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기저기에 통일을 주제로 한 자리가 많아졌습니다. 우리에게 통일은 일상 주제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실상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숙명인데 머리에서 비우고 살고 있다는 게 정상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예사롭지 않게 표현한 덕분인지 통일이 요즘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선진통일전략'을 쓴 한반도선진화재단 박세일 이사장은 “통일 비용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비용이 아니고 통일 투자다. 통일되어 투자할 곳이 생기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두 손 들고 환영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일되면 바로 그 순간부터 우리나라는 한 단계 도약할 것이 분명하니 실제로 투자이겠습니다.

통일은 어느 순간에 우리 눈앞에 느닷없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미리 준비해 두지 않으면 일정 기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지식재산분야에서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특허분야를 조율하기 위해 산업재산권 보호에 관한 파리협약, 특허협력조약(PCT), 마드리드협정에 대한 의정서와 같은 국제조약이 여럿 있습니다. 조약에 따라 각 나라의 특허권에는 특허독립원칙이 적용됩니다. 각 나라에서 특허는 서로 독립한다는 원칙인데, 이에 따라 각 나라마다 특허를 받아야 그 나라에서 권리를 누릴 수 있습니다.

특허 관련 국제조약에서 한국과 북한은 독립국입니다. 북한은 지식재산 관련 국제조약에 대부분 가입하여 조약이 발효됐습니다. 예상과 달리 북한은 우리보다 먼저 국제조약에 가입했습니다. 북한은 산업재산권 보호를 위한 파리협약이 1980년 6월 10일 발효되어 우리 발효일 1980년 5월 4일과 엇비슷하고, 마드리드협정에 대한 의정서(프로토콜)는 1996년 10년 3일 발효(우리는 2003. 4. 10), 특허협력조약은 1980년 6월 8일 발효(우리는 1984. 8. 10), 상표분류에 관한 니스 협약은 1997년 6월 6일 발효(우리는 1999. 1. 8)됐습니다.

외국인은 국제조약에 따라 북한에 특허를 낼 수 있습니다. 많지는 않더라도 실제 특허를 등록해 두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권리를 신청해도 서로 받아주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기업도 북한에 산업재산권을 가질 필요성이 있습니다. 상표권은 더욱 필요합니다. 우리 기업이 북한에 상표권을 얻으려고 해도 우리나라 국적이면 받아주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에 설립한 법인을 통해 신청하기도 하는데, 운 좋게(?) 들키지 않으면 등록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길로 북한에 상표권을 가진 우리 기업이 상당수 있으리라 미루어 짐작합니다.

지식재산권 분야 국제조약에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서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이런 국제 원칙이 있음에도 한국과 북한은 서로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습니다. 통일 이전이라도 이것은 바로잡는 게 좋겠습니다.

통일될 때 한국과 북한의 권리자가 같은 사람이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권리자가 서로 다르면 권리 충돌이 생기므로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심거리입니다. 한쪽에만 권리를 갖고 있을 때 통일 뒤 그 권리가 다른 쪽까지 확대된다고 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10여 년 전에 우리나라에 북한 지명을 상표로 등록하는 바람이 분 적이 있습니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북한 지명이 상당수 등록됐을 겁니다. 한국과 북한은 각자 법에 따라 권리를 주었습니다. 통일 이후 권리 지역이 확대된다면 충돌이 생길 여지가 있습니다. 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일정 방식이나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특허제도는 국제에서 공통되는 것이 많긴 하지만, 특허권의 권리 신청, 심사, 등록결정과 등록, 심사조직에서 세부 내용은 상당히 다를 것입니다. 통일 후 이런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제도를 비교 연구해 두어야겠습니다.

우리가 통일을 꿈꾸면 반드시 옵니다. 각 분야에서 통일을 대비하여 차근차근 챙겨야겠습니다. 그래야 별 혼란 없이 통일시대를 열어갈 것입니다. 통일이 다가온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뜁니다. 지식재산분야는 변리사가 점검하겠습니다. 통일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고영회

1958년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석사(1998), 박사과정을 수료(2003)했으며, 변리사와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자격이 있습니다. 대한변리사회 부회장과 대한기술사회장을 지냈고, 지금 성칭특허법률사무소(www.patinfo.com)대표, 과실연 수도권 대표, 세종과학포럼 상임대표를 맡았습니다.
'한글 바로쓰기, 우리 것(고유문화, 예술, 사상)제자리 찾기, 과학기술자 제대로 대우하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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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칼럼그룹 고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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