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체결 이후 북한의 대남전략과 통일정책의 핵심은 ‘주한미군 철수’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라는 중심고리를 풀기 위해 ‘대남사업’ 부문 역량을 집중해왔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핵무력 강화도 주한미군 철수를 겨냥한 것이다.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집착은 군사력뿐 아니라 외교력과 대남선전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쉬지 않고 전개되고 있으며 총력전의 모습을 띠고 있다. 

북한은 왜 주한미군 철수에 목을 매고 있을까? 북한의 주한미군에 대한 공식 입장은 “주한미군은 한반도를 식민지로 지배하기 위해 들어온 점령군이며, 민족분단의 원흉이자 통일의 장애물이고 식민지 폭압기구”이기 때문에 민족통일을 위해서는 반드시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논리와 선전은 참으로 해괴망측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고 해서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라는 주장은 북한이 조작한 빈말이다.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이 미국의 식민지가 아니듯이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가 아니다. 그럼 에도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논리는 1980년대 이후 국내에 광범위하게 전파되었고 급기야 친북세력들의 ‘정치적 신념’으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은 1990년대 이후 대미(對美) 관계 개선에 목을 매기 시작하면서 ‘주한미군 주둔 용인’설을 흘렸다. 최근에 나온 주한미군 용인설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밝혔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지난 9월 5일 평양을 방문한 한국의 대북특사단이 귀국하여 ‘북한이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주둔은 별개 문제’로 보고 있다고 전해진 후 북한의 ‘주한미군 주둔 용인’설이 사실 인양 회자 되고 있다. 

북한의 ‘주한미군 용인’설을 믿어도 될까? 북한은 한국의 평양방문 대북특사단 귀국 이틀 후인 9월 7일에 북미 비핵화 협상 실무책임자 김영철이 수장으로 있는 통일전선사업부 소속의 '반제민족민주전선중앙위원회 선전국’ 명의로 “침략과 분단의 원흉, 불행과 고통의 화근인 주한미군을 단죄한다”는 제목의 주한미군 성토문을 발표했다. 이 성토문은 ‘구국 전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대외적으로 공개되었고, 9월 8일 자 노동신문에 전문을 그대로 수록했다. 

주한미군 성토문에는 도대체 무슨 내용이 담겼나? 주요 내용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미군은 '해방자의 탈'을 쓰고 한반도에 들어왔고, 삼천리 강토의 허리를 동강 냈으며, 일제의 무단통치를 능가하는 포악한 군정 통치를 했고, 극악무도하고 악랄한 6.25 북침 전쟁을 일으켰으며 오늘도 야수적인 살인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성토문은 말미(末尾)에 한국 국민에게 10여 개에 달하는 주한미군 철수 투쟁 구호도 함께 제시하였다. 이들 구호 중 “각계 민중은 미국의 지배와 간섭을 종식 시키기 위한 범국민적 투쟁에 총궐기하자”, “통일의 길 가로막는 분단의 원흉, 판문점 선언이행의 기본 걸림돌인 미군을 하루빨리 몰아내자”, “주한미군 기지들을 통째로 매몰하자”, “반미는 최대의 자주이고 애국이며 통일이고 번영이다”, “현 시국은 반미구국 성전으로 전(全) 국민을 부르고 있다. 한마음 한뜻이 되어 거족적인 반미자주화, 미군 철수 투쟁을 전개하라”는 구호는 북한의 주한미군에 대한 기존입장에 변함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말해주고 있다.

북한발(發) ‘주한미군 주둔 용인’설이 한국과 미국의 시민들로부터 진정성을 얻지 못하고 ‘설’로 머물 수밖에 없는 원인과 배경은 이와 같은 북한의 이중적 행태에 있다. 또 한 주한 미군 주둔 용인과 관련하여 책임 있는 당국자의 ‘공식적’인 선언이나 발표 없이 비공식적인 자리와 이면(裏面)에서 책임 없는 자의 입을 통해 전언하는 방식으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주한미군 주둔 용인’설의 ‘의혹’을 풀고 비핵화 ‘의지’를 확정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선명하고도 책임 있는 실질적 행위로 이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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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순 안보통일연구회 연구위원

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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