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내외뉴스통신] 김경현 선임기자

2018년 지방선거 이후 경기 고양시에서는 부정선거 의혹과 논란이 계속돼 왔습니다. 이재준 고양시장 당선 이후 붉어진 부정선거 의혹은 △선거기간(예비후보) 중 이모 전 제2부시장을 만나 지지를 청탁했다는 의혹과 △이 만남을 주선한 노모 씨(이재준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의 금전관계 폭로 논란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초 등장한 당시 최성 시장(컷오프) 측 대리인과 이재준 예비후보 간의 ‘이행각서’ 의혹은 수사가 중단된 상태에서, 최성 전 시장 보좌관 A씨(59)가 이행각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지난 12일 이에 대한 4차 심리가 고양지원 형사 제6단독(판사 권기백) 법정에서 열렸고,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시민운동가들과 언론인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날 기자도 심리를 참관했는데요. 10여분 이뤄진 심리는 맹탕에다 알쏭달쏭한 것이었습니다. 전해지는 바로는 3차 심리(2월 3일)에서 담당판사는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를 지적하는 등 피고인 A씨의 진술 번복에 대해서도 ‘거짓을 말할 때마다 진실에 대한 빚이 쌓인다’는 격언까지 인용하며 강한 질타를 했다는데요. 4차 심리에서는 뚜렷한 내용 없이 검사와 변호인에게 증거 채택과 다음 심리기일에 대해 동의를 구하는 정도였습니다.

다만, 3차 심리에서 재판관 직권으로 결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이행각서 지문감식 결과는 ‘감식불능’인 반면, 추가로 의뢰한 경찰 국가수사본부 감식에서는 A씨의 지문으로 판독됐다는 겁니다. 그리고 검찰은 이제야 A씨의 컴퓨터와 USB를 압수해 포렌식 중이며, A씨는 3차 심리에서 위조 경위에 대해 오락가락한 후 4차 심리에서도 ‘위조는 했지만, 그 경위와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고요.

심리를 지켜보는 내내 ‘지문이 찍혀 있는 사문서위조 진위를 밝혀내는 게 이렇게 힘들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요. 아무튼 알쏭달쏭한 심리를 지켜보며 기자는 몇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첫째,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행각서에 등장하는 두 인물, 즉 최성 전 시장 보좌관 B씨의 출국(기소중지)으로 이재준 고양시장(당시 예비후보)은 참고인중지 상태라는 겁니다. 이는 이행각서 진본에 대한 수사는 중단된 상태라는 것이고, A씨의 위조에 대한 재판은 별건으로 봐야 한다는 건데요. 

그럼에도 마치 이 재판이 이행각서 의혹 자체에 대한 것인 양 착시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A씨가 자신의 지문을 찍어 위조했다는 원본(붉은색 인주)조차 찾지 못한 상태에서, 검찰이 피고인의 진술만으로 기소한 건 애초 무리한 기소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지만, A씨에 대한 재판이 이행각서 의혹 자체를 포함한 것처럼 비춰지고 있어 더 헛갈리기까지 하는데요. 

더욱이 A씨 유죄가 확정될 경우 이행각서 의혹에 대한 수사가 중단된 상태에서 이재준 고양시장은 물론, 해외도피 의혹과 함께 기소중지 상태인 B씨도 피해자가 됩니다. 때문에 A씨가 존재하지 않는 이행각서를 창조(위조)한 것인지, 아니면 존재하는 이행각서를 재가공(위조)한 것인지를 밝히는 게 핵심이라는 것이죠.

▲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이재준 고양시장 예비후보와 최성 시장 대리인 B씨가 지문을 찍어 날인한 것으로 돼 있는 ‘이행각서’로, 현재 A씨가 사문서위조와 사문서위조행사 혐의로 재판 중에 있다. (자료출처=인터넷 갈무리)
▲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이재준 고양시장 예비후보와 최성 시장 대리인 B씨가 지문을 찍어 날인한 것으로 돼 있는 ‘이행각서’로, 현재 A씨가 사문서위조와 사문서위조행사 혐의로 재판 중에 있다. (자료출처=인터넷 갈무리)

둘째, A씨가 자신의 지문으로 이행각서를 위조했다면 그 이유가 있을 텐데, 그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입니다. 딱히 범죄행위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어떤 행위를 함에 있어 대부분 이유(목적)가 있습니다. 더욱이 범죄행위라면 당연히 그럴 테고요. 때문에 이유 없이 사회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는 선거와 관련된 사문서를 위조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A씨의 ‘우쭐한 마음에 그랬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드려 그 위조 진위만 다툴 뿐 이유와 목적 달성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도 언급도 없었는데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아무리 수사권 조정이 있었다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수사노하우를 가진 검찰이 이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일까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하는데요. 어쨌든 A씨의 위조 주장이 사실이라면, 위조된 사문서로 무엇을 하려 했을까요? 실제 고양시 공무원에게 휴대폰으로 촬영 · 전송했다는데, 우리는 그 지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기자의 경험으로는 대부분의 피의자는 범행을 부인함으로써 방어권을 행사합니다. 흔한 예로 조국 전 장관 부부의 딸 부정입학 재판을 떠올려 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특이한 건 A씨의 경우 위조 경위와 방법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사문서위조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범행을 인정함으로써 형량을 감경받기 위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위조 원본조차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 ‘왜일까?’라는 의구심이 듭니다. 혹여 두 번째 의문과 관계가 있는 건 아닐까요?

덧붙여 눈여겨 볼 것은 이 사건에 등장하는 A씨와 B씨는 각각 최성 전 시장의 재선 보좌관과 초선 보좌관 출신이라는 점인데요. 그렇다면 이 두 사람 사이에 이행각서 의혹에 대한 연결고리가 존재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을 겁니다. 바꿔 말해 이 사건을 통해 본질적인 이행각서 의혹에 대한 수사로 접근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죠. 그래서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담당판사의 지적처럼 검찰의 수사에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무튼 A씨의 사문서위조와는 별개로 이행각서 의혹에 대한 수사가 하루속히 이뤄져야 합니다. 계속되고 있는 의혹의 핵심은 부정선거(이행각서)이며. 이것이야 말로 본류이자 핵심이기 때문이죠. 지금의 모양새는 핵심은 제쳐두고 곁가지에 함몰돼 있는 것 같은데요. 계속되는 부정선거 의혹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고양시민이고 보면, 수사당국의 적극적인 수사의지가 필요합니다. 더욱이 이러한 의혹은 특례시 지정을 앞둔 고양시의 위상에도 맞지 않는 것이고요. 

다음 5차 심리(4월 28일, 오후 2시 30분)에서는 검찰이 A씨 컴퓨터와 USB 포렌식 결과를 제출하기로 한 만큼, 곁가지나마 명징한 결과가 나오고 그 결과를 토대로 이행각서(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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