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를 겨루는 집단 경기

승패를 겨루는 집단 경기
마을과 마을이 대결한 민속놀이

협동심 기른 힘겨루기

줄다리기는 농경사회 때에 마을과 마을이 협동심을 고취하면서 힘겨루기를 한 농경의식의 하나이다. 지역사회의 마을이나 방위(方位)를 단위로 하여 두 편으로 가른 다음에 줄다리기를 하였다.

농사를 주업으로 삼았던 옛날 농경사회 때부터 우리 민족은 줄다리기를 통한 협동정신을 고취시켜 왔다. 그것이 민속놀이로 발전하고 무형문화재로 이어진 것이다.

“영차! 어영차~!”

양쪽 팀의 청장년들이 서로 우렁찬 화음을 이루면서 동아줄을 자기편으로 끌어당기는 힘겨루기를 하였다.

그때 농악대가 따르고 경기에서 이기는 팀에게 수여할 승전기(勝戰旗)가 나부끼고 남녀노소가 응원하면서 마을 축제분위를 엮어냈다.

아시아 일대의 여러 나라에서는 농경사회 때에 풍년이 들고 마을이 평온하고 화목하며 인정 넘치는 사회를 이루자는 염원에서 줄다리기를 실시하였는데, 그 바탕은 보편화된 기복신앙(祈福信仰)에 근거하여 줄다리기 게임을 진행하였다.

중국은 6~9세기부터 후난성, 후베이성 등에서 줄다리기가 실시되었고, 일본에서는 6월 중에 날을 잡아 줄다리기를 하였으며, 인도네시아와 라오스에서는 모내기철에 줄다리기를 펼쳤다고 전한다, 특히 라오스는 뱀 줄을 만들어 줄다리기를 하였는데, 암줄을 잡은 팀이 이기면 풍년이 든다고 여겼다.

명절 때 마을별로 펼쳐

우리나라에서는 중부 이남의 평야지대인 경기권과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일대에서 널리 행하여졌는데, 주로 음력 정월 대보름, 5월 단오절, 7월 백중절을 전후하여 펼쳐졌다.

이때 줄다리기의 동아줄은 마을 단위로 집집마다 짚을 모아 새끼를 꼬고 여러 가닥, 여러 겹으로 줄을 꼬아가면서 길이 40~60m, 지름 5~10cm의 굵은 줄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동아줄은 두 개를 만들고 몸줄에 참가자 수만큼의 손잡이를 매달았다. 줄머리에는 도래라는 특별한 고리를 지어 보다 큰 암고리 속에 수고리를 끼워놓고 통나무를 꽂아 하나로 연결시켰다. 보통 동쪽 팀은 남성을 의미하는 수컷줄을 잡고, 서쪽 팀은 여성을 상징하는 암줄을 잡고 서로 자기편으로 끌어당기는 게임을 하였다.

이때 두 팀의 한 가운데에서 깃발을 흔들며 신호를 하면, 그 신호에 따라 줄을 끌어당기는 대결이 펼쳐진다. 지방에 따라서는 동군, 서군 대신에 청군, 백군으로 편을 갈라 줄다리기를 하였다.

줄다리기에서는 특별한 신앙이 있었다. 특히 정월 보름을 전후하여 열리는 줄다리기에서는 암줄을 잡은 팀이 이기면 풍년이 들고 마을 사람들의 건장이 지켜지며, 수컷줄을 잡은 팀이 이기면 흉년이 들고 마을 사람들이 질병 등으로 어려운 한해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연고로 인하여 수컷줄을 잡은 팀이 끌어당기다가도 밀리는 척 하고 끌려가는 시늉을 연출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승패의 방향이 정해진 셈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일부러 져주는 팀은 비겁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에 마을의 자존심과 명예를 걸고 끝까지 힘을 겨루었다.

특히 줄다리기 중에서도 유명한 경남 창녕의 ‘영산줄다리기’는 1969년에 무형문화재 제26호로, 충남 당진의 ‘기지시줄다리기’는 1982년에 무형문화재 제75호로 각각 지정되었다.

그 밖에도 전남 광양의 ‘고싸움’이나 경남지방의 ‘용호놀이’ ‘동래 줄다리기’도 유명하다.

운동회 때에도 등장

줄다리기 게임은 운동회나 체육행사 때에도 거의 단골 프로그램으로 등장한다. 그만큼 우리 민족의 민속놀이로 그 뿌리가 아주 깊다.

단체 게임으로 줄다리기를 행하는 것은 최대의 단결력과 화합력으로 지혜를 겨루는 안성맞춤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줄다리기의 매력을 모두가 함께 끌어당기면 당겨오는 듯 하다가도 호흡이 맞지 않으면 끌려간다는 데 있다. 끌어당기고 끌려가는 실랑이가 반복되지만 그 순간순간의 열기는 무척 뜨겁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묘미이다.

줄다리기는 “영차! 영차!”하면서 호흡을 맞추고 박자를 맞추면서 한번 끌어당긴 뒤 호흡을 고르고 또 다시 끌어당기면서 힘을 겨룬다. 그러다가 상대방이 지치거나 호흡이 맞지 않아서 질서가 무너지면 순간적으로 사정없이 끌어당기는 지혜로운 게임이다. 그래서 슬기의 대결, 머리의 싸움이며 협동심의 대결이라고 일컫는다.

두 팀이 서로가 힘을 하나로 모아 동아줄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협동심을 길러주고 단결력을 높이는데 아주 좋은 것으로 여기고 권장하고 있다.



유한준

-現 아동문학가, 시인, 저술가로 활동
-대한언론인회 편집위원
-前 종교뉴스신문 편집주간
-前 독서신문 이사 편집국장
-한국일보를 거쳐 조선일보 정년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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