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장발장’으로 친숙한 빅토르 위고의 소설「레미제라블」을 보면 주인공은 빵 한 조각을 훔쳤다는 이유로 19년간 강제노역을 하다 석방된다. 출소 후 전과기록이 있는 주인공에게는 일자리는 커녕 잠자리 마련 조차 버겨운 일이었다.

하지만 주인공에게 먹고 자는 일보다 더욱 힘든 것은 사회의 싸늘한 시선이었다.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사업가로 성공한 주인공은 시장의 자리에 까지 오르게 되지만 그의 뒤에는 언제나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는 형사 자베르가 있었다.

신상정보 등록 담당 경찰로서 근무를 하다보면 “저,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인데 혹시 집에 통지하나요? 직장에 알리나요?”라고 묻는 전화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성범죄를 범한 사람들이 주변에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질문하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성범죄를 범해도 합의를 하면 가벼운 처벌만 받고 끝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처음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 사람들이 20년 동안 등록되어 관리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부분의 성범죄가 신상정보 등록대상 범죄가 되지만 여기에는 흔히 얘기하는 ‘몰카’도 포함된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몰래카메라를 찍다가 적발되어 유죄가 확정되면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상 카메라 이용 촬영죄로 형사처벌을 받고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는 것이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에 따르면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의무가 발생한다.

우선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30일 이내 주소지를 관할하는 경찰서에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및 실제 거주지, 직업 및 직장 등 소재지, 신체정보(키· 몸무게), 소유차량 등록번호 등 신상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이 때 담당 경찰은 등록대상자의 정면, 좌측․우측 상반신 및 전신 사진을 촬영한다.

신상정보 제공은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 등록대상자는 1년 마다 경찰서에 출석하여 사진촬영을 해야 하고 6개월 마다 한 번씩 신상정보의 진위 및 변경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 만약 대상자가 이를 불이행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법무부장관은 경찰에서 받은 신상정보를 전산망에 등록하고 20년 동안 관리하며, 여성가족부장관은 이들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한다. 성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기관 또한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빵 한 조각 훔친 죄를 성범죄와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이쯤 되면 소설속 주인공이 평생을 감시당했던 것처럼 성범죄자들도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발 붙일 곳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첩도 지나고 바야흐로 꽃 피는 봄이 왔다. 여성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짐에 따라 성범죄도 증가할 것이다. 한 순간의 충동을 자제하지 못하면 20년 동안 누군가에게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분명하게 명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규연

삼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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