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교단 관계·영향력 무시 못 해” vs "책임회피&공정성·객관성 없는 결정“
무조건적인 맹종 벗어나 교인들도 분별력 갖고 판단 잘 해야

▲지난 2월 21일 주일 설교 중인 전광훈 목사(사진출처=유튜브 너알아tv  캡쳐)
▲지난 2월 21일 주일 설교 중인 전광훈 목사(사진출처=유튜브 너알아tv 캡쳐)

[광주=내외뉴스통신] 오현미 기자

최근 전광훈 목사가 성서 속 여성들을 성적으로 비하한 발언과 함께 3.1절 집회에서도 짙은 정치색을 드러내며 대통령을 향한 거친 막말을 쏟아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굵직한 일부 대형 교단들이 전목사의 이단성 문제에 대해 보류한다는 결정을 내놓으면서 개신교계에서는 한국교회가 침묵과 지연으로 일관하는 모습 자체가 한국교회가 심각한 문제 상태에 빠져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동안 전 목사는 극우 성향의 정치집회를 비롯해 각종 신성모독 발언과 막말을 쏟아내 그에 대한 이단성 문제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10월 청화대 앞 집회에서 “하나님 꼼짝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신성모독 발언으로 사회와 종교계에 큰 물의를 일으켰다. 이에 지난해 2월 8개 교단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협의회에서는 전 목사를 비신학적이고 반성경적 인물로 규정하고 목회자와 교인들에게 교류하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예장고신과 합동 등 교단 내 이단대책위원회(이하 이대위)에서도 지난해 교단 총회 당시 “전 목사 말과 신학에 이단성이 있다”고 총회에 보고했다.

그리고 지난해 8·15 광화문 집회를 강행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확산의 주범이 되면서 그 해 각 개신교 교단들의 정기총회에서 전 목사의 이단 규정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하지만 현재 국내 대형 개신교단들은 전 목사의 이단 규정 여부에 대한 논의를 보류한 상태다.

예장합동의 경우 지난해 열린 105회 총회에서 전 목사를 이단옹호 인물로 연구 보고한 이대위의 보고를 무난히 채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같은 해 11월 그가 이단성이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전 목사에게 엄중히 경고하고 공개사과를 요구하는데 그쳤다.

이에 대해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총회 이후 ‘전광훈 사태, 총회는 아직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결국 교단총회는 침묵과 지연이란 방법으로 자신이 전광훈의 옹호자임을 자인하는 것 아닌가”라며 “신속히 그를 이단으로 규정해 한국 교계에서 퇴출을 시켜도 모자랄 판에 1년간 연구나 이단성이 있다는 모호한 말로 면피할 방법이나 찾는다면 총회가 무슨 자격이 있어 성도를 대표한다는 말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예장고신은 지난해 10월 총회에서 전 목사가 속해있는 예장대신복원측의 자체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전 목사에 대한 결정을 유보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전 목사를 따르는 많은 교인들이 이단 옹호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1년간 조사를 유보하자고 입장을 바꿨다.

최근 예장통합 역시 지난달 23일 앞서 열린 교단 총회들과 비슷한 이유로 전 목사의 이단 규정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린 상태다. 이와 관련해 예장통합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목회적 현실과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 교회에도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집사가 있고, 유튜브를 보면 (전광훈 목사 채널로) 주일예배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그런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총회 총대도 60세 넘은 사람이 대부분인데, 전 목사를 따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설명하며 전 목사를 이단으로 지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예장통합 이대위 신학전문위원을 지낸 허호익 교수는 뉴스앤조이를 통해 “타 교단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연구하지 않겠다는 것은 책임 회피”라며 “이번 이대위의 결정에는 일관성이 없다. 이유도 말이 안 된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스스로 위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계 안팎에서는 보수 성향의 목사들로 구성된 교단의 지도자들이 정치적인 선택을 했다는 비판과 함께 한국교회가 전 목사의 활동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모양새가 돼버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돼버렸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주요 교단들의 이와 같은 결정에 전 목사는 “한국교회가 날 이단으로 규정할 줄 아느냐”며 “한국의 내로라하는 신학자들이 다 전광훈을 점검했다. 심지어 2000년 교회사에 주경학적으로 전광훈같이 깊이 들어간 사람 없다고 신학자들이 다 그렇게 말하더라”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 21일 설교에서는 “예수님의 족보에 있는 여자는 다 창녀가 맞다. 이미 여러분들은 육신적으로 깨끗하게 살았어도 여러분은 이미 사탄하고 하룻밤 잔 사람들이야. 창녀야 창녀”라며 성경 속 여성들에 대한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설교 내내 3.1절 반정부 집회에 참가해 달라며 교인들을 선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여성위원회는 전 목사의 막말 관련 규탄 성명서에서 “차마 옮기기도 민망한 막말과 망언을 쏟아내며 성서 속 여성들을 성적으로 비하했다”면서 “전광훈은 잘못된 성인식과 성서 해석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교회 공동체의 본질을 왜곡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소영 목사는 “최소한의 신뢰도 보이지 못할 정도의 망언과 언행을 보여주고 있다”며 “신앙과 복음을 올곧게 지키려는 교회 공동체라면 한국교회는 책임을 통감하며 전광훈에 대한 이단성 연구 결과를 조속히 공개 발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한때 교회를 다닌 바 있다는 시민 A 씨는 전 목사의 행태에 대해 “목사라는 직책을 가진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지 의심스럽다. 내 눈엔 목사님을 믿고 따르는 교인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면서 “교인들도 목사님 말이라고 무조건적으로 맹종만 할 것이 아니라, 듣고 잘 분별해 판단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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