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김정남의 시신이 평양으로 인도되었다. 그동안 북한 대사관에 은신해 있던 암살 용의자 2명도 함께. 말레이지아 당국은 '사건직후 평양 으로 도주한 핵심 용의자들을 모두 검거할 때 까지 수사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그냥 외교적 수사(修辭)일 뿐이다. 김정남 피살 초기만 해도 말레이지아와 북한의 국교 단절 가능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가 예측 되었다. 그러나 불과 두 달도 채 못돼 사건은 영구미제로 묻혀갈 공산이 크게 되었고, 국제사회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고 있다. 일단은 김정은의 한판승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혈통에 대한 콤플렉스와 김정남 존재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야 이미 널리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왜 이 시점에서, 하필이면 다양한 국적의 수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을 살해하였을까? '김정남의 망명 기도 첩보가 긴급하게 입수 되어서''김정남 제거라는 김정은의 오랜 스탠딩 오더에 압박을 느낀 북한 공작부서의 절박한 소행''불안한 내부 민심을 무마하기 위해서' 등 다양한 분석과 추측이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김정남이 소지하고 있던 여권이 이번에 처음으로 사용된 여권이고, 사건 용의자들이 모두 김정남의 말레이지아 입국(2월 6일)을 전후하여 입국한 점 으로 볼 때 북한은 김정남의 동향을 이미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은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말레이지아와는 1973년 수교한 이래 2009년에 비자 면제 협정을 체결하고, 현재 1000여명의 북한인이 체류하고 있어 말레이 지아에서의 북한 공작여건은 아주 양호하다. 이처럼 김정남의 동선(動線)이 사전에 파악 될 수 있었고, 현지의 공작지원 역량도 충분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2월 6일 김정남 입국이후 어디에서든 은밀하게 김정남을 살해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 가담한 북한 공작원들이 과거 KAL 858기 폭파사건 이나 버마 아웅산 테러사건 때와는 달리 모두 실명의 북한 여권을 사용 하였다. 또 북한 공작 지휘부까지 사건현장에 나타나 공항 CC TV 등에 노출 되었다. 범행을 직접 실행한 외국적 여자 두 명은 사후 아무런 보안 조치도 없이 말레이지아 경찰에 체포되도록 그대로 방치되었다. 이 것이 이번 사건이 단순한 김정남 암살 사건이 아니고, 김정남 살해를 통해 외부에 대한 과시성 경고, 즉 김정은 나름의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사전에 계산된 테러로 보는 이유들이다. 망명을 결심하고 있는 북의 고위간부는 물론이고, 김정남을 감싸고돌던 중국, 북한에 대해 강력 대응을 시사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 조만간 새로 들어설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무언의 겁박을 한 것이다. 속된 말로 ‘나는 고모부도 죽이고 만인환시리에 형까지도 죽이는 사람인데 무슨 일인들 저지르지 못하겠나’라는 것을 세계에 대놓고 과시한 것이다.
김정은은 김정남 테러 이후 미사일을 또 세 번이나 더 날렸고, 조만간 여섯 번째의 핵실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 주말, 주력 핵 항모인 칼빈슨호를 한반도 인근해역으로 이동 배치중이라고 밝혔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보여준 김정은의 ‘미치광이 전략(狂人戰略, Madman Strategy)’이 유사한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에게는 어떻게 얼마나 먹혀들지 두고 볼 일이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보통일연구회 연구기획실장 장석광


- 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 연구원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21세기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안보통일연구회 연구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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