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편집=이윤정 기자)

 

[내외뉴스통신] 정이 이 대 희                                                                  


진해 벚꽃이 만발하고, 봄 날씨가 화창한 4월 둘째 주 수요일. 2군 산하의 사령관들을 대구로 소집하였다. 4.19 시위 대책이란 명목으로 회의를 소집하였지만 대부분 나와 혁명에 동참하기로 약속한 장군들이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몇몇 혁명 동지 장군들도 가능하면 참석해도 좋다고 귀뜸을 했다.

2군 사령부 참모장 이주일 장군이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회의를 주도하였다. 마침 2군 사령관인 최경록 중장이 미국 순방 중이라서 이 참에 겸사겸사 혁명 논의를 하기로 한 것이다. 

각 지역 사령관과 함께 몇몇 참모들이 차를 타고 속속 등장했다. 제법 넓은 회의실이 꽉 찼다. 참석자 면면을 보면 논산 제2훈련소장 최홍희 소장, 제2훈련소 참모장 한관흥 대령, 영천 정보학교장 한웅진 소장, 광주 항공학교장 이원엽 대령, 안동 36사단장 윤태일 준장, 청주 37사단장 김진위 준장, 부산군수기지사령관 김용순 준장, 광주 31사단장 최주종 준장, 국방대학원 송찬호 준장, 진해 육군대학 정문순 중령, 윤필용 중령, 한신 준장, 육본 작전 차장 유양수 준장, 육본 장경순 준장, 2군사령부 공병참모 박기석 대령 등이다. 김동하 장군도 기차를 타고 대구까지 달려 왔다. 

“먼 길 오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렇게 많이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2군 내 군 통솔 책임자들과 함께 4월 이후 전개될 수도 있는 극심한 시위와 데모에 대한 대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수도권의 몇몇 지휘관들께서도 참석하셨습니다.” 

이주일 장군이 사회를 봤다. 

“사령관께서 미국 출장 중이시라서 오늘은 부사령관께서 회의를 주관하시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최근 혼란스러운 정치 사회 상황 속에서도 굳건하게 군을 잘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3월부터 시작된 위기 상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는 4월 위기설에 바짝 긴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국토 방위와 치안에 책임을 다해야 할 겁니다. 오늘 회의는 그동안 진행되어 온 위기 대처 상황을 점검하고 4월 이후의 작전 계획에 대해서 논의하기 위함 입니다. 기탄없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해 3월부터 시작된 데모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국방부에서는 지난 3월 초에 6관구 사령부 소속 군인들을 중심으로 시위 진압 동원 훈련을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다가오는 4.19를 계기로 야당과 혁신 세력,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리 2군에서도 이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만성적인 시위, 데모가 참 걱정입니다. 경찰에서 잘 해낸다면 특별히 우리 군이 나서지 않아도 되겠지요.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걱정이 많습니다. 지난 해 경찰 발포 사건도 있고…”

“일단 정부 차원에서도 위기로 보고 있어서, 충분히 대비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경찰력으로 감당이 안되면 우리 군을 요청하겠지요. 그때까지 지켜보는 수밖에…”

“이 참에 우리 군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혁명에 적극적인 한신 장군이다. 
  
“그 얘기는 잠시 접어두십시다. 지금은 정부의 4월 위기 대처 방안에 대해서만 논의하구요.”

2군 산하 예비 사단의 경우에는 관할 지역 치안 유지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지난 해 4월, 전국적인 계엄 선포 직후에 각각 지역 계엄사령관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회의는 평상시 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두 시간 여 회의를 마치고 장교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자연스럽게 오늘 일정을 파하고, 혁명 동지들을 회의실로 다시 모이게 한 뒤 본격적으로 혁명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개별적으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거사일은 4.19 전후가 아닌 5월 초순입니다. 정부측에서 3월, 4월 위기를 극복했다고 생각하여 다소 느슨해질 시점이라서 우리에게 유리합니다. 거사일이 확정되면 곧바로 카운트 다운에 들어갑니다.”

“병력 출동은 해병대와 공수단, 6군단 포병단을 선봉으로 하고 6관구 사령부 소속의 2개 사단의 대대 병력이 출동합니다. 전방의 5사단, 12사단은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반혁명군 출동에 대비합니다.”

김동하 장군이다. 

“D-데이를 시점으로 만발의 준비를 갖춰 주시고, 거사일 오전 5시 첫 방송에 혁명 소식이 전하는 것을 계기로 2군 산하 후방 사단이 계엄 상태로 돌입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만일에 아침 5시에 혁명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면 어찌 합니까?”

최홍희 장군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얘기다. 우리가 ‘작전 계획에만 몰입하다 보면 자칫 예기치 않은 상황의 발생에 대해 당황할 수 있다. 갑자기 실내가 조용해진다. 말로만 진행되던 혁명이 이제는 가시권에 들어가고 있음을 직감한 것이다.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치밀하게 준비해서 한 치 오차도 없게 추진할 겁니다. 육본의 영관급 장교들이 거의 매일같이 모여서 작전 토의를 하고 있습니다.”

장경순 장군이 일동을 안심시키는 발언. 혁명이 애초의 작전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어야 하지만,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돌발 변수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아무리 치밀하게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사건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는 중입니다. 한웅진 장군께서 저와 얘기 나눴던 몇 가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예,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모든 혁명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혁명 주체 세력이 모두 방첩대나 경찰에 체포 당하는 경우입니다(시나리오 1). 이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에는 현재 이 곳에 모이신 지역 사령관들께서는 모두 혁명 참여를 부인하는 ‘오리발 작전’을 전개합니다. 2군 사령부 내에서는 전혀 혁명 참여 논의가 없는 것으로 합니다. 오늘 오전에 모였던 회의는 철저히 국방부 방침에 따른 공식적인 시위 방지 대책이 되는 겁니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2군 산하 지역 사령관들이 함께 모인 비공식적 회의는 없습니다. 

둘째 시나리오는 혁명군이 장면 총리 체포에 실패하고, 장면에 의해 전방의 전투 사단이 서울로 진입하여 혁명군과 대치하는 상황입니다(시나리오 2). 이럴 경우 다시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예상됩니다. 실질적인 군 지휘체계 상 장도영 총장이 적극적으로 정부측 입장이 되어 전투 사단을 동원하여 반혁명군이 되는 경우가 하나이고(시나리오 2-1), 다른 하나는 장 총장이 중간자적 입장에서 장면 총리를 설득하여 내란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 경우(시나리오 2-2) 입니다.”

한 장군의 목소리가 잠기며 심각해 하는 느낌이 들기에 내가 거들고 나섰다.

“장면 총리 체포 실패의 경우에는 대안으로 윤보선 대통령을 체포하여 우리 편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현재 민주당 구파와 신파, 즉 야당인 신민당과 여당인 민주당,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편을 나누어 대판 싸움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4월 위기설도 알고 보면 야당인 신민당 측에서 장면 정부를 전복시키고자 하는 데서 유래한 겁니다. 장면 총리가 반혁명군을 동원해 정면으로 맞서 온다면 우리는 윤보선 대통령을 앞세워 공식적인 혁명을 추진하면 됩니다.”

순간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현한다. 

“(시나리온 2-1)의 경우를 대비하여 전투사단인 5사단과 12사단 병력을 출동시켜 반격에 나설 예정입니다. 물론 사전에 통신망을 차단하여, 육군 본부와 제1군 사령부의 지휘체계를 무너뜨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육본의 혁명 동지들이 ‘반혁명’ 태도를 보이고 있는 사단장과 군단장에 대해서는 참모진을 동원하여 포획 또는 감금하는 작전도 구상 중에 있습니다. 4월 말 쯤에는 성향 파악을 끝내고 모든 군단과 사단을 무력화시킬 계획을 완성할 것입니다.”

한 장군에 이어 유양수 장군이 거든다.  

“장도영 총장은 지금 극심한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사실 장도영 총장은 우리가 총장으로 옹립하였고, 기회 있을 때마다 정보를 주고받고 있는 중입니다. 시국에 대한 정부측 움직임은 물론 미군 동향, 혁명에 대한 본인의 견해에 대해 편하게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공식적으로 우리의 혁명을 지지하고 나서지는 못하지요. 그의 위치 때문에. 그래서 적당히 우리의 혁명 의도를 흘리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의 적이 되지 않도록’ 단도리 하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2-2)가 바로 이것입니다.”

“셋째 시나리오는 3.15, 4.19 시위와 데모를 주동하는 불순세력과 합세하여 야당인 신민당, 재야 혁신 세력들이 지난 해 3월 이승만 정권에 도전했던 것처럼 혁명군에 반발해 오는 겁니다(시나리오 3).” 

한웅진 장군의 설명에, 곧바로 한신, 김동하, 장경순 장군이 이의를 제기한다.

“그것은 걱정할 게 없습니다. 새벽에 급습하여 장면과 윤보선을 체포하고, 국회를 해산한 뒤 곧바로 군사 계엄을 선포하면 됩니다. 불순분자의 데모는 대부분 만만한 정부, ‘어줍잖은 양반네’를 대상으로 나타납니다. 대포와 총, 탱크를 동원하는 군대에 대해서는 오합지졸(烏合之卒)에 불과합니다. 박 장군님께서 지난 번에 말씀하신 대로 강태공의 전략을 쓰는 겁니다. ‘승리의 비결은 적의 기미를 잘 살피다가, 유리한 순간에, 적이 예기치 못하게 급습하는’ 전략이지요.”

이쯤에서, 장내에 있던 대부분의 장군들이 와글와글 들고 일어섰다.

"아하, 뭔 썩어 빠진 시나리옵니까? 그냥 밀어버립시다. 정면 돌파해서, ‘아니면 말고’지요. 실패하면 모두 한강물에 빠져 죽읍시다."

"동감입니다. 시나리오를 곰곰이 생각하면 할수록 혁명 의지가 약해질 겁니다. 혁명군 사령관들에게 시나리오를 말하면 말할수록 동력이 떨어지고 전투력만 약해질 뿐입니다. 병사들이 제대로 말을 듣겠어요?"

"맞습니다. 정면 돌파가 정답입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시나리오 1)에서 우리 지역 사령관들을 어떻게 보고 ‘오리발을 내밀라’고 하십니까? 이건 우리를 너무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김진위 사령관이 열변을 토한다. 최홍희, 윤태일, 최주종, 정문순, 김용순, 송찬호, 한관흥 등이 모두 언성을 높인다.

“이번 혁명을 같이 하기로 한 이상, 우리만 예외로 빠진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혹시 우리 예비 사단장들을 적당히 이용만 하고 혁명 주체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포석입니까?”

갑자기 언성이 높아지고 얼굴 표정이 변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고보니 정말 그렇게 느껴질 수 있겠다 싶다. 회의 분위기를 정리할 필요를 느낀다. 

“자, 자, 진정들 하십시다. 한 번 동지는 영원한 동지입니다. 절대 그런 의도가 없습니다. (시나리오 1)은 극단적인 예외 상황일 뿐입니다. 여러분들도 아시지 않습니까? 작년에 제가 부산에 있을 때는 여기 계신 여러분들과 함께 주도적으로 혁명군을 동원하기로 계획도 했었지 않습니까? 만일의 사태가 생겼을 때 마지막으로 여러 분을 보호하기 위한 노파심에서 시나리오라고 표현해 본 겁니다.”

“자, 오늘 결론을 내십시다. 시나리오는 없는 것이고, 그냥 돌격 앞으로, 정면 돌파입니다. 아시겠죠?”

한신 장군의 화난 듯한 소리가 쩌렁쩌렁 한다. 회의실 밖으로 넘쳐난다.

“좋습니다. 정면 돌파합시다.”

이렇게 4월 봄, 새로운 혁명 전략이 수립되고 있었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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