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체맞춤의료 전문연구단장

[내외뉴스통신] 최근 통계청에서는 우리나라 사람의 기대수명이 점차 증가해 2017년 현재 남자는 79.7년, 여자는 85.7년이며, 사망원인으로는 암 질환이 1위이며, 그 다음으로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순임을 발표했다.

이는 세계 주요 국가들에서도 유사한 상황으로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치료제 혹은 치료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매우 필요한 상황이다.

1971년 미국 닉슨 정부는 ‘국가 암 법(National Cancer Act)’을 통과시켰고, 그 이후 수십 년 동안 암 정복을 위한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으며, 지난 2016년에는 오바마 정부에서도 ‘암 정복 국가정책(National Cancer Moonshot Initiative)’을 발표하면서 또 다시 암 정복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효과적인 암 치료제는 현재까지 개발되지 않고 있다. 도대체 암 치료는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암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이유는 아마도 ‘암의 전이 능력’과 ‘치료(제)에 대한 암의 내성’ 때문일 것이다.

암 세포는 뛰어난 생명력을 가지고 암세포 자신과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면서 기존 약물에 대한 내성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암 세포는 암 진행의 초기부터 원발지를 벗어나 림프절이나 타 조직으로 전이를 한다.

암 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80% 이상은 원발암이 아닌 전이된 암에 의한 사망임을 고려하면, 앞서 언급한 약제 내성과 함께 전이 능력이 암 치료의 절대적 표적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수술 이외에 암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이전에는 부작용이 심한 화학항암제 요법과 방사선 치료 요법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2001년 5월 판매승인을 받은 만성골수성 백혈병 표적치료제인 글리벡의 성공 이후, 전 세계 제약사들은 암 세포만을 타깃으로 공격하는 표적항암제 개발에 몰두해 왔으며, 그 결과 현재 폐암을 선두로 해 다양한 암종들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표적항암제들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현재까지 임상에 사용되고 있는 모든 표적항암제들은 낮은 반응성 혹은 내성발생으로 인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아주 제한적인 치료효능만을 보여주고 있으며 암을 정복하는 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는 내성극복과 치료효능 증대를 위해 다양한 치료기술을 병합하는 보다 효과적인 암 치료기술 개발이 제안되고 있다.

최근 암 치료기술의 큰 흐름으로 면역항암치료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기존의 항암제들과 달리 약물 내성이 생기지 않고 완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로 면역력을 올려서 암을 치료하고자 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면역시스템은 외부 침입자 발생 시 작동하다가 외부 침입자가 제거되고 나면 면역반응이 사라지는데, 암세포는 이러한 ‘면역반응 염증의 종료’ 시점을 알려주는 시그널로 작용하는 PD-L1 리간드를 발현시킴으로써 면역에 의한 항암 효과를 회피할 수 있다.

PD-1(수용체)/PD-L1(리간드)의 결합을 차단하는 면역항체항암제들이 있는데, 이 항체 항암제들은 PD-L1 리간드를 발현해 면역 감시를 회피하는 암세포들의 기능을 억제해 면역항암 치료효과를 나타낸다.

하지만 이들 항체들은 높은 치료효능과 낮은 부작용의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보이는 반면, 반응률이 대체로 낮은(예를 들어 폐암의 경우 15~20%) 문제점이 있다.

이와 함께, 다른 면역항암치료법으로써 암세포에 대항하는 T세포 및 NK세포들의 면역 능력을 높이는 새로운 항암치료술(CAR(chimeric antigen receptor)-T, CAR-NK)이 개발돼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 허가된 CAR-T의 경우를 살펴보면, 여전히 약물 작용과 부작용의 관점에서도 개선해야 할 문제들이 존재한다.

십여 년 전부터 암 치료제 및 치료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표적으로 암세포 특이적인 세포대사 혹은 대사유전자들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특히 암세포가 특이적으로 많이 사용해 암 진단(PET 진단법)에도 활용하는 포도당 분해대사작용(glycolysis)과 그 대사산물인 젖산(lactate)의 기능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기술 개발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15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는, 세포내 젖산의 새로운 기능을 규명하고 이에 의한 암의 조절과정을 규명하고, 포도당 분해작용(glycolysis)과 젖산(lactate) 조절을 통한 암 치료기술 개발 가능성을 제시하는 연구결과를 유명과학 저널 ‘Cell’지에 발표했다.

한편, 암의 림프절 전이 정도는 암 환자의 생존율을 예측하고,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나, 암세포가 어떻게 각종 면역세포가 있는 림프절에서 생존하는지는 지금까지 거의 밝혀지지 않았었다.

최근에는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흑색종(피부암)과 유방암 모델 생쥐를 이용해 전이하는 암세포가 림프절에 도달한 후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지방산을 핵심 연료로 활용해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암세포 대사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유명과학 저널 ‘Science’지에 발표했다.

이와 같이, 암 특이세포대사가 암세포를 제어할 중요한 표적이 될 수 있음이 제시되고 있으며, 앞으로 이들을 겨냥한 차세대 항암제 개발을 통해 난치암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기계학습 기반 빅데이터 분석기술, 및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Single cell genomics) 기술, 게놈 수준의 유전자 발현제어 및 기능분석 기술, 그리고 PDX/PDC(patient-derived xenografts/cells) 제작 및 활용기술 등 최근 개발돼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매우 효과적인 새로운 암치료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치료기술 개발과 함께 다양한 치료기술을 복합적으로 적용하는 병합치료기술을 통해 암의 내성/저항력을 무력화시키고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암에 의한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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