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웅 언론학 박사
최충웅 언론학 박사

[내외뉴스통신] 최충웅 언론학 박사

최근 각 지방의회가 서로 앞 다투어 최대치의 월급을 인상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를 비롯해 각 지자체가 물가 상승과 세수 감소로 긴축재정에 힘겨운 상황인데, 전국 지방의회가 경쟁적으로 의정활동비 ‘셀프인상’을 만장일치로 밀어부처 빈축을 사고 있다. 그것도 최대 상승폭의 의정활동비 인상은 엄혹한 지역 경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국민의 혈세로 잿밥에만 관심 있는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이 거세다. 올 초부터 각 지방의회가 "언제 또 올릴지 모르니 우선 최대한으로 올려놓고 보자“는 식으로 '일괄 증액’ 봇물이 쏟아 진 것이다.

지방의원들의 의정비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구성된다. 의정활동비는 의정 활동에 드는 비용을 보전하는 것이다. 의정자료 수집 등 보조활동에 사용되는 의정활동비는 지난 2003년 광역의원 월 150만 원, 기초의원 월 110만 원으로 책정된 이후 지금까지 유지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의정활동비 한도가 광역의회는 최대 50만 원, 기초의회는 최대 40만 원 올릴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올해부터 광역의회 의정활동비 지급 한도는 월 15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기초의회는 월 11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높아졌는데, 문제는 2003년 이후 고정돼 있던 상한액이 20년 만에 늘어나면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앞다퉈 의정활동비를 법정 상한액 수준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는 점이다. 전국 각 기초·광역의회가 연초부터 잇따라 경쟁적으로 인상의 최대폭까지 증액을 단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열악한 지방재정과 민생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당초엔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하지만 지방의원의 충실한 의정활동을 돕고 유능한 인재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서 2006년부터 월정수당을 신설해 의정비를 받기 시작했다. 기본급에 해당하는 월정수당의 경우 공무원 보수인상률을 적용해 매년 인상해 왔다. 광역 의원들은 이미 중위 소득에 해당하는 연 5000만~6000만 원대의 의정비를 받아왔다. 그동안 기회만 되면 의정비를 올려왔다. 규정에 따라 겸직도 되고 연간 수천만원의 후원금도 모금할 수 있다.

최근 서울시의회와 전주시의회가 의정활동비를 월 15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인상하는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경기도 역시 지난 5일 2024∼2026년 도의원 의정활동비를 월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이내로 늘리는 안건을 심의위원 7명 전원 찬성 의견으로 의결했다. 확정될 경우 도의원 1인당 연간 의정비는 의정활동비 2천400만 원과 월정수당 5천11만 원을 합쳐 7천411만 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6천727만원보다 684만 원 늘어난 것이다. 강원·전북·경북·대구·울산 지자체 역시 의정활동비를 법정 최고액 수준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의원들은 “충실한 의정 활동을 위해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서울 종로구 의회는 재작년 7월 출범 직후부터 여야가 의장 자리다툼을 벌여 1년 넘게 휴업 상태로 지냈다. 서울 성북구 의원들은 관광성 외유를 갔다가 비용 전액을 물어내라는 명령을 받았다. 전북 김제시 의회에선 불륜 남녀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고성을 지르며 싸우다 제명되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그동안 지역 주민들로부터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올 초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92개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종합청렴도를 평가한 결과 총점은 68.5점으로 다른 행정기관과 공직유관단체의 80.5점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지방행정연구원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한 국민 만족도는 13%로 집계됐다. 지방의회에 대한 부정적인 사례가 한 둘이 아니라 의정활동비 최대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거센 이유다. 

시민단체들 역시 “무작정 올리기에 앞서 투명성·신뢰도 회복 우선"을 주장하고 있다. 물가 상승과 세수 감소로 지자체가 긴축재정을 운용하는 상황에서 급격한 '일괄 증액' 인상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비과세 대상인 의정활동비와 관련해 별도로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조례를 제정한 지방의회는 없다"며 "과세를 하지 않으니 의정활동비를 급여 개념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의정활동비를 인상하려면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의정활동비는 월급처럼 가져가는 돈이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 객관적 기준 없이 일괄 인상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방의원이 매월 받는 의정활동비는 각 지자체 의정비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조례로 정하게 돼 있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월정수당'을 인상하려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주민 수, 재정능력,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실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의정활동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들을 통해서 의정비에 반영하는 과학적인 구조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유럽 상당수 국가의 지방의원들은 무보수이거나 자원봉사자 수준의 세비를 받는다. 지방의원은 자기 동네를 위해 봉사하는 자리라는 인식이 확고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안보 복합위기에 국민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도 예산과 인력을 줄이는 긴축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의원들이 매일 말로는 걱정한다는 물가 상승과 세수 감소에 주민들의 불신이 심각하다. 그런데 지자체가 긴축재정을 운용하는 상황에서 급격한 의정비 인상이 과연 온당한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지방의회는 지역주민들의 고달픈 삶을 보듬으면서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할 때다. 잿밥에만 마음이 가 있고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최충웅 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hoongwc@hanmail.net

내외뉴스통신, NBNNEWS

기사 URL : http://www.nb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36590

저작권자 © 내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