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군수 “전문가 의견 들어보자”호소...반대 목소리에 묻혀
상생협의회도 반대로 돌아서나...사업추진에 큰 걸림돌

반대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토론회장에 앉아 있다.
반대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토론회장에 앉아 있다.

 

[경남=내외뉴스통신] 이우홍 기자

 한국남부발전(주)이 합천군 삼가면 · 쌍백면 일대에서 건립을 추진중인 LNG·태양광발전단지(합천청정에너지 융복합발전단지)를 둘러싸고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24일 ‘환경전문가 초청 주민토론회’가 열렸으나 반대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파행을 겪었다.

이에따라 남부발전이 현재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전향적인 태도로 주민반발 해소에 나서지 않는 한 사업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행사 내내 거센 반발...곳곳에서 실랑이와 욕설

이날 오전 쌍백면 도농교류센터(옛 쌍백중학교) 공터에 설치된 천막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찬반 주민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전문가 패널로는 신은상 동남보건대 교수와 김광진 한국종합기술 상무, 이영미 에코브레인(주) 대표가 참여했다. 토론회는 수차례 무산위기를 맞는 우여곡절 속에 약 3시간 가량 진행됐다.

반대 주민들이 행사 시작전에 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농성을 하는 모습. 뒷편에 반대투쟁위의 입장이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반대 주민들이 행사 시작전에 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농성을 하는 모습. 뒷편에 반대투쟁위의 입장이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그러나 반대투쟁위 측 주민들이 토론회 시작 전에 반대 피켓과 대형 플래카드를 동원하며 농성을 벌여, 토론회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실제로 토론회 행사장 입구에서 일부 주민과 이 지역 군의원 간에 욕설이 오고갔다. 배몽희 군의회 의장도 “찬성인 지 반대인 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주민과 한동안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토론회에서는 한 지역신문 기자가 패널들에게 몇가지 질문을 한 데 대해 반대 주민들이 “당신 누구냐. 기자는 취재만 하면 되지”라고 항의하면서 집단 몸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진행이 한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지역신문 기자가 질문한 내용에 불만을 품은 반대주민들이 기자 주변에 몰려가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지역신문 기자가 질문한 내용에 불만을 품은 반대주민들이 기자 주변에 몰려가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특히 문준희 군수는 인사말과 답변 도중에 야유와 욕설은 물론 “절차 문제의 잘잘못을 따지고 (이 사업을) 추진해야지, 행정을 이리 하니까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500만 원 벌금을 맞았지 않느냐“ ”매군노“라는 말까지 듣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문 군수는 “오늘은 환경 전문가 초청 토론회인데, 어떻게 보면 군수 성토장같다”라고 애서 조크하면서 행사 진행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배 의장은 “군수도 말씀했듯이 주민이 원하는 쪽으로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오늘 의견 수렴해서 군수의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며 “현재 군의원 11명 중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는 못하나 반대가 9명”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청정 에너지’ · ‘유치청원동의서 효력’ 여부가 쟁점

문 군수는 인사말에서 “이 사업은 합천댐 건설 이후 지역에서 가장 큰 국책사업”이라며 “주민들이 극구 반대하는 내용들이 굉장히 깊이가 있어 전문가 모시고 의견을 한번 들어보자는 것”이라고 토론회 취지를 설명했다.

또 토론회 도중에 “내가 매군노라고까지 지탄을 받는다. 그러나 사업지를 팔아서 군 이익 챙기려는 것 아니다. 땅을 팔면 주민보상이 되니까 이 사업을 추진하려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의 초점은 ‘LNG가 과연 청정에너지 인가’라는 데에 맞춰지는 모습이었다.

몇몇 주민은 “LNG발전 과정에서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이 발생해 암·치매를 유발한다고 안다. 특히 이 곳은 분지지형인 데 발전소에서 나오는 수증기(분무)는 어떻게 처리하나”라며 답변을 요구했다.

패널 측은 “유해물질은 환경 기준치 이하로 배출하는 게 발전소 시스템이다. LNG는 거의 황이 없어 황산화물 배출은 거의 없다. 미세먼지도 발전소 굴뚝 높이따라 사방에 흩어진다”라며 “우려안해도 된다는 게 전문가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료를 때면 당연히 유해물질이 나온다. 그러나 환경부 기준 이하여서 청정이라는 것이다. 그 정도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설명은 한 주민이 패널 좌석에 다가가 “청정의 개념도 모르면서...”라고 삿대질을 했고 반대주민들의 지지 야유가 터지면서 빛이 바랬다.

또 합천 LNG발전단지 유치와 관련해, 지난 2018년 가을에 합천군에서 군민들의 서명을 받았던 유치청원동의서의 효력문제도 쟁점이 됐다.

반대 주민들이 남부발전의 홍보 영상이 상영되는 대형 스크린을 피켓으로 막고 있다.
반대 주민들이 남부발전의 홍보 영상이 상영되는 대형 스크린을 피켓으로 막고 있다.

 

주민들은 “3만 5000여 명이 동의했다고 하지만 우리 주변에 물어보면 찬성한 사람이 별로 없다”라며 “문서 위조에 의한 사업추진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항의했다.

이에대해 남부발전과 패널 측은 “유치청원서는 이 사업 추진의 법정사항이 아니다”라며 “합천군에서 발전단지 유치를 위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군수도 “유치청원 동의서는 이 사업 추진의 결정요인이 아니라 참고 요인”이라며 “앞으로 반대투쟁위 추천 전문가들도 모시는 토론회 자리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설명들도 “이 것 저 것 떠나서 싫다”라는 목소리와 야유속에 묻혀버렸다. 한 주민은 “주민투표 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문 군수는 “결론은 목소리 커다고 이기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가 계속 높으면 주민과 행정이 만나서 주민투표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남부발전이 자초한 파행”...상생협의회도 반대로 돌아설 듯

문 군수는 “내가 이상하게 오늘 (토론회)진행을 하게 됐다”며 토론회장에서의 역할에 간접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남부발전 관계자는 향후 계획을 묻는 요구에 “주민들을 설득하면서 오해를 풀어나가겠다”고 짤막하게 밝혔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가 극심한 파행을 겪음에 따라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삼가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토론회도 난항이 예상된다.

더욱이 남부발전이 이 같은 주민 반발을 뻔히 내다보면서도 토론회 개최 불과 일주일전에 주민들에게 행사를 통보하면서 반대 패널을 초청할 시간을 주지 않는 일방적 행사를 열었다는 점에서 이날 파행은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 군수도 “일방적 토론회는 아니다”라면서도 “반대 주민들의 토론준비에 시간이 충분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간접 시인했다.

한 주민은 토론회장을 나오면서 “결국 남부발전이 합천의 땅값이 싸고 주민들이 순진한 데다 송전선로가 가까이 있으니까 이 곳에서 발전단지 건립을 강행하려는 거 아니냐”라며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상생협의회 주민들이 입장을 바꿀 조짐을 보이는 것은 남부발전의 합천LNG발전단지 건립사업 추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생협의회는 그동안 ‘(사업자와 주민 간의) 합리적 상생방안을 찾자’라는 자세를 취하면서 반대투쟁위와는 결이 다른 태도를 취해 왔다. 그러나 남부발전의 소극적 자세가 계속되는 데에 실망해 최근에 활동을 잠정 중단한 데 이어 이날 토론회에도 불참했다. 이들은 반대투쟁위와 연대 방안을 의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리적 상생방안을 찾자'는 입장을 취해왔던 상생협의회가 남부발전의 소극적 대응에 실망해 활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알리는 플래카드가 도로변에 걸려있다.
'합리적 상생방안을 찾자'는 입장을 취해왔던 상생협의회가 남부발전의 소극적 대응에 실망해 활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알리는 플래카드가 도로변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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