 정치인들이 많죠. ‘천하수안 망전필위(天下雖安 忘戰必危)’. 아무리 세상이 평안해도 전쟁을 잊으면 위험해진다는 경구입니다.
최근까지 국회와 언론은 민정수석을 물고 늘어졌지만 문제는 수석이 아니라 국가 안보라는 것을 많은 국민들이 깨닫고 있습니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핵무기 보유 찬성이 58퍼센트로 나타났습니다. 자유총연맹의 김경재 중앙회장은 최근 비핵화선언 폐기와 전술핵 재배치, ‘박지원 청문회’를 촉구했습니다. 김 총재는 기자회견문에서 “핵 폭탄 개발에 한창 자금이 필요할 2000년 박지원 현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등이 주도하여 산업은행, 현대그룹을 동원해 4억 5천만 달러라는 현찰을 김정일의 해외 비밀계좌에 넣어주었다. 이 돈이 핵폭탄 개발에 쓰였을 것은 뻔한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국회에서 성사될지는 모르지만 여당이 밀어준다면 청문회는 천문학적 비밀자금의 북핵 개발 전용 여부를 따져보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사드건 대북전단 살포건 사안마다 친북 성향을 보여주는 박 의원이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맞는가라고 묻는 네티즌들이 많습니다. 형법 93조의 적국과 합세해 대한민국을 적대하는 여적죄의 형량은 사형뿐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유사종교 같던 햇볕정책의 마취에서 뒤늦게 깨어나고 있습니다. 출발은 선의에서였다고 믿고 싶지만 좌익 정권들은 북한의 정체성이나 전략 목표를 경시했습니다. 펜티엄 컴퓨터, 컴퓨터 백신 등 전략물자를 비롯해 몇 조원의 금품을 퍼주기에 앞서 그것이 북한을 바꿀 수 있을까를 치밀하게 계산했어야 했습니다. 우리가 원조한 수백 대의 건설 중장비 중 일부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하기야 개성공단을 놓고서도 통일부의 전임 류길재 장관은 “통일의 마중물”, 후임인 현 홍일표 장관은 “북핵 개발에 전용되었을 수도 있다"라고 했죠. 그 혼선의 연장에 비무장지대 평화공원이나 유라시아 연결 철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철이른 낙관 일변도의 구상이 깔려 있었다고 봅니다.
대북지원은 통일 전의 서독처럼 정치범 석방을 조건으로 삼는 등 개혁과 개방이라는 체제 변화의 목표 달성 측정이 가능하도록 해야 했습니다. 뭐에 씐 듯 주먹구구식으로 덥석 부둥켜안고 종이에 서명하는 것으로 평화는 오지 않았단 말입니다. 게다가 명백한 민군 살상 도발 만행인 연평도 포격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뭐가 켕겼는지 북한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불안 속에 살게 된 것은 그러한 오도되고 위장된 평화문화 속에서 너무나 오래 잠자고 있었던 대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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