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포렌식'을 중심으로


지난 5.24 국보법위반 혐의로 체포된 李 某씨(54)와 金 某씨 (52)에 대한 공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기소하면서 “이들은 묵비투쟁중이며 조사까지 거부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16년간 싱가포르 마카오 베트남 등지에서 6회에 걸쳐 北韓의 문화교류국 요원들과 접촉했다.”고 밝혔다. 문화교류국의 전신은 북한의 대표적 대남공작조직인 대외연락부225국이다.

북한은 대남공작조직에 부드러운 이미지를 덧칠하고자 금년 4월 명칭을 바꿨다. 문화교류국은 간첩침투 지하당조직 기밀탐지 테러 등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은밀리에 지하당을 조직하고 전쟁 또는 혁명 발발시(소위 결정적 시기에) 남한체제를 전복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한다. RO사건 주범인 이석기 전의원이 소속됐던 민혁당, 일심회 간첩단, 왕재산 간첩단 모두 문화교류국(당시 225국)의 지령을 따른 조직이다.

일부 식자들은 ‘자생적 간첩’이 뭘 할 수 있겠어? 라며 위험성을 평가절하 한다. 하지만 이는 북한 대남공작기구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RO의 조직원들은, 北의 지령에 따라, 소위 ‘결정적 시기’에 대비하여 ‘무기고 탈취, 유류저장시설 등 국가기간 시설 파괴, KT 혜화지사 및 분당 IDC센터 파괴를 위한 상세계획을 수립 하고 폭발물 취급 등 각종 교육을 실시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위 ‘결정적 시기’에 이들의 파괴력은 북한 정규군 수개 사단을 능가할 수 있다. 각국(정보기관들)이 보이지 않는, 총성 없는 전쟁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검찰은 이들이 “2014.11부터 5건의 대북 보고문을 작성 보고했으며,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의 생일에 맞춰 충성을 맹세하는 축하문을 작성 보고했다. 또한 이적표현물 57건을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이 충성맹세문들이 김정은으로 하여금 “남조선인민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하루빨리 핵무기를 개발해야 겠다”는 결심을 굳히는데 일조를 했다면, 과연 이것들을 ‘수준낮은 간첩들의 별로 위험하지 않은 불장난’이라고 일소에 부칠 수 있는 일일까?

모두에서 언급했듯이, 李 某씨(54) 金 某씨(52) 모두 수사기관의 조사는 물론 검사의 조사 까지 거부했다. 따라서 이들로 부터 아무런 진술도 듣지 못하였을 것이다. 북한에서 나고 자란 남파간첩 들은 남파이후 또는 체포이후 일정기간이 경과되면 남한혁명에 대한 신념이 약화된다. 그리고 조사 기간 중에는 자신에 대한 처리방향 및 형량 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리하여 대부분 남파간첩들은 수사관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전부 진술하고 수사관들이 궁금해 하는 점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에서 나고자랐으며 대부분 고학력자인 ‘자생적 간첩’들은 우리 대한민국이 미국제국주의의 식민지로서, 주체사상 으로 영도되는 북한에 의해 기필코 우리민족 주도로(우리민족 끼리) 해방(통일)되어야한다는 신념(상식적으로는 환상이나, 이들에게는 강철 같은 신념)으로 무장되어 있다.

따라서 체포 이후의 투쟁 과정을 또 하나의 혁명투쟁으로 여긴다. 따라서 본인의 성명 주민번호 주거지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 대한 ‘진술거부’를 피포(체포됨)이후 투쟁매뉴얼의 1단계로 여기는 듯 하며, 이를 명예로 여긴다. 모 ‘자생적 간첩’은 면회 온 가족 동료 변호인에게 “敵들(수사관)에게 고통을 주기위해 체포 이후 목욕과 양치를 안하며 ‘악취’로 공격중”이라고 자신의 투쟁성을 과시한 사례도 있다 한다.

묵비투쟁을 언급한 것은, 향후 이들의 범죄행위 입증여부가 ‘디지털포렌식’에 달려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조사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하는 이유는 한 가지 목적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법정에 제출한 증거물들에 대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사 앞에서 부인하기 위해서이다.

법정에 제출된 주요 증거물들, 즉 접선장면 촬영 동영상, 대북보고문 충성맹세문 등은 대부분 ‘디지털증거물’이다. 이들의 변호인이 지난 8.19(공판준비기일)에 밝힌 공판전략은 다음과 같다. “대부분 (디지털)증거물들의 ‘위법수집’여부가 법정에서 검증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증거능력’을 검증한다는 것은, 판사가 ‘증거물들을’ 법정에서 증거로 쓸 것인지 버릴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증거능력이 없다면 판사는 그 증거물의 내용을 보지 못한다. 증거가 없게 되는 것이고, 따라서 무죄가 되는 것이다.

증거능력이 인정된 증거물들만 판사가 그 ‘내용’을 들여다보고, 그 ‘내용’이 범죄행위를 증명하는지 여부(증명력 여부)를 살피는 것이다. 즉, ‘증거능력’이 인정된 증거물들만 판사가 그 내용을 볼 수 있다. 접선장면 동영상 파일을 보고 ‘피고인들이 북한 공작원과 만났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대북보고문 파일을 보고 “이러 저러한 정보들이 북한에 보고되었다.”는 것을 확인한다. 또한 충성맹세문 파일을 보고, “이들이 정말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게 충성을 맹세했다.’등의 기소내용(범죄사실)의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판사가 이해한 내용을 기초로 자유롭게 유죄인지 무죄 인지를 판단(판결) 하는 것, 즉 (판사의)‘자유심증주의’가 대한민국의 재판제도이다. 현대는 정보화 시대이며, 대한민국은 IT강국이다. 간첩들의 활동흔적(범죄증거)도 대부분 디지털형태로 남고 수집된다. 이에 따라 범죄를 입증할 (디지털)증거물들의 ‘증거능력’여부를 좌우하는 것이 ‘디지털포렌식’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다소 지루한 언급을 하였다.

본래 ‘포렌식’이라는 개념은 법의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로서, 사체를 조사(해부 검시)하여 수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증거를 찾아, 이를 수집 분석하여 그 조사결과를 법정에 제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미국 드라마 CSI등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다.

‘디지털 포렌식’이란, 이러한 포렌식의 개념을 디지털영역에 접목한 용어로써, 법정에서 유효하게 사용될 수 있는 디지털증거를 수집하여 실체적 진실을 발견(범죄행위를 증명)하기 위한 것으로서, 디지털증거를 수집 분석하는 구체적 기술 내지 일련의 절차를 의미한다.

수사 및 재판 등 법절차와 관련된 만큼, 디지털포렌식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적법절차 준수’이다. 즉 증거를 적법하게 수집하여야 한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 두 번째 원칙은 ‘원본성 동일성’의 유지이다. 즉 증거가 수집된 시점부터 법정에 제출되는 시점까지 위조 내지 변조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수사관들은 수년간에 걸쳐 이들을 내사했고, 이들과 북한 공작원들이 마카오 싱가포르 베트남 등지에서 접선하는 장면을 ‘촬영’ ‘녹음’하여 디지털저장장치에 저장했을 것이다. 또한 PC방에서 지령문을 수신하고 보고문을 발송한 사실도 채증하여 디지털 저장장치에 저장하고 원본을 법정에 제출했을 것이다. 또한, 지난 5.24 이들의 체포와 동시에 주거지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PC 노트북 USB 등을 압수하고, 범죄와 관련된 파일들을 선별하여 법정에 제출했을 것이다.

이 모든 증거물들에 대해, 변호인은 지난 8.19 밝힌 대로, “수사관들은 불법적 미행감시를 통해 증거를 수집했다. PC방 등지에서 수집된 증거도 위법 수집되었다. 베트남 등지에서 촬영된 동영상 등은 변조 또는 조작되었고 원본성이 훼손 되어 증거능력이 없다.”며 사사건건 ‘위법 수집 및 위변조’ 등을 이유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시비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수사기관들의 아킬레스건인 ‘피고인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주장하며 동정여론을 유발함과 동시에, 이들이 보고내용 대부분은 인터넷에 공개된 것으로 비밀이라 할 수 없다는 등의 주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재판과정 전반을 주시하며, 이들이 (디지털)증거물들의 ‘증거 능력’을 부인하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구사하는지와 검찰은 어떻게 대응하는 지를 살펴보며, 그 공방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디지털포렌식 관점에서 알기 쉽게 풀어가고자 한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 김대웅






- 성균관대학교 포렌식연구소장

- 디지털포렌식 자격시험 관리본부 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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