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에세이] 건강 수명이 연장되면서 노후 생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주위에 보면 조직생활이나 자영업을 은퇴하고 난 후 노후 생활의 하나로 농어촌에 귀촌·귀농하여 전원 생활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공기 맑고 경치 좋은 곳에 멋진 집을 지어 전원 생활을 '즐기고' 텃밭을 가꾸며 농사 '나' 지으며 한가로운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텔레비전의 연예 오락 프로그램 중에도 농어촌에서의 생활을 재미있게 그려 내는 경우도 많이 보입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께서 진정한 대장부의 길에 대하여 말씀하실 때 丈夫生世, 用則效死, 不用則耕於野足矣(장부생세, 용즉효사, 불용즉경어야족의:대장부로 태어나 나라에 쓰임을 받으면 목숨을 바쳐 조국의 부름에 응할 것이요, 세상에 등용되지 못한다면 초야에 묻혀 밭을 갈고 농사나 지으며 살아가면 그만이다)라고 하신 것을 보면 농사는 쉽고 미천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듯 합니다.

그런데 과연 농사가 재미있고 멋있기만 하고 쉬운 것일까요? 밤 농사만 사례로 들어 보겠습니다. 필자의 고향에서는 밤 농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니, 산에 널려 있는 것이 밤인데 산에서 그냥 줍기만 하면 되는 것이 밤인데 무슨 밤 농사?라며 밤을 농사 짓는다는 사실, 밤나무를 인위적으로 키운다는 사실 자체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밤농사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닙니다.

가을 밤 수확이 끝나면 겨울 내내 가지 치기를 해야 합니다. 가지 치기도 정원 수 가꾸듯 가위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톱으로 굵고 가는 여러 가지들을 잘라내야 합니다. 겨울에도 뿌리가 썩지 않도록 농약 소독도 해 주어야 합니다. 겨울에도 퇴비 등 비료도 뿌려 주어 땅 속에 스며 들도록 해야 합니다. 봄이 되어 새 순이 돋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풀과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퇴비 등 비료로 비옥해진 땅의 영양분 손실을 막으려면 끊임없이 풀을 베어 주어야 합니다. 농약 소독과 퇴비 시비도 꾸준히 계속 해주어야 하고 몇 차례의 항공 방제도 필수적입니다. 벌레들을 유인하여 잡는 집충 전등도 수시로 점검해야 합니다.

밤 수확철이 되면 시간과의 전쟁입니다. 밤이 벌어져 알밤이 땅에 떨어졌을 때 즉시 수확하지 않으면 알밤 끝이 말라서 벌어지게 되고 벌레가 생기기 때문에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땅에 떨어진 밤들을 계속해서 주워야 합니다. 밤송이가 완전히 벌어지지 않아 밤송이에 남아있는 알밤은 손으로 꺼내야 합니다.

밤줍기가 쉽고 재미있어 보이지만 경험이 적은 사람들은 30분만 지나면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픕니다. 밤 수확기간이 보름에서 20일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하루 일당이 8만원(노인들)에서 13만원(건장한 청장년)에 이를 정도며 인부들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밤 나무는 심어놓기만 하면 가을에 수확만 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밤 농사는 매우 힘든 일입니다.
아는 선배 한 분이 직장 은퇴후의 생활을 생각하다가 공인중개사 사무실 운영을 계획하고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하였습니다. 만만하게 생각하고 도전하였는데 1차 시험과 2차 시험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답니다. 1차 시험에 합격하면 다음 1회에 한하여 1차 시험을 면제시켜 줄 정도로 쉽지 않은 시험입니다.

시험과목은 민법 및 민사특별법 중 부동산 중개에 관련되는 규정, 부동산 관련 세법, 부동산 공법 중 부동산 중개에 관련되는 규정 등으로, 공부해야 할 분량이 엄청나게 많아 시험 준비 기간으로 잡은 1년은 너무 부족하였다고 합니다. 그 선배가 1차 시험도 합격하지 못하면서 얻은 소득이란 자녀들이 대학입학 시험 등 시험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다시 한 번 깨달은 것이라고 합니다.
흔히들 남의 일이라고 쉽게 (함부로) 생각하고 말합니다. 남의 일은 쉽다고 (편안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남의 일 바로 알기부터 해야겠습니다.

내외뉴스통신/내외경제TV 상임고문 임정혁
- 현, 법무법인 산우 대표 변호사
- 법무연수원장
- 대검찰청 차장검사, 공안부장
- 서울고등검찰청 고등검사장, 형사부장
- 중앙고, 서울대 법대 졸업,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연수
- 제26회 사법시험(연수원 16기)합격, 제28회 행정고시 합격
- 황조․홍조․근정훈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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