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2016년 올 여름의 그 유난했던 폭염도 시간이 흐르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사라지고, 어느 새 우리 곁에는 스산한 한기가 밀려와 목을 움츠리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도 빨라진다.

이러한 자연(自然)의 섭리(攝理)를 체험하면 할수록, 그리고 나이 들어 이 세상 그 누구도 피할 수 없고 언젠가는 반드시 내려야만 하는 인생의 종착역에 생각이 미치게 되면 더욱 겸손해지게 된다.

生老病死와 空手來空手去 역시 생존하는 모든 인간들이 결코 벗어 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임에도 우리들은 마치 영원히 살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재물과 명예를 탐하고 편을 가르며 서로 미워하고 헐뜯는 생활을 반복한다. 방랑시인 김삿갓은 이를 빗대어 “百年도 살기 힘든 인간들이 千年을 사는 듯이 행동 한다”고 일갈한 바 있다.

최근 최00으로 대표되는 탐욕스런 인간들로 인해서 나라 전체가 어지럽다.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그들이 벌인 추악한 면면들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형언할 수 없는 허탈함과 배신감에 치를 떨던 수많은 국민들은 주말이면 서울 도심 한 복판과 지방 중심지역에 모여서 촛불을 높이 치켜들고 분노의 함성을 격하게 토해 내고 있다.

추악한 행동을 벌인 최00 등의 행위는 결코 용서할 수 도 없고 용서해서도 안 되며 천만번 비난 받아 마땅하다. 이들이 자행한 파렴치한행위에 치를 떨며 분노하는 수많은 국민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순간에도 우리들이 분명히 기억해야만 할 사실이 있다. 그것은 우리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소중한 목숨을 바쳐 지켜낸 우리의 자랑스러운 나라 대한민국은 法治國家라는 사실이다.

‘法은 萬人에게 平等하다’고 우리들은 배웠고 그리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명백한 사실도 감정에 휩쓸리게 되면 자칫 훼손되기 쉽다. 상황이 심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면 날수록 우리들은 냉철하게 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인 遵法精神을 생각해야만 한다. 또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죄형법정주의’와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이는 굳이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그 뜻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의 소금역할을 자처하는 언론도, 이 나라를 이끌고 있다고자부하는 정치권도, 또 우리의 선량한 일반 국민도 이제는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모든 일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도록 하는데 뜻을 모아야만 할 것이다. 절대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혹시라도 고집불통의 국가최고지도자가 크나 큰 잘못을 했으니 어디 한 번 이번에 된 맛을 좀 보라고, 대권(大權)이 눈앞에 아른거린다는 착각에 빠져, 선량한 일반국민의 감성을 자극하고 이용하려는 생각을 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수준 높은 우리의 백만이 넘는 국민들이 지금까지는 질서를 잘 지켜주었지만, 자칫 순간의 흥분을 억제하지 못한 몇몇 사람들에 의해 촉발된 폭력으로 사상자가 생겨나고, 이에 수백만의 군중이 격분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순식간에 사회적인 혼란이 극에 달하게 되어 우리의 국가안보마저 위태로워지는 참담한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으며, 이는 南․北間 팽팽한 군사적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해 볼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의 참 뜻을 헤아려서 이제는 차분하고 질서있게 모든 절차가 자유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인 준법정신에 입각하여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들 모두 ‘白頭山石磨刀盡 頭滿江水飮馬無 男兒二十未平國 後世誰稱大丈夫’에 나타난 대범함과 ‘金樽美酒千人血 玉盤佳肴萬姓膏 燭淚落時民淚落 歌聲高處怨聲高’에 절절하게 녹아있는 愛民하는 마음을 가지고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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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 최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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