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측이 팔순의 찬성 측 대표자 폭행·협박 혐의...모두 집안 사람

경남 진주 모 병원에 입원한 이정인 상생협의회 회장의 모습. 가족들은 오른쪽 눈 및 상처에 대해 "이번 사건 여파로 눈이 잘 안보여 병실 입구에 부딪혀 생긴 것"이라고 설명한다.
경남 진주 모 병원에 입원한 이정인 상생협의회 회장의 모습. 가족들은 오른쪽 눈 및 상처에 대해 "이번 사건 여파로 눈이 잘 안보여 병실 입구에 부딪혀 생긴 것"이라고 설명한다.

 

[경남=내외뉴스통신] 이우홍 기자

 합천 LNG발전단지 건립에 대해 지역주민들의 찬반 갈등이 높아지는 가운데 반대 측(반대투쟁위원회) 주민들이 찬성 성향의 단체(상생협의회) 회장에게 단체 탈퇴를 종용하며 심한 협박과 폭행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로인한 충격으로 팔순의 상생협의회 회장은 입원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상생협의회 명의의 고발장이 제출됐다. 그러나 반대투쟁위는 가해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특히 이 사안의 당사자들이 같은 문중이여서, 폭행·협박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LNG발전단지 건립을 둘러싼 주민 갈등이 패륜으로 비화됐다는 비난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이 빚어진 경남 합천군 쌍백면 외초마을 입구 정자.
이번 사건이 빚어진 경남 합천군 쌍백면 외초마을 입구 정자.

 

19일 ‘합천 청정에너지융복합발전단지 상생협의회’와 주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3시경에 경남 합천군 쌍백면 외초마을 입구에서 ‘합천 삼가쌍백 LNG·태양광발전단지 반대투쟁위원회’ 측 10여명이 이정인(80) 상생협의회 회장을 불러냈다는 것이다.

앞서 반대투쟁위 측 인사들은 이날 점심 때 인근 삼가면 모 식당에서 이우열 공동대표의 큰 형이 호(號)를 받은 것을 자축하는 일명 ‘호걸이’ 행사를 갖고 술이 포함된 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투쟁위 측 2~3명은 술이 취한 상태에서 이날 마을 정자옆 나무아래 평상에 불려나온 이 회장에게 약 30분 동안 칼과 깨진 병을 들이대면서 “상생협의회 회장직을 그만두라” “집을 팔고 나가라”고 위협했다는 것이다. 또 술잔을 거절하는 이 회장의 얼굴과 머리에 여러차례 술을 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회장보다 20살 가량 나이가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

평소 정자에 비치된 도구들. 가운데에 이번 사건과 관련됐다는 칼이 보인다.
평소 정자에 비치된 도구들. 가운데에 이번 사건과 관련됐다는 칼이 보인다.

 

그 자리에는 반대투쟁위 이우열 공동대표를 비롯한 문중 사람들과 박진규 전 공동대표도 있었지만 이들의 과격한 행동을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이 회장이 이틀동안 잠을 못자고 배변 장애를 겪는 후유증을 나타내자, 부인이 지난 16일 인근 진주에 있는 병원에 데려가서 정신과 치료와 약 처방을 받고 돌아왔다. 하지만 이 회장은 헛소리를 하는 증세까지 겹치면서 17일 119구급차에 실려 진주 모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 측은 각종 검사 결과와 “눈이 잘 안보인다”는 이 회장의 말에 미뤄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공황장애로 진단하면서 눈 수술여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이처럼 공황장애 증세를 보이는 데는 이번 사건 뿐 아니라 팔순 고령에 집안사람들에 의해 잇따른 수모를 겪은 때문이라는 게 가족들의 말이다.

지난 4월경 집성촌인 외초마을에서 열렸던 문중 기념비 제막식 때, 반대투쟁위 측 집안 사람이 이 회장을 겨냥해 “상생협의회 회장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화환을 만들어 와서 욕설과 함께 화형식을 가진 일이 단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상생협의회 측은 지난 14일 이 회장으로부터 “도저히 회장직을 수행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듣고 경위를 파악한 뒤 15일 반대투쟁위 측 인사들을 합천경찰서에 고발한 상태다.

합천경찰서는 이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조만간에 외초마을 정자 일대의 폐쇄회로 TV(CCTV) 확보에 나서는 한편 피해자와 가해자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상생협의회 측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반대투쟁위 측은 폭행·협박한 적이 없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우열 공동대표는 “이 회장에게 ’집을 팔고 나가라. 어차피 팔거 내가 사겠다‘라며 함께 욕설했다”는 지적에 대해 “내가 종친회장인 데 그럴리 있느냐. 모든 내용이 잘 못 전달된 것이다. 그날 이 회장보다 젊은 집안사람이 ’호걸이‘하면서 술을 많이 먹고 언성이 높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박진규 전 공동대표는 “나는 그날 지나는 길에 잠깐 들렀기 때문에 이 사건을 잘 모른다”며 “이우열 공동대표를 5분정도 만나고 나와 당시 현장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되는 이모 씨는 경위를 묻는 질문에 “경찰조사에서 밝히겠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그러나 또다른 이모 씨는 폭행·협박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뜸 “그 말에 책임져야한다. 이게 기사거리가 되나. 당신이 취조하나”라고 언성을 높인 뒤 “그런 사실없다. ‘호걸이’한 뒤 종친회 일로 집안사람끼리 좀 싸웠을 뿐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에게 본인 죄 물으면 옳게 애기하겠나”라고 반문한 뒤 “죄가 있으면 벌금내면 되고, (사람이) 죽으면 죽은대로 처벌받으면 되지...”라며 격한 반응을 나타냈다.

한편 ‘합천 LNG발전단지 건립사업’은 발전 공기업인 한국남부발전(주)에서 경남 합천군 삼가면·쌍백면 일대 330만㎡(약 100만평)에서 추진하는 것이다.

총 사업비 1조 5000억 원을 투입해 △LNG 천연가스 500MW △수소연료전지 80MW △태양광 200MW 등 총 800MW급의 대규모 발전단지를 몇 단계로 나눠 건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남부발전과 합천군에서 개최한 주민토론회가 반대투쟁위의 거센 반발로 무산되면서 사업 추진이 파행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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