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가정의 달인 5월에는 유독 각종 기념일이 많습니다. 근로자의날(5월1일, 1963년 제정), 부처님 오신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 날(5월15일), 부부의 날(5월21일), 5·18민주화운동기념일,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일(5월23일)이 있고, 바다의 날(5월31일), 방재의 날(5월25일), 세계인의 날(5월 20일, 대한민국 국민과 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2007년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에 의해 지정된 법정기념일)과, 유권자의 날(5월 10일, 1948년 5월 10일은 보통 평등 직접 비밀 선거라는 민주적인 선거제도를 도입한 최초의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었던 날로 이 선거에 의해 제헌의회가 구성되었으며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한 바, 대한민국 민주 정치의 출발점으로서의 의미가 깊은 날로 2012년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법정기념일)도 있지만 그 중에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날로 ‘발명의 날(5월19일)’이 있습니다. (발명진흥법 제5조 : 정부는 국민에게 발명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발명 의욕을 북돋우기 위하여 매년 5월 19일은 발명의 날로 정하고 발명진흥을 위한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발명의 날은 1442년(세종24년) 5월 19일 조선에서 세종대왕께서 측우기를 발명하여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날로 1957년부터 정부에서 행사를 개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매년 발명의 날에는 특허청 주최로 기념행사를 개최합니다. 측우기는 빗물의 양을 재는 기구입니다. 측우기는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떨어지는 빗물의 양을 측정하는 극히 단순한 계측기에 불과하지만 측우기 발명 당시로 보면 농사와 백성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에 기한 획기적인 발명품입니다. 농경에 근간을 둔 농업 위주의 생활을 하였던 조선시대에 가뭄 또는 홍수 피해를 예측하고 예방하는데 결정적인 기구로, 서양의 이탈리아보다 약 200년이나 앞서 발명된 관측 기구였습니다. 측우기 발명일을 발명의 날의 뿌리로 삼은 것은 그 의의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세종대왕께서 가뭄과 홍수를 극복하여 태평성대의 초석을 만든 것처럼,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당시의 대한민국 상황에서 발명진흥을 통해 다시 한 번 잘 살아보려는 국민적 염원에서 제정된 것으로 짐작해 봅니다. 발명의 날이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념하는 행사는 별로 눈에 뜨지 않으며 국민적 관심도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발명의 날인 5월 19일, 관심을 끄는 뉴스 하나는 특허청이 발명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나라를 빛낸 발명품 10선을 선정한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최고의 발명품은 ‘훈민정음’이었습니다. 전문가 그룹이 선정한 발명품 25선에 대해 누리꾼들이 특허청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한 온라인 투표결과입니다. 거북선과 금속 활자, 온돌 등이 2, 3, 4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발명왕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일 것입니다. 세종대왕이 새겨진 1만 원권 화폐는 조선시대의 과학적 발명품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보통 화폐에는 나라를 대표하는 위대한 인물과 문화적으로 중요한 대상이 들어갑니다. 미국 달러화에는 국회의사당, 의회 등 건물이, 영국은 인물과 관련된 삽화가, 캐나다는 물총새, 흰올빼미 등 새의 도안을, 일본은 엔화에 후지산, 벚꽃을 넣었는데, 우리나라의 1만 원 권 지폐와 같이 과학이 주제가 된 도안을 채택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고 합니다. 국보로 지정된 천상열차분야지도와 천체의 운행을 관측하는 기구인 혼천의, 그리고 국내 최대 규모의 보현산 천문대 광학 천체 망원경이 화폐에 등장했다는 것은 이들의 문화적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면의 세종대왕 초상화 옆에는 "불휘기픈남간 바라매아니뮐쌔(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니)…"로 시작되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인 훈민정음(한글) 창제 이후 최초의 영웅서사시인 '용비어천가'가 적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인 의미가 큰 기념일들만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래를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기념일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특허청에서 주관하고 있는 발명의 날 행사도 좀 더 격이 높은 정부 행사로 격상시키고, 관련 행사도 다양하고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AI(인공지능)와 4차 산업혁명으로 과학과 발명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커져가는 현 시점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내외뉴스통신/내외경제TV 상임고문 임정혁

- 현, 법무법인 산우 대표 변호사
- 법무연수원장

- 대검찰청 차장검사, 공안부장

- 서울고등검찰청 고등검사장, 형사부장

- 중앙고, 서울대 법대 졸업,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연수

- 제26회 사법시험(연수원 16기)합격, 제28회 행정고시 합격

- 황조․홍조․근정훈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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