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정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피의 숙청과 공포정치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지난 9월 통일부는 "김용진 내각 부총리가 5월 개최된 당 7차 대회에서 김정은이 연설하는 동안 안경을 닦는 불경행위와 6월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불량한 자세로 앉은 것으로 인해 7월 27일 총살당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2012.4 집권 후 군부 최고 실력자이던 이영호 총참모장을 2012.7 숙청한데 이어 김정일 영구차를 호위했던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1부부장 등 김정일 시대 실세들을 차례차례 퇴출시켰다. 2013년 12월에는 고모부이자 자신을 권좌에 앉히는데 1등 공신이었던 장성택을 黨 대표자회 석상에서 국가안전보위부가 전격 체포 후 특별군사재판을 열어 국가전복음모 등의 죄목으로 처형하였다.

지난해 4월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평양의 강건종합군관학교에서 고위 간부 수백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의 발칸포(대공 화기)와 유사한 사신고사총으로 공개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의 軍 일꾼대회 연설 중 졸았고 김정은 지시에 대꾸하는 등 ‘유일영도 체계 10대원칙’을 어긴 반역죄 명분이 처형이유로 밝혀졌다. 당국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도 8월까지 60명을 공개처형하는 등 공포정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공포정치는 투옥, 처형 등 공포감을 조성하여 정권을 유지하는 정치 형태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프랑스대혁명 시기 로베스피에르를 위시한 자코뱅당의 독재정치가 있다. 공포정치는 일반적으로 위기에 힘을 얻고 평화시기가 오면 힘을 잃는다.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시기는 대외적으로는 프랑스혁명에 두려움을 느낀 영국, 오스트리아 등 유럽 왕실들이 동맹을 맺어 프랑스를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있었고, 대내적으로는 심각한 재정 위기와 식량난 등으로 민란의 위기에 놓여 있었다. 자코뱅당은 대(對) 유럽전쟁을 수행하고 혁명을 수호하기 위해 공포정치를 실시했다. 혁명을 위해 50만 여명을 감옥에 가두고 파리에서 3,000명, 타 지역에서 14,000여명을 죽였다. 혁명의 동지였던 ‘당통’까지 단두대로 보냈다.

그러나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는 그 잔인성으로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의 반감을 샀고, 결국 ‘테르미도르의 반동’이 일어나 폭군 타도를 외치는 사람들에 의해 로베스피에르도 단두대에서 처형되고, 자코뱅당의 공포정치는 막을 내리게 된다.

올해로 집권 5년차를 맞고 있는 김정은으로서는 자신의 친 여동생인 김여정(일설에는 이복 누나인 김설송이 막후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외에는 국정 운영을 실질적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김정일 체제에서 정권을 책임졌던 권력 집단과 시스템에 의존하여 정권을 운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핵심 간부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어 당 대표자회나 최고인민회의 등 자신이 참석하는 주요 회의 시 간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여 사소한 것이라도 적발되면 처벌하거나 총살하는 공포정치에 매달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공포정치는 사실 내면으로부터 충성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형상 고위 간부 및 권력 엘리트의 복종을 유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내적인 균열과 반발심의 확산을 초래함으로써 결국 권력 엘리트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원심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즉 공포정치는 단기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체제 권력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태영호 駐영국 공사를 비롯한 외교관, 상사원, 공작기관 간부 등 숱한 고위층의 한국 귀순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와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그 목적이 다르기는 하지만, 지금의 김정은 처지와 행태는 프랑스의 로베스피에르 당시와 비슷해 보인다. 외부적으로는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최악의 홍수 피해, 정권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고위급 외교관과 관료 100여명 탈북 등 엘리트 층 동요, 식량난 악화로 인한 주민 생활고 가중 등에 직면하고 있다.
분노가 공포를 뛰어넘을 경우 체제가 붕괴하고, 공포가 분노보다 앞설 경우 공포정치가 유지된다. 현재는 분노가 공포보다 수면 밑에 잠재되어 있지만 공포감이 극에 달하게 되면 반드시 터지는 법이다. 공포정치가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역사가 말해주고 있듯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김정은 공포정치의 종말을 자못 기대해도 될 듯하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때를 대비하여 주도면밀한 대응방안을 강구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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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 나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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