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칼럼] 대한민국 국회가 정말 요지경이다.

5일 민중총궐기가 있던 날, 서울광장에는 노동자·농민 등 약 5만 명이 모여 '노동개악 저지' '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등을 목이 터져라 외치고 행진했지만 헛일이다. 기득권 세력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폭력‧불법집회만 해봐라 식으로 벼르고 있고 아무리 외쳐봐야 결국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걸 현실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왜 그렀느냐고?

오늘 대한민국 국회는 더 이상 눈뜨고 봐줄 수가 없어서다. 특히 19대 국회는 여기저기서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울산 북구)의 전직 비서관이 월급 일부를 박 의원의 요구로 '상납'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직 비서관은 지난해 1월까지 박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근무하면서 13개월 동안 자신의 월급에서 매달 120만원씩 떼어 의원실 인턴 직원을 통해 박 의원에게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이 돈 가운데 일부는 박 의원의 아파트 관리비 등 개인 용도로 쓰였다고 전직 비서관은 밝혔다. 박대동 의원은 이런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해당 비서관은 본인의 성까지 밝히며 박 의원의 짓을 폭로했다. 의원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지만 누가 사실이 아니라고 믿을까 싶다.

차라리 만만한 업체에서 돈을 받았다면 단순히 비위수준이지만 이것은 한 국회의원의 자질과 도덕성에 관한 이야기다. 아무리 국회의원이 국민들에게 밉상을 보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어디 아랫사람 월급봉투에 손을 대는 경우가 세상천지에 어디 있을까. 정말 세상 사람들이 국회의원 '갑질'을 말하지만 이런 '갑질'은 그 수준이 최하급이다.

박 의원의 '갑질'논란에 공분을 사는 이유는 또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시절 의원회관 사무실에 카드 결제 단말기를 두고 산자위 산하 기관에 자신의 시집을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을지로위원회를 발족시킨 당이다. '갑질'을 때려잡겠다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오히려 산하기관들에게 '갑질'을 한 꼴이니 을지로위원회도 조만간 해산을 시켜야할 지도 모르겠다. 노 의원의 '갑질'이 불 쑤시개가 되면서 박대동 의원의 '갑질'에 여론의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이 뿐이 아니다. 기업을 상대로 한 국회의 '갑질'도 상당하다. 밤늦게 의원 보좌관이 전화를 걸어 술값 계산을 요구를 하지 않나 일부 보좌관은 의원들의 지역 행사에 노골적으로 협찬을 요구하기도 한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다.
이처럼 19대 국회, 그간 지나온 정권 중 가장 '갑질'이 심하다고 말들이 많다. 국회의원들이 일은 안하고 기업과 서민을 상대로 삥(?) 뜯고 자녀의 취업이나 시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의원들이 있는가 하면 경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의원들도 나타나 구설에 올랐다. 실정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경우도 역대 최다인 22건이나 된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 출마 등으로 퇴직한 경우를 제외하고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의원은 16명(선거법 위반 당선무효 10명)이다. 그런데 19대 국회는 임기 4개월을 남겨놓은 현재 벌써 22명이 현행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 등을 받거나 사퇴하고 연이은 정쟁과 파행으로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윤리 의식'마저 최악의 점수를 받을 것이 자명하다.

국회가 이 모양 요 꼴이니 국회개혁이 가장 시급한 애국이라는 지적이 안 나올 수가 없다. 국회의원과 국회개혁을 부르짖는 국회개혁범국민연합은 10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면서 국민이 준 국정 감독의 칼을 엿 바꿔 먹지 않고 제대로 썼다면 방산비리, 자원외교비리, 관피아, 법피아, 군피아 비리 등 부패천지가 되었겠느냐고 반문한다. 허구한 날 '제 밥그릇 챙기는' 데만 여념이 없으니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더 이상 국회개혁을 방치할 수 없다. 정부의 4대 개혁이 중요하다고? 그렇다면 국회부터 먼저 개혁하는 것이 순서다. 흙탕물에서 무슨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지, 국회 스스로 자문해 볼 일이다. 민생국회, 상생국회는 어느 나라 말인지 헷갈리는 요즘이다.


김흥두
부산대학교 졸업
前 울산매일 편집국장 직무대리
前 신울산일보 편집국장
現 내외뉴스통신 본부장/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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