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편집국] 올해는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최근 대덕연구단지에서 ‘출연연구소(이하 출연(연)) 혁신을 위한 집현전의 창조적 R&D 시스템 구축’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세종은 집현전을 통하여 세계적이고 수많은 독창적이며 과학적인 업적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한글, 혼천의, 해시계, 물시계, 측우기 등을 발명하고, 향약집성방(의학), 농사직설(농학), 칠정학내편(천문학) 등 다방면의 많은 저서를 편찬하였다. 노벨상 제도가 일찍 있었더라면 세종과 집현전 과학자들은 노벨상을 독식하였을 정도로 업적은 창대하다. 우리가 당면한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위해 출연(연)은 세종이 어떻게 집현전을 최고의 싱크탱크로 만들었나를 벤치마케팅 할 필요가 있다. 세종은 즉위 2년째에 집현전을 국가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집무실(사정전)에서 비서실(승정원)보다 가까운 거리에 설치하였다. 이는 세종이 집현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으며 세종의 업적은 집현전의 산출이며 집현전은 세종의 브레인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왕의 자문기구로 세워진 집현전은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 가장 선망했던 일터였다. 집현전 학사의 선발기준은 우선 젊고 실력이 뛰어나야 한다. 세종은 장영실처럼 명문가 출신이 아닌 미천한 집안출신도 실력만 있으면 채용하였다. 세종은 집현전 학사들을 파격적으로 대우하면서 최대로 활용했다. 이들은 하루에 3번 임금을 만날 수 있었고 밤늦게까지 일했지만 출퇴근이 자유로웠다. 자신들의 연구가 곧 정책으로 수립될 수 있다는 긴장감 속에서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들은 집현전에 들어가서 문헌을 비롯하여 핵심정보를 접할 기회도 많았고 끝없는 학습과 동료들 간에 활발히 토론하는 문화를 가졌다.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 소장은 심포지엄 발제 ‘세종은 어떻게 집현전을 최고의 싱크탱크로 만들었나?’에서 출연(연)이 배워야 할 점도 강조하였다. 세종은 다양한 분야 전공자를 뽑아 정년이 보장될 정도로 오랜 기간 함께 연구하게 했다. 1420년부터 37년간 활동한 100여 명의 학자들을 분석해 보면 상당수가 자연계열 전공자였다. 집현전 학사들은 방대한 자료가 집적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었으며, 신속 정확한 열람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또한 집현전은 적실성 있는 연구를 수행하여 좋은 연구는 정책으로 채택되어 실천하는 연구와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출연(연)이 집현전처럼 국가발전을 위해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장해물은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위해 출연(연) 구성원이 깊은 자성과 함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공감하였다. 출연(연)의 진정한 위기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다. 따라서 출연(연) 구성원의 소명의식과 리더십, 전략적 R&D 기획역량, 정당한 평가시스템 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이공계 출연(연)은 1966년 최초로 설립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포함하여 현재 25개가 있다. 우리나라가 지구상의 가장 못사는 국가에서 경제분야의 비약적 발전은 무엇보다 출연(연)의 기여가 가장 컸다. 그러나 지금의 출연(연)의 위상은 그렇지 못하다. 내년이면 국가 과학기술 R&D가 20조원에 달한다. 출연(연)의 연구 환경과 처우는 역사 이래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 출연(연)에 요구되는 역할은 40여 년 전 선진기술을 모방하여 국산화해야 하는 내용과는 달리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혁신적인 연구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출연(연)은 대학, 기업, 국립연구소와 차별화된 미래지향적인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출연(연)은 A매치 축구경기라면 박지성 같은 공격형 미드필드 선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미래에 기업이 돈이 되는 산업핵심기술과 연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출연(연)에서 최근 R&R(research and responsibility) 즉 연구와 사회책임이 강조되고 있어 다행스럽다.

초대 KIST 소장이고 대덕연구단지의 초석을 닦은 고 최형섭 박사는 대전 현충원 국가유공자묘역에 있는 그의 묘비 ‘연구자의 덕목’에서 “학문에는 거짓이 없어야 하고, 부귀영화에 집착하지 않고, 시간에 초연한 생활연구인으로서,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직책에 충실해야 하고, 아는 것을 자랑하지 않고 모르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를 강조하고 있다. 오늘을 사는 후학으로서 남을 탓하지 말고 창피한 과학자로 전략하지 않기 위해서는 가슴속에 새기고 실천할 때다. 대통령을 비롯한 관련 정치인, 관료들은 출연(연)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책임에 대해서는 신상필벌 할 수 있도록 믿고 소통하면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세종의 애민정신에 입각하여 출연(연) 구성원은 먼저 자성하고 국가와 지구촌이 당면한 제반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철학하는 과학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현전처럼 가장 일하고 싶은 출연(연)이 되도록 이해당사자가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진단하고 해결하기 위해 솔선수범하고 세상과 소통하면서 끝없이 학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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