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허영섭] 교동도 주민들의 겨울나기
[사설/칼럼-허영섭] 교동도 주민들의 겨울나기
  • 편집국
  • 승인 2016.12.29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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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뉴스통신 칼럼] 교동도의 겨울 들판은 쓸쓸합니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논밭이 텅 비었기도 하지만 추위 탓인지 사람들의 모습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버스가 지나다니는 도로를 따라 몇 가구씩 몰려 있는 마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섬 전체를 도는 마을버스도 오는지 마는지 드문드문 운행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논두렁을 뛰어다니는 노루와 그 노루를 피해 날아가는 철새떼의 울음소리가 들판의 적막함을 깨울 뿐입니다.

교동도가 강화도에 바로 인접해 있다고는 해도 섬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렇듯 상당한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강화도 역시 읍내에서 떨어진 단위부락의 풍경이 번잡할 수는 없지만 교동도의 모습은 더욱 황량합니다. 지리적으로 인천이나 김포에서 더 멀리 떨어진 데다 북한과 경계를 마주하고 있다는 여건 때문이겠지요. 철조망 너머 바다 북쪽으로 빤히 바라보이는 곳이 황해도 연백 지역입니다.

그 황량한 들판을 발길 닿는 대로 걷는 것은 또 다른 묘미입니다. 농로를 걷다 보면 때로는 산길로 이어지기도 하고 다시 석모도나 미법도, 서검도 등 주변의 다른 섬들이 바라보이는 해변 길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마을을 지날 때는 집집마다 처마 밑에 메주나 무말랭이, 무청 시래기를 걸어놓은 모습이 정겹습니다. 굵직한 호박들이 서리를 맞아가며 야트막한 헛간 지붕 위에 그대로 나뒹구는 모습도 덤으로 구경할 수 있습니다.

섬이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중앙에 위치한 대룡시장에서 출발해 대략 한 시간 정도면 동서남북 어느 쪽으로도 해변에 닿을 수가 있습니다. 굳이 버스나 자전거를 타지 않고도 두어 시간이면 어느 곳이라도 충분히 왕복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곳곳에 역사 유적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일일이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는 게 흠이지만 말입니다. 향교와 읍성, 산성터, 봉화대, 조선시대 한증막 등의 자취가 그것입니다.

고려 후기의 유학자인 안향과 목은 이색, 안평대군이 여기를 거쳐갔다는 기록도 전해집니다. 충렬왕 때 안향이 원나라 사신으로 갔다가 공자 초상을 갖고 와 모신 곳이 바로 화개산 자락의 교동향교입니다. 과거 예성강 벽란도를 통해 중국과 뱃길이 이어졌기에 생긴 일일 것입니다. 교동도가 그 어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지요. 나들길을 걸으면서 조선시대 폭군인 연산군과 고려 희종 임금의 유배지에 대해서도 얘기를 들을 수가 있습니다.

교동도가 일찍이 삼국시대부터 역사 기록에 등장한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고구려 때는 고목근현(高木根縣)이라 불렸고, 신라 경덕왕 때 교동(喬桐)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조선 인조 임금 당시 삼도통어사(三道統禦使)를 이곳에 두고 경기·황해·충청의 수군을 통괄하도록 했다는 것만으로도 과거의 위상을 짐작하게 됩니다. 이름처럼 섬에 오동나무가 많았으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나무신발인 ‘게다’를 만드느라 거의 베어졌다는 얘기도 전해집니다.

이처럼 지난날 전성기를 누리던 교동도가 피폐해지고 있는 것은 여느 농촌과 다름없는 현상입니다. 무엇보다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6·25 전란 당시 황해도 피란민의 유입으로 1960년대 말 한때 1만 3000명 정도에 이르렀던 인구가 지금은 기껏 3000명 남짓에 지나지 않습니다. 젊은이들이 자꾸 외지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지요. 강화만에 그어진 남북 경계선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주민들의 생활도 예외가 아닙니다. 주로 논농사로 생업에 매달리고 있으나 쌀 수매가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에 있어 더욱 우울한 분위기입니다. 전반적으로 쌀 소비가 줄어드는 탓에 나타나는 현상이겠지요. 가구에 따라서는 인삼이나 파프리카 등 특용작물을 재배하기도 하고 새우, 장어 양식을 하기도 하지만 평균적인 형편이 윤택할 리는 없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화문석을 짜는 가구도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합니다.

그나마 두 해 전 강화도와 연결하는 왕복 2차선의 연륙교가 개통됐다는 것이 이곳 주민들로서는 커다란 위안이자 기대입니다. 강화터미널과 버스 노선이 연결됨으로써 그동안 여객선에 의존하던 바깥나들이가 훨씬 수월해진 데다 외부 손님들의 발걸음도 잦아졌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줄어들면서 먼지를 날리던 대룡시장의 골목 상점들이 다시 지난날의 활기를 찾아가는 것도 그 덕분입니다.

교동도 주민들은 이제 농한기를 맞아 겨울 채비에 들어간 분위기입니다. 재래식 아궁이에 지필 장작을 패거나 밭에 뿌릴 퇴비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새해를 앞두고 다시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라고 여건이 크게 개선되지야 않겠지만 서로 좀 더 노력하면서 몇 명 안 남은 이웃끼리라도 돕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들입니다. 주민들이 새해 아침 화개산에 올라 새해맞이를 하는 행사가 그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내년에는 교동도 들판을 걷는 발걸음이 한결 푸근해지리라 기대해 봅니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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