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웅 언론학 박사. 사진=nbnDB
최충웅 언론학 박사. 사진=nbnDB

[내외뉴스통신] 최충웅 칼럼니스트

여당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의 내용이 포함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야당 불참 속 일방적으로 기습 상정했다. 언론 관련법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만큼 야당과 협의가 필요하며 반드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여당의 속도전으로 이르면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여대 야소로 휘둘러 온 일방적 전횡적 행태로 7월 임시국회에서 강행할 태세다.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의 고의·중과실로 인한 허위 조작 보도의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능토록 하고, 모든 정정 보도를 신문 1면 또는 인터넷 초기 화면, 방송 첫 화면에 싣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민사상 손해배상에 형벌적 요소를 합친 징벌적 손배는 중대 산업재해나 제품의 결함을 은폐해 사상자 사고를 낸 제조업체 등 특수한 경우에만 적용이 제한돼 있다. 

언론의 정정 보도를 신문은 1면, 방송은 첫 화면 등에 배치하라는 강제 조항이다. 당초 민주당은 신문의 경우 정정 보도를 동일 지면에 원래 기사의 2분의 1 이상 크기로 싣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정정 보도 크기를 일률적으로 1면에 배치하라고 강제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편집자율권 침해이다. 

언론이 오보를 냈을 경우 당연히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따른 손해배상과 명예훼손·모욕죄 처벌 등은 이미 민법과 형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고, 정정 보도 등 피해자 구제 절차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산업계가 아닌 공공성이 강한 언론에 이런 규제를 도입하는 한다는 것은 헌법 21조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자체가 무리수인데 오히려 손해배상 규모를 ‘최대 3배’에서 ‘최대 5배’로 늘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언론의 권력에 대한 비판·견제 기능을 위축시키는 옥상옥(屋上屋)의 ‘과잉 처벌’이라는 것이 법조계와 언론계의 지적이다.

민주당은 징벌적 배상 적용을 당초 가짜 뉴스 양산의 본거지로 폐해가 심각한 유튜브나 SNS, 1인 미디어에만 적용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반전되어 기존 언론을 주 대상으로 삼고 있어 의아해진다. 기존 언론과 포털을 대상으로 한 것은 정치적 의도의 의구심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기성 언론부터 규제하겠다는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적 시도로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는 격’이다.

이번 개정안은 여당이 ‘가짜 뉴스’로 인한 피해 구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독소 조항이 핵심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무거운 징계로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밉보인 특정 언론이나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사를 겨냥해 권력의 소송이 남발되고 징벌적 배상으로 덮어씌울 개연성이 높다.

현행법으로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물론 인신 구속과 형사 처벌이 얼마든지 가능한데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허용하는 것은 ‘과잉 입법’이라는 게 대다수 법학자들의 견해다. 법조계는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된다 해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날 소지가 높다고 한다. 언론 단체와 야당에서는 대선을 바로 눈앞에 두고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을 길들이려는 악법이라는 주장의 목소리가 높다. 

징벌적 언론중재법은 언론의 비판·견제 기능의 위축으로 언론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요소가 높다. 위헌적 과잉 입법으로 권력이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된다.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다. 

[필자 주요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고정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원장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KBS 예능국장, TV제작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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