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전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진나라로 가던 도중에 양식이 떨어져서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적이 있었답니다. 안회가 가까스로 쌀을 구해 와 밥을 지었습니다. 공자는 밥이 다 되었는지 알아보려고 부엌을 들여다보다가 밥솥의 뚜껑을 열고 밥을 한 움큼 먹고 있는 안회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공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안회는 제자 가운데 도덕 수양이 가장 잘 되어 공자가 아끼는 제자였습니다. 공자는 크게 실망하고 곧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윽고 안회가 밥이 다 되었다고 하자 공자가 말했습니다. "안회야, 내가 꿈속에서 선친을 뵈었는데 밥이 되거든 먼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라고 하더구나." 밥을 몰래 먹은 안회를 뉘우치게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안회는 곧장 무릎을 꿇고 말했습니다. "스승님, 이 밥으로는 제사를 지낼 수는 없습니다. 제가 솥뚜껑을 연 순간 천정에서 흙덩이가 떨어졌습니다. 스승님께 드리자니 더럽고 버리자니 아까워 제가 그 부분을 먹었습니다." 공자는 안회를 의심한 것이 후회스러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예전에 나는 나의 눈을 믿었다. 그러나 나의 눈도 완전히 믿을 것이 못 되는 구나. 예전에 나는 나의 머리를 믿었다. 그러나 나의 머리도 역시 완전히 믿을 것이 못 되는 구나. 너희는 보고 들은 것이 꼭 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명심하라." 성인 공자도 이렇게 오해를 했는데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어떠하겠습니까?


SNS에 떠도는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길가에 어린 소년이 앉아서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하여 돌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빠르게 지나가는 차량들에 돌이 잘 맞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청년이 탄 차에 드디어 돌멩이가 맞았습니다. 돌멩이를 맞은 차량의 운전수는 차를 멈추어 세우더니 돌을 던진 아이의 멱살을 잡고 때렸습니다. 한참을 때리고 나서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왜 남의 차량에 함부로 돌을 던지느냐. 그런 장난을 하게 되면 차량이 파손될 것이고 하마터면 교통사고를 당할 위험도 있지 않느냐?" 소년이 울면서 대답했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아파서 갑자기 쓰러졌어요. 당장 급하게 병원에 가야 하는데 이런 방법을 쓰지 않으면 병원 갈 방법이 없을 것 같아서 지나가는 차에 돌을 던졌습니다. 돌을 맞은 차량은 멈출 것이고 제가 야단맞더라도 어머니를 꼭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저희 어머니를 병원에 옮겨 주세요." 이 말을 들은 청년은 두 말 없이 소년의 어머니를 병원으로 옮겨 드렸습니다.

필자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외국으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해외여행을 다녀본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는 시간이 우리나라만큼 빠른 곳은 잘 없습니다. 외국 공항에 내려 검색대를 지나기 전에 아내가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했습니다. 한참 후에 화장실에서 나오는 아내를 향해 제가 무작정 마구 퍼부었습니다. "아니 도대체 비행기 안에서 그 기나긴 시간에 화장실도 안 다녀오고 뭐 했어.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검색대 줄이 얼마나 길어졌는지 알기나 해. 도대체 다른 사람 생각은 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단체 생활 할 때 보면 꼭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야. 가족 여행도 단체 행동의 하나인데 남들에게 피해 줄 일은 하지 말아야지. 당신 때문에 우리 가족이 얼마나 긴 시간을 짜증나게 더 기다려야 하는 지 알기나 해?" 아내가 울면서 대꾸합니다. "내가 비행기 안에서 몇 번이나 화장실 갔다 왔는지 알기나 해? 용변을 보려 해도 안 되는데 어떻게 해? 비행기에서 내리니까 일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화장실 갔다 온 거야."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내는 마음먹은 대로 화장실에 갈 수 없는 질병이 있어 병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외국 공항에서의 그 사건(?)은 저의 일생 일대 실수의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남의 전후좌우 사정을 잘 살펴보지도 않고 나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예는 많이 있습니다.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때에는, 특히 화를 낼 때에는 먼저 전후좌우 사정을 제대로 알고 해야 하겠습니다. 섣불리 결론을 내려 평생 후회할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내외뉴스통신/내외경제TV 상임고문 임정혁
- 현, 법무법인 산우 대표 변호사
- 법무연수원장

- 대검찰청 차장검사, 공안부장

- 서울고등검찰청 고등검사장, 형사부장

- 중앙고, 서울대 법대 졸업,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연수

- 제26회 사법시험(연수원 16기)합격, 제28회 행정고시 합격

- 황조․홍조․근정훈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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