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 명문, 혁신 운운하던 학교는 어디 있습니까?"
"진리는 누가 다 엿 바꿔 먹었습니까?"

[내외뉴스통신] 윤소정 기자 = 강의 도중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하고 항의하는 학생을 성희롱해 학생들에게 잊혀지지 않을 상처를 입힌 연세대학교 사회학교 류석춘 교수에 대한 징계가 미뤄지고 있다. 류 교수는 학생들의 고발 4달 만인 지난 13일 경찰조사를 받았지만 그 어떤 사과나 사퇴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고, 연세대 측도 다음 학기에 열릴 예정인 류 교수의 수업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에 연세대 학생들은 류석춘 교수 사건 학생대책위원회(대책위)를 설립해 류 교수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15일에는 연세민주동문회와 연세대 총학생회, 이한열기념사업회가 규탄성명을 내고 류 교수의 파면을 촉구했다.

류 교수는 20년 1학기를 마지막으로 정년 퇴임한다. 만약 학교 측이 조취를 취하지 않아 정년을 채우고 퇴임한다면, 연금 등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어 학생들의 반대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17일 연세대 교지 연희관015B는 16일 밤 대책위에 '연대하는 석춘씨와 석춘씨 직장 동료들에게'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며 학교를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입장문에는 "일류, 명문, 혁신 운운하던 학교는 어디 있습니까?", "진리는 누가 다 엿 바꿔 먹었습니까?", "지성인의 요람인 줄 알았던 학교에 자신의 이름 걸고 석춘씨 비판하는 이 하나 없고, 동료라며 쉬쉬하기 바쁜 이만 많아 보여"라며 다음 학기 수강 신청을 할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해서 절차 운운하지 말고 류 교수의 수업을 취소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세대 학생들뿐 만 아니라 연세대를 졸업한 국회의원 14명(더불어민주당 11명, 바른미래당 1명, 민주평화당 1명, 정의당 1명)도 류 교수의 징계를 촉구하는 서한을 학교 측에 두번째로 전달한다고 전해졌다.

 

이하 입장문 전문

석춘씨와 석춘씨 직장 동료들에게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믿어보기도 했습니다. 석춘씨가 "학문의 자유" 운운하며 무책임하게 뱉어댄 말들을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정치계가 그를 비판하고, 학생사회가 함께 목소리를 높일 때까지는요. 그런데 착가이었나 봅니다. 해가 바뀌고 새로운 10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는 말만 반복해온 연세대학교는 그동안 무엇을 했습니까? 그 수업을 들은 학생은 몇 명입니까? 그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그 "목적어가 없었다"는 석춘씨의 발언의 의도를 어떻게 이해했습니까? 물어는 봤습니까? 아니, 부당함과 폭력을 용기 있게 증언한 학생들을 만나는 봤습니까? 해당 사건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습니까?

아무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모든 걸 해결하겠다는 듯 떠들어대면서 거들먹거리던 이들이 내놓은 결론은 무엇입니까. "교수가 수업을 하는 건 의무니까 당연히 수강편람에 들어갔다." 뭐라구요? 뭐 하자는 겁니까. 진짜 이런 얘기까지 들어야겠습니까? 고작 학부생 나부랭이한테요. 그래요.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1년도 남지 않은 석춘씨의 재임 기간이 지나면 이야기하겠지요. "아 시간이 부족했다. 우리에게도 절차와 과정이라는 게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라구요. 치가 떨립니다. 언제까지 똑같은 일을 반복할 겁니까? 성폭력을 행사한 문과대 A교수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때도, 학생들의 가장 큰 권리인 강의에 대해 종교단체가 정문에 진을 치고 소리 질러 댈 때도 딱 그랬습니다.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뻔뻔한 교수와 무책임한 학교를 마주한 학생들의 마음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습니까? 학교 정문을 오가는 학생들을 향해 쏟아지던 모욕을 당신들은 들었습니까? 아 자가용을 타고 땅속으로만 다니니 알 길이 없었겠군요. 도대체 대학이라는 이름을 걸고 당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그러면서도 당신들은 화를 낼지도 모르겠습니다. '엣헴 아니 아무래도 그렇지. 학생이 어디 존경하는 교수님 '존함'을 친구 이름처럼 씨씨 붙여가며 떠들어대고 있어. 버릇없게 말이야.' 우리가, 아니 내가 누구를 존대해야 합니까? 씨알도 안 먹힐 '목적어 없음'을 운운해대는 '누구'를 목격하고도 존경심이 우러나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요? 아 물론 그 싸알도 안 먹힐 어이없는 소리를 누가 했는지 저도 정확히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화내지 마세요. 저도 저기 어디 지방에서 과수원을 하는 다른 석춘씨를 얘기한 거니까요. 코웃음이 나오죠? 지금 제 기분이 딱 그렇습니다.

"일류, 명문, 혁신" 운운하던 학교는 어디 있습니가? 연세라는 이름에 항상 달라붙던 진리는 누가 다 엿 바꿔 먹었습니까? 그 진리가 당최 누구를 자유케 했습니까? 수많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적나라한 사건을 파악하고 조사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입니까? 그 사건이 얼마나 투명한지는 길 가는 이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알겠습니다. 백번 양보해 학교가 '무능'하고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고 파악할 '역량'이 없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당연히 해당 발언으로 심각한 폭력을 행사했고(네네 아직 결저왼 바가 없으니 '행사했을 수도 있고'라고 해두죠. 참나.). 고통스러운 경험을 용기 있게 증언하고 전시 성폭력의 부조리를 드러내기 위해 평생을 싸워온 일본군 '위안부'분들을 모욕했던(그래요. 아직 결정된 바 없으니 '모욕했을 수도 있고'라고 칩시다. 어휴.) 이를 버젓이 강단에 세우는 건 도대체 누구 생각입니까? 최소한 문제를 제기한 학생들과 같은 강의실에 있지 않도록 분리는 했어야죠. 학생들이 뭐 특별한 것 바랐습니까? 지성인의 요람인 줄 알았던 학교에 자신의 이름 걸고 석춘씨 비난하는 이 하나 없고, 동료라며 쉬쉬하기 바쁜 이만 많아 보여도 참았습니다. 근데 어디까지 참아야 합니까? 다음 학기 수강 신청을 할 학생들을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겠죠. 부끄럽습니다.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네네. 그래요. 뭐 보시다시피 누구라고 콕 집어 말하지 않았습니다. 당사자들은 알겠지요. 누구 때문에 부끄러운지. 누구에게 화를 내는지. 자신이 그 목적어라는 걸요.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지 연희관 015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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