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광 안보통일연구회 연구위원
장석광 안보통일연구회 연구위원

[안보칼럼-장석광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범죄학 박사] 

‘세계의 백신 공장’이라 불리는 인도가 지난 3월부터 백신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백신을 수출할 때 회원국의 승인을 받도록 백신수출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다른 나라로 보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백신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며 동맹국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바야흐로 세계적 백신 부족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5월 들어 7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도 언제 중단될지 모른다.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한 해 동안 청와대 참모회의 등에서 10차례 넘게 ‘백신 확보’를 지시했다고 한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백신 확보를 위해 외교안보 분야에서 모든 역량과 노력을 집중하기로 여러 차례 결의했다. 질병관리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감염병과의 싸움은 정보전이 기본’ ‘국정원 해외 네트워크 총 동원’을 주문했다. 언론은 언론대로 이스라엘의 백신확보에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한 역할을 부각시키면서 국정원이 물밑에서 개입해 줄 것을 촉구했다. 

대통령과 NSC, 전문가 집단, 언론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공사(公私)의 모든 기관 ‧ 단체가 국정원이 코로나 백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국정원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지난달에 구성된 관계부처 합동 「범정부 백신도입 TF」 에도 국정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와 관련하여 국정원이 한 역할은 박지원 원장과 직원들이 ‘코로나19’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1억 23만 4,000원의 성금을 냈다거나, 강화도에 있는 국정원 안보수련원을 자치단체에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다는 사실, 국회 정보위에 코로나 백신 원천 기술에 대한 북한의 해킹시도를 보고한 정도가 거의 전부다.

“현재 진행 중인 대공 수사는 ‘경찰 사수, 국정원 조수’로 협업하고 있다” “3년이 지나면 대공수사권이 경찰에 완벽하게 이관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 문제야 말로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대공수사권’이라는 각오로 실천하고 있다” “최근 로맨스 스캠, 해킹, 국제연계 마약조직, 국제금융 사기 등의 범죄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방적 차원에서 범죄 예방과 위험을 알리고 있다” 지난 달 중순 비공개 간담회에서 박지원 국정원장이 밝힌 국정원의 최근 활동 동향이다. 전 세계 정보기관이 백신 확보를 위해 치열한 스파이 활동을 벌이고 있고, 국내에서도 매일 50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와중에 ‘코로나19’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마디도 없다.   

국정원은 국가정보기관이다. 국가정보기관은 국가의 정책수립과 집행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국가의 안보와 이익을 수호하는 기관이다. 범죄의 근원이 아무리 해외를 기반으로 한다 하더라도 사기와 같은 개인적 범죄에 대한 예방 정보는 국가정보기관의 역할이 아니다. 박지원 원장이 간담회에서 밝힌 여러 사기 범죄 유형 중 특히 ‘로맨스 스캠’(SNS상에서 이성의 환심을 산 뒤 재산상 사기 피해를 입히는 범죄)은 피해 건수나 피해금액의 다과(多寡)를 떠나서 국가정보기관이 할 일은 아니다. 소 잡는 칼로 닭 잡는 격이다. 밥 팔아서 똥 사먹는 셈이다. 이런 활동을 하라고 국가정보기관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정원은 국가정보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항간에 ‘이스라엘에 모사드가 있다면 우리에겐 삼성이 있다’라는 말이 농담 삼아 회자되고 있다. 

국가정보기관! 무엇이 본업(本業)일까? ‘백신 확보’일까? ‘로맨스 스캠’일까?

* 지난 3년간 국정원에 접수된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피해는 43건, 26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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