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팔선의 녹슨 철조망

[한국지역복지연구원] = 철조망은 알고 있다.

금년 초 눈보라를 맞으며 동부 전선을 다녀왔다. 녹슨 철조망은 여전히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북한에는 의료지원 등으로 5차례 다녀왔다. 그 때마다 서로 노력하자고 굳은 악수도 하였건만 그것이 무슨 소용이랴. 거슬러 올라 20세기 최초의 경인년은 6.25 전쟁으로 한반도를 피눈물로 적시고 그 아픔과 슬픔을 고스란히 정전의 철조망에 맡긴채 우리는 남의 일인 양 잊고 죽도록 싸움 박질만 하고 있다. 권력에 아부하고 돈으로 공천 따고 공천으로 돈 먹는 흙탕물의 정치속에서 과연 내일의 연꽃은 피어날까? 철조망은 그 답을 알고 있으리라.

그대는 60년 넘게 계속 서 있었으니 다리가 얼마나 아팠겠소. 포탄의 화약 연기가 쓰쳐 가고, 지뢰를 밟는 병사들의 아픈 핏방울 소리, 총 뿌리에 날아 온 빵구난 녹슨 철모, 수 없는 총소리에 벙어리가 된 당신, 그대 위로 나는 뭇 새들의 배설물 페인트 조각, 소낙물이 그대 얼굴을 씻어 놓고 그 대 몸통에 쇠가루가 한겹 두겹 접어들 때도 그대는 아프다 않고 묵묵히 나라를 지키고 있었죠. 지금쯤은 하얀 눈이 덮어 주어도 예전처럼 견디기가 가볍지 않죠. 비단 이불도 편하지 않겠죠. 철조망도 이제 원망하며 쉴 때가 되었지요. 아! 그대여!

후방에서 들려 오는 소리

삼팔선의 봄이 아지랑이를 몰고 온다 해도 DMZ의 개구리는 멀리 뛰지 않고 두 눈만 굴리겠지요. 낯선 소리들이 들려온다. 입추의 삼팔선은 곧 지나갈 여름, 곧 닥아올 겨울, 그리고 전선의 버들강아지, 흐르는 개울의 돌 밑에 숨은 가제들을 기다리며 후방의 소리에 귀를 막고 있다. 듣고 싶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제발 사람되기를 바라는 철조망 소리가 한강을 따라 낙동강으로 내려가고 남쪽 바다에 까지 다다른다. 내는 가져야 되고 남이 가지면 심보가 뒤틀리고, 어느 밥인지, 어느 죽인지도 모르고, 독약이 있는지 확인도 없이 마구 삼키니 목에 걸려 검찰청을 들락날락 한다. 뻐꾸야! 힘차게 뛰어라. 백성은 잠 못 이루고 꾼들은 권력의 올가니에서 벗어나지 못 하니 나라가 어찌 평안할 것인가. 그렇지. 얼마나 많은 돈으로 얻은 보물인데 그것을 놓치랴. 권력, 공천, 돈의 삼각 방정식을 우리 후세에게 길이 물려 주자. 멍청아! 오르면 내려와야 된다는 섹스피어의 평범한 진리를 깨닫기 어려움은 당연하겠지요.

전선으로 떠나는 장병과 햄릿

포성이 멎은 지 어언 60년, 수백 만의 남북 동포가 희생된지 반세기가 훌쩍 넘으니 가슴에 깔린 분노는 정녕 사라졌다는 말인가! 그 때로 돌아 가보자. 고향에 홀로 두고 온 아내, 조국을 위해 포탄 속으로 사라져 가는 남편, 그래도 하루 밤 뿌린 씨앗을 고이 간직하며 키워 왔다는 아내. 그대 당신은 정말 나보다 더 위대했소.

남침 3일 만에 서울이 함락되고 수많은 피난민은 전략상의 한강폭파로 피난조차 발이 묶인 기상천외의 우리 무력감을 세계 만방에 보여 주었던 6. 25전쟁, 마지막 낙동강 전선을 지키며 당신이 보내 준 편지, 편지 종이로 잘 말아 보내 준 흑백 사진 속의 젓 먹이가 내딸/니딸이라니 마음 변치 않은 당신이 너무 고맙소.

전선으로 떠나는 날, 멀리 대포 소리가 적막을 깨는 속에 당신 손을 붙잡고 어머니를 잘 보살펴 달라고, 너무 힘들면 다 버리고 당신의 미래를 위해 떠나 달라는 나의 부탁도, 앞치마로 한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당신은 고개를 저어 흔들었지요. 누가 뭐라 해도, 누가 아무리 돈이 많다 해도, 그 전부터 좋은 분으로 알았다 해도, 지금 나에겐 당신 밖에 없어요.

전쟁의 혼란 속에 우리 사이를 떼어 놓으려 해도 나에게는 당신 밖에 없어요. 당신은 항상 진실을 말하지 않았소. 나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지도 않고 믿지도 않을 것이예요.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전선으로 가는 당신이 용감하고 뜻뜻해 보여요. 몸, 몸, 잘 지키며 나라도 잘 지켜 주세요. 그리고 전쟁이 끝나 당신이 건강한 몸으로 당신의 아내 곁으로 돌아와 웃으며 마음껏 안아 주세요. 그 때 당신의 살아 있는 말이 임진강을 흐르는 물결 속으로부터 잔잔히 들려오고 있을 것이요.

우리는 임진강도 건너고 3.8선도 넘어 계속 북진을 하였지요. 멕아더 장군은 압록강을 내려다 보면서 끝없이 넓은 중국 대지를 바라 보았다. 그 때 그의 머리 속을 스쳐가는 전광석이 번쩍하였다. 핵 폭탄이다. 그러나 트루만 대통령은 3차 대전을 우려하면서 맥아더 장군을 전격 해임하였다. 그 틈새를 노린 100만의 중공인민군은 물밀처럼 밀고 내려왔다. 우리 군력은 치열한 전투를 하면서도 3.8선 근처까지 물러 났다. 우리는 왜 이리 허약했던가. 여기에 우리 온 국민은 자유로울 수 있단 말인가. 국민, 지도자, 정치가 다 우리를 슬프게 한다. 안톤쓔낙이 살아 있다면 우리의 이 못난 현실을 슬픔속의 하나로 추가 했을 것이다. 앞 뒤를 모르는 같다. 전쟁에 지친 두 나라는 정전협정을 체결 하였다. 아직도 종전이 아니고 정전상태에 있다. 우리 정치도 정전 상태에 있다. 누가 이길지는 철조망은 알고 있다.

살며 생각하며
우리는 그 때 우리를 도와 주었던 16개 참전국과 물자 등을 지원해 준 UN 참전 지원국들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구국과 관련된 고마움을 우리는 기억해야 하고 우리 후세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당시 참전 용사들이 백발이 되어 전후의 우리 모습에 감격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지나온 길도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작년 여름 미국 서부를 여행하면서 네바다 주 사막위의 조그마한 오두막 집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집보다 높이 펄럭이는 것을 보고, 알아보니 6. 26 참전용사 할아버지가 살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한민국의 꾼들이여, 그 앞에 석고 대죄하라. 꾼, 꾼, 정치꾼들이여, 제발 정치인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되풀이 하지만 공천이면 합격이다. 해괴 망칙한 선거문화를 고치지 않는 한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 TV정치를 하려는 정치꾼(politician)은 TV에서 벗어나 진정한 정치인(statesman)으로 돌아 가라.
나라가 있어야 내가 있다.

6월은 호국의 달이다. 우리에겐 아직도 3.8 선은 그대로 있다. 철조망도 그대로 있다. 녹슨 철조망 넘어 비무장 지대가 펼쳐져 있다. 생태의 보고이다. 많은 동물들도, 식물들도 자연을 즐긴다. 밤에 가끔 남북 진지에서 총알이 불빛을 나르면서 요란스럽다. 이것이 우리의 상존하는 비극이다. 서로를 경계하며, 서로를 의심하며, 터무니 없는 소리도 철조망은 바람결에 들을 것이다. 비린내가 난다. 우리는 옷깃을 가다듬어야 한다. 우리사회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다 가지려다 1개 놓치면 심사가 불편, 소설을 써서라도, 틈을 만들거나 심기불편 만들어 자기의 볼품없는 보상심리를 구하려고. 그래도 60년의 녹쓴 철조망은 우리의 진실을 다 알고 있다. 정치인 발 아래의 정치꾼들은 전 국민을 강타한 메르스에 답이 아니라 비슷한 추측 한마디도 없다. 오로지 자신들만 있다. 제2, 제3의 메르스를 간과할 수 없다. 우리는 WHO에 엄청난 부담금을 내고 있다. 처음부터 자신이 없으면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국내외로 나라가 다 무너진 것 같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 힘들고 깜짝 놀란 각 국의 지인들에게 많이 부끄럽다. 특히 제네바의 WHO 본부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메르스 사태를 안타깝게 지켜 보고 있다. 제발 이제 마무리 반성, 반성하면서 책임질 일은 구질하게 변명하지 말고, 내일을 위한 설계를 하자. 그 자리가 뭐길래, 국민의 눈을 잘 살펴야 한다. 자, 이제 관련 당국, 정치, 온 국민의 노력과 지혜로 대한민국의 새 지도를 그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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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역복지연구원 원장 김용문
행정학. 보건학. 사회복지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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