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봄이 무르익어 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봄꽃인 벚꽃을 시작으로 매화, 복사꽃, 살구꽃, 철쭉, 튤립, 유채꽃, 산수유 등 전국적으로 봄 축제를 열고 있는 꽃 이름만 해도 참 많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벚꽃이 장관을 이루는 서울 여의도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라는 뉴스가 나옵니다. 서울 양재동 꽃 시장에 가족들과 가보면 수많은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꽃들을 구경할 수 있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활기찬 봄날에 여러 가지 꽃들을 마음껏 구경하며 즐길 수 있음은 커다란 행운이요, 축복이며, 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꽃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음을 감사하면서, 장님(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장님은 시각적 신체장애인을 직접적으로 낮추어 부르는 말이므로 '시각 장애인'으로 고쳐 부르라고 권유하고 있음)도 꽃을 좋아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와 관련하여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장님의 꽃밭(장님을 위한 꽃밭)' 이야기입니다. 어느 젊은 부부가 있었답니다. 그런데 아내는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었습니다. 남편은 장님인 아내를 위하여 꽃밭을 열심히 가꾸어 주었답니다. 그렇지만 동네 사람들은 장님인 아내를 위해 열심히 꽃밭을 가꾸어 준다며 자랑하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참다못한 이웃 사람들이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앞도 못 보는 장님인 아내를 위해 꽃밭을 열심히 가꾼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요?" 남편이 자랑스럽게 대답합니다. "아내는 비록 눈으로는 이 꽃들을 보지 못하지만 꽃을 아주 좋아합니다. 첫째로 저의 아내는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있으니(후각, 嗅覺) 꽃에서 나는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 중에 저의 아내보다 꽃의 향기를 더 잘 맡을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둘째로 저의 아내는 귀로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청각, 聽覺) 꽃잎이 나부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 저의 아내만큼 꽃잎이 나부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셋째로 저의 아내는 손으로 물건을 만질 수 있으니(촉각, 觸角) 꽃잎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 저의 아내만큼 꽃잎의 부드러운 촉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또한 저의 아내는 혀로 맛을 느낄 수 있으니(미각, 味覺) 꽃잎의 맛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 저의 아내만큼 꽃잎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저의 아내는 비록 보지는 못하지만 향기를 맡을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맛을 볼 수 있기에 꽃을 좋아합니다. 이렇게 꽃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저는 꽃을 가꾸는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과 사물을 자신의 눈으로만 자신의 시각으로만 보고 생각하고 있음을 되돌아 볼 수 있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장님과 등불' 이야기입니다. 캄캄한 밤중에 외출하려는 장님에게 그의 친구가 등불을 줍니다. 그러자 장님은 버럭 화를 내며 말합니다. "아니, 누구를 놀리는 거야? 소경이 등불을 가져서 무슨 소용이 있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장님이라고 조롱하니 자네까지도 나를 조롱하는가?" 친구가 달래면서 말했습니다. "그게 아닐세. 내가 준 등불은 자네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앞에서 오는 다른 사람들이 그 등불을 보고 자네를 피해 가도록 주는 것이니 오해 말게." 친구의 말을 수긍한 장님은 등불을 들고 밤길을 더듬어서 걷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만 마주 오는 사람과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장님은 화가 나서 마주 오다 부딪친 사람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보시오, 당신은 앞도 보지 못하오? 이 등불이 보이지도 않소?" 그랬더니 상대방이 웃으며 말합니다. "장님이셨군요. 그래서 등불이 꺼져버린 것도 알지 못하고 안심하며 들고 오셨군요." 시력이 정상인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장님 역시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장님의 꽃 사랑 이야기와 등불 이야기를 통해 장님이던 아니던 우리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만 자신의 눈으로만 세상과 사물을 보며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보았습니다. "장님도 꽃을 좋아할 수 있습니다."

내외뉴스통신/내외경제TV 상임고문 임정혁

- 현, 법무법인 산우 대표 변호사
- 법무연수원장

- 대검찰청 차장검사, 공안부장

- 서울고등검찰청 고등검사장, 형사부장

- 중앙고, 서울대 법대 졸업,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연수

- 제26회 사법시험(연수원 16기)합격, 제28회 행정고시 합격

- 황조․홍조․근정훈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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