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내외뉴스통신] 이혜민 기자 = 조선시대 연산을 지배했던 장녹수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우리에겐 너무나 식상한 소재다. 하지만 무용극 한 편이 이런 뻔한 이야기에 세밀한 균열을 낸다.

무용극 ‘궁: 장녹수전’이 4월 5일부터 12월 29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무언(無言)은 미약한 듯해도 그만큼 다채로운 힘을 내뿜는다. 여러 가지 의미를 양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희대의 악녀요, 요부(妖婦)로 알려진 장녹수의 모습은 말없이 몸짓으로만 표현되지만 끝내 관객의 깊은 내면을 파고든다.

우리가 몰랐던 장녹수의 모습, 그저 기예를 팔아 살아남으려 했던 한 여인의 진정어린 몸부림이 우리에게 또 하나의 이면을 선사한다.

미처 몰랐던, 아니 동조하기 싫었던 폭군과 요사스런 기녀의 삶은 감춰지길 바랐던 우리 인간의 참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궁: 장녹수전'은 설장고, 삼고무, 교방 살풀이 등 자주 볼 수 없었던 기방 문화 속 장녹수의 춤이 메인 공연이다. 공연의 시작과 커튼콜에는 답교놀이, 등불춤, 허재비 놀음, 판굿 등 신명 나는 우리 전통 놀이, 사물놀이로 채워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살기 위해 권력을 탐하는 자,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자와의 다툼,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 낀 왕(王)의 비애와 피해의식. 공감할 수는 없어도 이해할 수 있는 우리네 삶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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