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화벌이 일꾼들의 집단 탈북에 더해 영국주재 북한공사와 김정은의 건강을 챙기던 장수연구소 간부, 국가안전보위부 국장 등 지도층까지 잇따라 탈북하면서 북한 체제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7차 노동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를 거쳐 '김정은 시대'를 공식 선포한 북한이지만 여전히 체제 불안 상태인데다 '장성택 처형'으로 상징되는 잦은 숙청과 공포정치가 더해져 엘리트층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홍콩에서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한 북한의 18세 수학 영재가 망명을 신청한데 이어 장성급 인물, 외교관 등이 잇따라 탈북해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으며 일부는 거액의 김정은 상납금을 들고 나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북한 내에 거주하는 지도층들도 망명을 타진하고 있다고 한다.

'성분 좋은' 해외 파견 노동자, 장래가 촉망되는 수학 영재, 군 장성과 외교관 등 당·정·군 엘리트층의 이탈 증가는 과거 주를 이뤘던 생계형 탈북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김정은 체제의 권위를 뒷받침하는 군 장성 등 지도층의 탈북은 북한 사회의 분열과 동요의 심각성을 보여 준다.

최근의 탈북 유형을 보면 다수의 인원이 조직적이면서도 과감성을 띄고 있는데 이처럼 변하게 된 요인을 다음과 같이 유추해 볼 수 있다.

먼저, 북한주민들의 탈북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 북한은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탈북계획을 이웃에게 말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많은 주민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의 낙후된 후진성을 알게 되고 돈벌이를 위해 중국을 드나들면서 탈북이 배신과 배반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게 되어, 이제는 탈북을 계획할 때 서로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환경이 어느 정도 조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부모가 자식의 장래를 생각해 남한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라고 보내는 유학형 탈북도 늘어나고 있다.

다음은, 다수 인원의 탈북이 더 안전하다고 보는 것 같다. 북·중 접경지역은 국경수비대가 삼엄하게 지키고 있지만 탈북을 시도하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는 경계가 느슨해지고, 만약 경비병들에게 걸렸다고 하더라도 몇 안 되는 그들을 많은 인원으로 제압할 수 있기에 다수의 인원이 탈북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무리한 할당액을 채우지 못해 강제송환 위기에 처한 해외 근로자 등도 자유를 찾아 집단 탈북을 시도하고 있다. 또 브로커들은 다수를 탈북 시키는 것이 얻는 이윤이 많아 소수 인원보다는 한 번에 다수 인원의 탈북을 선호한다.

이제 많은 북한 주민들은 탈북해서 남한에 살고 있는 친인척 및 중국과 밀거래를 하는 사람들을 통해 남한을 더 이상 적화통일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풍요로운 삶을 보장해주는 그러한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자유와 좀 더 풍족한 삶을 위해 탈북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사회는, 주민들에게는 힘든 생활을 요구하면서 정작 김정은 자신은 사치스런 생활을 즐기는 반시대적 행보로 인해 곳곳에 김정은을 욕하는 낙서가 나붙고, 김일성 동상 아래 '김정은 후레자식'이라는 저주의 글까지 발견되는 등 불안전성이 증폭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체제 공고화 목적으로 자행하고 있는 고위층 숙청을 보며 ‘나도 신변에 위해를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북한 내부에 증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엘리트층의 탈북 러시는 김정은 통치 방식의 문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속에서도 살아 남기위해 성과를 독려하는 고위층에 대한 내부적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심상치 않은 엘리트층의 동요에 김정은 정권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북한정권은 체제 단속과 공포정치 강화로 내부 단속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중국 류경식당 종업원 등 13명의 집단탈출·귀순과 관련해 추가 탈북을 막기 위한 해외 검열단 파견 등 단속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적발되는 탈북자나 방조자들을 무자비하게 공개 처형하고 있다. 또 사살 임무를 부여받은 정찰총국 암살조 300여명을 중국에 파견한데 이어, 10여개 테러조직을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 보내 대남 보복공작도 획책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탈북 러시가 계속될 경우, 임계치에 이르면 김정은 체제 균열로 이어져 엘리트층은 물론이고 해외 근무 근로자까지 집단적인 탈북 도미노가 벌어질 것은 자명하다.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폭압적으로 주민을 억누른다고 해도 민심이 한번 폭발하면 걷잡을 수 없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종국에는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는 길 밖에 없다.

정부는 김정은의 '핵 도발'에 이어 탈북 도미노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탈북자들에 대한 정책을 바로 세워 그들이 국내에 잘 정착하도록 돕는 한편 탈북자 조직화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국내 정착한 탈북자들을 통해 재북가족 및 지인들과의 연계관계를 심화시켜 북한 내 김정은 폭압정치에 반발하는 세력들을 규합해 친한적인 지하조직 구축활동을 전개하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중국의 개입을 막으면서 한국 주도로 통일을 달성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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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통일연구회 고문 고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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