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한국위원회 정갑영 회장. (사진=김지윤 기자)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정갑영 회장. (사진=김지윤 기자)

[내외뉴스통신] 김희정 기자
 

“한국은 왜 유니세프가 존재하는지 입증해준다”

헨리에타 포어 유니세프 총재는 2019년 한국 방문 당시 이같이 말했다.

전 세계 소외된 어린이들을 돕는 국제기구를 생각하면 대표적으로 ‘유니세프’가 떠오른다. 그런 유니세프의 영향력을 대한민국이 입증한다니, 한국 유니세프는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본보가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 정갑영 회장을 만났다. 정갑영 회장은 연세대학교 경제학 교수에서부터 연세대 총장, 그리고 지난 2년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으로 다양한 삶의 기록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동안 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돌려주고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그를 통해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 발자취를 느끼고, 한국의 미래인 청년들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전해 듣는 기회를 가졌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 정갑영 회장이 본보 김희정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 정갑영 회장이 본보 김희정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 올해 5월이 되면 취임하신 지 2년이 됩니다. 평생 교직에 종사하셨고, 경제학 교수에서 대학 총장,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으로 어찌 보면 독특한 이력일 수도 있는데, 지난 2년간의 소회를 부탁드립니다.

시간이 굉장히 빨리 가네요, 벌써 2년이 됐는데. 평생을 경제학자로, 교수로, 연세대학교 총장으로 지냈는데 이젠 은퇴하고 사회를 위해서 의미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유니세프 회장을 맡게 됐습니다. 저는 기독교인이고, 연세대학교가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도 서번트 리더십인데요. 항상 봉사하고 사회를 위해서 살아갈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걸 목표로 하는 거죠. 평생 그런 삶을 살라고 계속 가르쳐왔기에 저 자신도 스스로 그런 모범을 보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위원회 회장 지위를 맡아보니 유니세프에 후원자가 정말 많더라고요. 47만 명, 올해는 48만 명 넘는 것 같은데 국내 전 인구의 거의 1% 가까이 되는 숫자죠. 그만큼 많은 후원자를 갖고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많은 후원자의 기대에 부흥하려 합니다. 
또 좋은 일을 하는 단체가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유니세프는 선도적인 모델을 만들어가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임기를 한 지 2년 밖에 안됐지만 남은 앞으로의 기간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우리 기관이,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도 그동안 사회에서 많이 받았던 혜택을 돌려주고 봉사하는 활동을 계속해나갈 예정입니다.

 

- 한국은 77년간의 유니세프 역사에서 매우 놀라운 스토리를 가진 나라라고 들었습니다. 이에 관해 자세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은 정말 놀라운 스토리를 많이 갖고 있어요. 유니세프 회원국은 190여개 가량으로 정말 많은데 회원국들은 도움을 주는 나라, 도움을 받는 나라 이렇게 두 그룹으로 나누어져있어요. 이 많은 나라 중에서 도움을 받던 개발도상국에서 도움을 주는 경제선진국으로 전환한 건 대한민국이 유니세프 77년 역사상 유일합니다. 우리나라는 6.25 이후 제일 많은 도움을 받은 나라 중 하나였는데 이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위치가 변했죠. 이러한 스토리 덕에 한국은 유니세프 역사에서 많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한국은 개인 후원자 수가 47만여 명으로 개인 회원 숫자로는 33개 유니세프 국가위원회 중에서 제일 많다는 건데요. 1994년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설립된 지 3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역사에도 한국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과 함께 5대 모금대국에 올랐어요. 
마지막으로,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전 세계 33개 국가위원회에서 본부 송금율이 최고 수준으로, 높은 효율성을 갖고 있어요. 2012년에 박양숙 여사가 기금 100억 원으로 아시아 어린이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캠페인 '스쿨즈 포 아시아'을 시작했고, BTS와 함께 글로벌 아동청소년 폭력근절 캠페인 'ENDviolence'(엔드바이올런스)를 벌인 것처럼 전 세계 유니세프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한국은 원조국으로 전환, 최고 수준의 본부 송금 효율성, 모금 및 기여도 부분 등 다양한 측면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2019년 한국에 온 헨리에타 포어 유니세프 총재는 “한국은 왜 유니세프가 존재하는지 입증해준다”고 말하기도 했죠.

 

사진=김지윤 기자
사진=김지윤 기자

 

-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 국제적 위상이 높다고 들었습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전 세계 유니세프 국가위원회 중에서 개인기부자 수가 1위예요. 이걸 저는 한국의 풀뿌리 기부 문화라고 표현하는데, 특히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총 모금액의 90 % 이상이 개인 기부금으로 이뤄져 있어요. 
예전부터 한국인은 자신이 어려워도 더 어려운 이웃을 보면 돕고자 하는 전통이 있었죠. 이렇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지구촌 이웃을 돕는 인류애로 발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부를 바탕으로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모든 사업을 전개할 때마다 후원자가 보기에 온당한가, 효율적인 사업인가를 늘 생각하고 실행합니다. 유니세프 본부와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서도 기금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받죠.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공익법인 재무 종합평가에서 재무 안정성 및 효율성, 투명성 및 책무성 종합평가에서 만점인 별 3개와 크라운 인증을 2년 연속(2019 ~ 2020년) 획득했는데요. 특히 2020년엔 20개 세부항목 평가에서도 모두 만점을 받았는데 이 3가지 사항을 모두 충족한 법인은 평가 대상 9,648곳 중 한국을 포함해 4곳 밖에 없습니다. 신뢰가 없었다면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전 세계 유니세프국가위원회 중 가장 많은 개인 기부자도, 기금 증대도 이루지 못했을 것입니다.

 

-최근 BTS 멤버와 김연아, 김혜수 같은 유명인물들이 유니세프를 통해 기부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유명인들이 유니세프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제일 정확한 답변은 본인에게 물어봐야될 것 같은데(하하), 제 생각에는 그래도 유니세프가 가장 신뢰할 수 있고, 유엔 산하 기관으로서 글로벌 파급력이 있으며 기금 관리의 효율성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니세프는 이미 세계 각국에 사무소가 존재합니다. 국제 구호 기관 중 가장 많은 190여 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5개의 물류 센터를 보유해 전 세계 어디서 재난이 발생해도 신속하게 현장에 접근해 어린이를 도울 수 있어요. 
근래에 재난이 발생했던 튀르키예엔 1951년부터. 시리아에는 1970년부터 이미 국가사무소를 두고 현지 어린이를 도와왔어요. 재난 이전부터 현지 사정을 이해하고 정부 당국과 두터운 협력관계를 맺어서 이번 지진 발생 직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긴급구호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전문성과 효율성을 갖고 유엔 산하 기관으로 각국 정부와 협력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방식을 추구한다는 점이 유니세프의 실질적인 강점이자 사람들이 유니세프를 보다 신뢰하는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김지윤 기자
사진=김지윤 기자

 

-대한민국이 더욱 성숙하고 발전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대한민국이 어떤 기준으로 봐도 선진국이 됐어요. 유니세프에서 선진국이 된진 오래됐고 경제적으로도 1인당 GDP가 일본과 맞먹는 수준이에요. 선진국이 됐기 때문에 세계시민으로서 한국도 요구되는 책임이 있죠. 우리나라는 OCED 국가 가운데 전체 GDP 대비 ODA(공적개발원조) 등 후진국을 위한 개발지원 예산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예요. 우리보다 저개발국을 위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도움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한국은 선진화되긴 했지만, 너무 고령화됐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출산율을 높이는 건 개인적으로 쉬운 방법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교육을 통해 고도로 전문화된 인력을 많이 육성해야 할 것 같아요. 부가가치가 높은 전문직을 많이 배출해야 하는 거죠. 대표적으로 미국을 보면, 미국은 개방정책으로 좋은 학자, 좋은 학생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개방화된 문화 속에서 과학기술, 인문사회 등 다방면에서 고도의 전문직을 많이 배출해야 하는 게 성숙한 대한민국을 위한 우리의 과제인 것 같습니다.

 

-올해 가장 주력할 사업과 임기 동안 회장님의 목표는 무엇인지요?

유니세프는 대한민국 전체의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해외 선진국을 가보면 기부를 받는 공간이 있어요. 동네 도서관, 박물관, 병원 등에도 존재하죠.
개인 기부는 잘 되어가고 있지만, 기업 부문의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어요. 이제 ESG경영처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많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과거처럼 이윤만 추구해서는 안됩니다. 
저희 유니세프는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기부 캠페인을 많이 알리고,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 기부문화가 확산되도록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기업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캠페인을 전하면서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습니다. 
또 올해는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 사업 10주년을 맞아 더 내실있는 아동친화도시 만들기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 지자체 중 103곳이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를 추진하고 지방정부협의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는데요. 저희는 올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아동권리를 위해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지방정부협의회를 비롯해서 학교, 병원, 기업으로 주요 사회구성 구성원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사진=김지윤 기자
사진=김지윤 기자

 

-36년간 교직에 몸담으시면서 학생들을 가르쳐 오셨고 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와 청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젊은이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건 ‘도전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 젊은 학생들은 자기 잠재력에 비해서 너무 꿈이 작아요. 내가 볼 때 ‘저 사람은 한 100 정도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당사자는 60~70 정도만 이루어지면 족하고 더 노력하지 않아요. 이게 대한민국 보통학생들인 것 같아요. 학교에 있었을 때도 항상 얘기했어요. “여러분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제가 여러분 시절에는 주어진 환경, 그 어떤 조건을 비교해도 지금보다 못했어요. 항상 현실세계에 장벽은 있어요. 그런데 장벽을 넘어서 도전하려는 생각도 안 하면 장벽은 영원한 거고, 넘어서 도전하는 사람은 장벽을 극복하는 거죠.  제가 연세대에서 수많은 학생들을 경험했지만 우리 한국 학생들은 너무나 도전의식, 개척정신이 없어요. 제일 큰 이유는 너무 편하게 살아서, 또 여건이 너무 좋아 헝그리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요.
또 깊은 생각을 잘 안 하고,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해요. 그런 것들이 현재는 좋을지 몰라도, 우리 미래에는 젊은 사람들이 이끌고 나가야하는데 진취적인 인재가 나와야죠. 위인전을 보면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일반인과 다른 무언가가 있었어요. 그 중 도전정신, 개척정신이 없이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두 번째로 부탁하고 싶은 것은 항상 신뢰받는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겁니다. 신뢰보다 더 큰 자산은 없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신뢰를 그렇게 중시하지 않는 것 같아요. 서로를 믿지 못해요. 일상적에서도 보면 우리 사회는 너무 그런 빈말이 관행화됐어요. 그래서 제가 학생들에게는 “한마디도 허튼 소리를 하지 마라. 만약 ‘밥 한번 먹자’하면 밥을 꼭 먹어라. 빈말을 하지 마라”고 말해요.

또 경제학 관점으로 볼 때도 신뢰가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는 경제성장에 차이가 있어요. 우리나라는 신뢰가 굉장히 없는 나라예요. 신뢰가 없는 나라에서는 경제용어로 ‘거래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경제활동을 하면서 중간에 불필요한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이죠. 내가 신뢰를 못 지키면 당장은 피해가 없는 것 같아도 사회적 차원으로 가면 나에게 피해가 크게 돌아와요. 그래서 우리 자라나는 청년들이 항상 도전정신과 신뢰를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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