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위한 지연 출발의 경우 비합리적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

[수도권=내외뉴스통신] 홍승환 기자

항공기가 지연 출발하는 것과 관련해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이 승소 행진을 이어 왔지만 최근 법원이 이에 제동을 걸었다. 그동안 법원은 항공사 과실이 있을 경우 소액이라도 위자료 지급을 해야 한다고 봤지만, 항공사 책임을 묻기 힘든 경우 배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최근 선고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6단독 박강민 판사는 A씨 등 72명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 했다.

대한항공 국제선 승객인 A씨 등은 항공사 '정비 불량'을 이유로 지연 출발을 했다며 1인당 90만원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박 판사는 "장비 결함은 대한항공 통제를 벗어난 불가항력적 사유로 발생했다"며 "결함 발견 후 승객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최선의 조치를 모두 이행해 면책사유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A씨 등은 2018년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항공권을 구입했다. 17시간이 넘는 장거리 노선이다.

대한항공 정비팀은 출발 30분을 남기고 WHUC 장비에서 이상 경고 메시지가 표시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 장비는 조종실 창문 온도를 실시간 감지해 적정 온도를 유지하게 하는 장비다. 창문 외부에 성에나 안개가 생성되지 않도록 하는데 이중 1대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정비팀이 수습을 하려 했지만 부품을 인천에서 공수해야 해서 예정 시간보다 21시간 30분 늦게 독일에서 출발했다.

대개 정비불량인 경우 항공사의 책임이 인정된다. 이 항공기는 보잉사가 개발·제작·판매한 것인데, 박 판사는 보잉의 정비매뉴얼과 국토교통부가 인가한 대한항공 정비매뉴얼을 살펴 본 결과 WHUC는 별도 정비대상으로 지정돼 있지 않고 점검사항도 기재돼 있지 않았다. 만일 항공사가 임의로 수리하면 보잉은 품질 보증 등 사후 수리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게 된다. 나중에 보잉이 장비를 점검한 결과 실제 결함은 없는 일시적 오류였다.

김 판사는 "항공기는 고도의 기술이해를 요하는 첨단 기계 장비로, 항공사가 아닌 제작사가 결함 원인을 잘 알 수 있다"며 "제작사 지침대로 항공사가 정비를 했음에도 결함이 발생한다면 항공사는 연착에 대한 책임을 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기가 10시간 이상 장기간 운행하고, 기상예보 변동 가능성을 고려해, 탑승객 안전을 위해 장비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항공사의 판단은 비합리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진=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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