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에세이] 검찰에 재직 중일 때나 퇴직 후에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담당하였던 사건 중에 제일 큰 사건은 무엇이었습니까, 또는 가장 재미있었던 사건은 무엇이었습니까"입니다.

갓 임관된 신임 검사 교육과정에서 신임 검사들로부터나 중·고교 학생들을 상대로한 강연에서나 외부 기관에서의 특강 등에서도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은 "큰 사건은 없다, 그리고 이야기 해 줄 만한 사건은 없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문에 대서특필되고 방송에 자주 나와 여론의 주목을 많이 받는 사건을 큰 사건이고 중요한 사건이며 그러한 사건을 담당한 검사 자신도 대단하게 큰일을 한 것처럼 생각하는 듯합니다.

검찰을 떠난 분들 중에는 재직시에 담당하였던 사건들에 대하여 회고록이나 언론 등을 통해 언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사과정에서의 감동적인 에피소드나 인간애를 느낀 일화, 공익의 대변자로서의 고뇌 등 많은 이야기들을 하곤 합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았던 사건이나 연예인 등 유명인이 관련된 사건들에서 자기 자신이 큰 역할을 했음을 내세우며 은근히 자랑하기도 합니다.

"○○ 고위 공직자는 내가 잡아넣었다(구속시켰다)""△△ 재벌 총수는 조사받을 때 손을 벌벌 떨고 말도 더듬더라""□□ 교수, ○○ 종교인은 내연녀가 많더라""○○ 탤런트는 TV화면보다 훨씬 예쁘더라, 성형수술을 많이 한 것 같더라"등의 이야기를 공·사석에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자신이 직접 담당하지 않은 사건에서 조차 마치 큰 역할을 담당한 듯이 과시하기도 합니다. 언론에는 강골검사, 모래시계 검사, 정권에 칼을 들이댄 검사, 국가보안법 사수를 주장하다가 특정 정파에 밉보여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검사 등의 표현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무부훈령인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제 1060호, 2016.4.22. 개정) 제29조 제2항에는 검사 또는 수사관이 언론기관 종사자로부터 수사사건의 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을 경우 다음과 같은 취지로 답변하여야 하며, 수사 사건의 내용에 대하여 언급하여서는 아니 된다.

"저는 그 사건에 대하여 답변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며, 공보담당관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검찰공무원을 포함하는 모든 공무원은 퇴직 후에도 비밀엄수의 의무가 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제60조(비밀 엄수의 의무):공무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엄수하여야 한다

검사를 포함한 공무원이 재직 중의 경험들을 정치적 목적 등을 위해 과시하고 자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선거 홍보물 등에 적극 활용하여 정치인으로 성공한 예도 많습니다. 이는 명백히 잘못된 일입니다. 공직을 이용하여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것이 매관매직이듯이 공적 경험을 분별없이 공표하는 것은 공직을 사유화하는 것이며 이 역시 매관매직, 즉 벼슬을 팔아먹는 일로 비난받을 일입니다.

공직자였던 사람들은 이 점을 각별히 유념하여 공직시의 경험을 외부에 공표하는데 극히 신중하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내외뉴스통신/내외경제TV 상임고문 임정혁
- 현, 법무법인 산우 대표 변호사
- 법무연수원장
- 대검찰청 차장검사, 공안부장
- 서울고등검찰청 고등검사장, 형사부장
- 중앙고, 서울대 법대 졸업,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연수
- 제26회 사법시험(연수원 16기)합격, 제28회 행정고시 합격
- 황조․홍조․근정훈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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