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역사저널 그날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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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뉴스통신] 정이 이 대 희

군정의 민정이양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하더라도 상황이 그리 만만치 않다. 군사 혁명의 근본적인 원인 문제가 해소되고, 향후 지속적인 국가 발전이 보장되어야 만 민정 이양을 할 수 있다. 2년 만에 이런 전제 조건이 충족될 수 있을 것인가?

- 신 헌법 제정: 당장 헌법을 개정해야만 한다. 반드시 개정해야만 할 내용은 내각 책임제 정부 형태와 국회의 양원제 규정이다. 지난 민주당 국회는 4.19를 계기로 기존 헌법의 핵심 골격을 대폭 바꿔버렸다. 대통령제 정부 형태가 아닌 내각 책임제를 선택함으로써 형식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과 행정부를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국무총리가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었다. 내각 책임제는 국회가 행정부를 장악하여 의원이 정부 장관을 겸직한다. 행정부는 오직 국회의 신임을 전제로 존재 가능하다. 건국 후 한국 정치 상황을 보면 극도로 분열되어 정쟁만 일삼는 국회가 행정부까지도 정치판으로 만들어 버렸다. 4.19를 계기로 출범한 내각 책임제 형태의 장 면 정부는 ‘독재라고 비난하던’ 이 승만 대통령 시절보다도 무능력한 정권이 되어 버렸다. 같은 민주당 소속의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서로 편을 갈라 싸우는 정국이 조성되었다.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는 국회와 독립적으로 대통령이 행정부를 이끄는 대통령 중심제 정부가 바람직하다. 국민 선출의 대통령이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해 갈 수 있어야 한다. 또 다른 국민 투표로 구성되는 국회는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를 적절히 견제할 수 있으면 된다. 

두번째로 개정해야 할 것은 양원제 국회다. 자유민주주의 정치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이 국회를 참의원과 민의원으로 구분해 운영함으로써 더욱 복잡해진 정쟁 구도를 만들어 놓았다. 오로지 정치인들의 감투만 늘려 놓았을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안정된 정치, 국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민 모두가 100% 합치된 의견을 내도 경제 성장, 국가 발전이 어려운 판에 사분오열된 정치 국회는 행정부로 하여금 ‘아무런 일도 못하게’ 막고 있다. 

신 헌법 제정은 최고회의 내에서 빠른 속도로 안을 만든 뒤 국민 투표에 붙여 제정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출이 가능해진다. 군사 정부는 헌법 개정에 이어서 민정을 담당할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출까지 마무리해야만 한다. 

- 공산 좌파, 중립 국가론자의 제거: 건국과 전쟁 전후에 날뛰던 공산당 세력, 좌파 분열주의자들이 이 승만 대통령 시절에는 반공법과 함께 강력한 처벌을 함으로써 수면 아래로 잠잠해졌었다. 그러나 4.19 이후 등장한 민주당 정권이 무능력하게 대응하는 바람에 또 다시 극성을 부리고 있다. 무분별한 학생들의 자유, 민주, 통일 주장과 함께 좌파 불순분자들이 고개를 쳐들고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공산당은 교묘하게 한국의 중립화를 주장하면서 미군과 유엔군 철수를 주장하고 나섰다. 군사 혁명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이 바로 이런 공산당, 좌파 불순분자, 중립화 통일론자들의 등장이다. 전 국민이 불안감에 휩싸여 있으면서 우리 군부가 나서기만을 기다렸다. 무혈 군사혁명이 가능했던 것이 오로지 이런 공산당 세력에 대한 장 면 정권의 무능력에 가까운 대처 때문이었다. 

민정 이양은 이런 불순 세력을 완전히 박멸하여 또 다시 준동하지 못하게 만든 연후에나 가능하다. 반공법과 중앙정보부법, 검찰과 경찰법 등 법규를 완벽하게 구축하고, 경찰과 검찰, 정보부 요원들의 역량을 극대화하여 간첩과 좌파 불순분자들을 철저히 잡아낼 수 있어야 한다. 

- 정치 불신 해소: 우리 한국은 아직 자유 민주 정치가 요원하다. 가난과 문맹이 극심하고 자유와 민주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농민과 노동자가 대부분이며, 선출직 의원들의 정치적 역량이 너무나 미흡하다. 회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오로지 고함만 지르며 반발하고, 합의라는 것을 모른 채 끝까지 버티기 만을 능사로 삼는 정치인이 국회 안에 가득하다. 모두가 제 잘났다고 설쳐대면서, 자기를 뽑아 준 국민들이 안중에도 없다. 국회의원들이나 정당인들은 국민 대표라는 고귀한 사명감을 잊은 채, ‘직업 정치인’으로 만족하고 있다. 

대대손손 이어가면서 정치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자유당, 민주당 정치인들을 대체할 새로운 젊고 유능하며, 책임 의식 강한 정치 세력이 나와야만 한다. 조선 시대로부터 이어져 오는 양반 계층, 일제 시대에 구차하게 연명하면서 관청 주변에서 놀던 그런 정치인들을 정리해야만 한다. 이 승만 정권, 장 면 정권 내내 부정부패와 이권에 개입하고, 정쟁만을 일삼던, 이런 정치꾼들이 군사 정부를 이어받는 민정 이양은 의미가 없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정권 이양이 바로 이것이다. 

- 행정 혁신: 우리 군사 정부는 행정 혁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무기력하고 구태의연한 행정 방식을 이어가고 있는 공무원들을 대신해서 빠른 의사결정, 일사불란한 행정 처리,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행정을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 수천년 역사 중에 가장 청신한 행정을 만들어 가고 있다. 군사 정부가 물러나고 새로운 민간 정부가 들어선다고 했을 때 지금 현재 우리가 담당하고 있는 이런 행정을 이어갈 수 있을까?

생각이 많다. 

민정이양을 해야만 하는가? 언제? 어느 시점에?

이 문제는 나 홀로 고민할 문제만은 아니다. 군사 혁명 동지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지난 번 민정 이양에 관한 대국민 담화는 국가재건최고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오랜 기간 논의를 한 결과다. 

9월 2일 토요일, 오전에 최고회의 24차 회의를 개최하여 이 주일 소장을 부의장으로 선출하였다. 그가 맡고 있던 재정경제위원장 자리에 김 동하 장군을 임명하고 최고위원으로 조 시형 준장, 유 병현 준장, 박 태준 준장, 강 상욱 대령을 새로 임명하였다. 새로 임명된 위원들과 분과위원장들, 몇몇 주요 인사들이 함께하는 오찬 자리를 만들었다. 나는 국제크릴에서 동남아사절단과 오찬을 나눈 뒤 조금 일찍 자리를 떠서 일행과 합류했다. 일행들은 늦은 점심을 마친 뒤 후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최고회의가 더욱 든든해졌어요. 이제 군사 정부가 본 궤도에 오른 것 같습니다. 정부 각 부처도 잘 움직이고 있고, 감찰부와 군사재판도 서서히 실적을 내고 있어요. 국민재건운동도 전국민이 참여하는 형태로 발전해 가고 있고…” 

좌중을 둘러보니 분위기가 좋다. 대낮부터 막걸리 잔을 돌리고 있다. 새로 임명된 부의장과 최고위원들이 적당히 거나해져 있다. 

“진작에 위원이 되었어야 했는데 조금 늦은 감이 있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영광입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조 장군이 의욕을 내보인다. 오 치성 위원장을 이어서 내무위원장직을 맡기로 되었다. 다른 신임 위원들과 함께 잔을 들어 부딪친다. 

“그나저나 정신없이 지나 오다 보니 5.16 거사로부터 벌써 100여 일이 지났습니다. 어린아이가 태어나면 백일 잔치를 근사하게 하는데 우리도 한번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그동안 얼마나 노심초사하고 힘이 들었습니까?”

“지금이라도 당장 하시죠? 여기 핵심 동지, 요원들이 모두 모여 있으니 종로떡집에서 시루떡 한 말만 날라오면 됩니다.”

김 윤근 교통체신위원장이다. 신임 운영기획위원장 오 치성이 거들고 나섰다. 

“새로운 이 부의장님과 신임 위원장, 최고위원들 축하도 해야 하니 제가 당장 주문하겠습니다.”

왁자지껄 흥이 높아진다. 

“자, 자, 그러지 마시고 축하 건배 한 번 하십시다.”

모두가 잔을 높이 들고 ‘건배’를 외쳤다. 

“지난 달에 민정 이양에 대해 대국민 공표를 하고 난 뒤로도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혁명 정부가 본 궤도에 올라 있는 지금, 이제는 어떻게 내려설까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밖에서는 얼른 내려 놓고 군대로 돌아가라고 성화인 듯합니다.” 

“아직은 때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시작인데…” 

손 창규 문교사회위원장이 입을 연다. 송 찬호 위원 대신으로 일을 하고 있다. 

“언론이나 공산 사회주의자들, 중립론자들은 군사 정부의 눈치만 보면서 숨 죽이고 있는 겁니다. 학생 운동권도 마찬가지구요. 민간 정부가 등장하면 금방 이전의 장 면 민주당 시절의 난장판으로 되돌아갈 겁니다. 지금의 조용함이 진정으로 순화된 상태가 아니라 그냥 ‘폭풍 전야’와 같은 모양새입니다.”

들떴던 분위기가 차분하게 가라 앉는다. 

“지난 반혁명 사건을 계기로 백 명 가까운 영관급, 장성급 군인들이 검거되거나 예편을 했습니다. 군 내부도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민정 이양 작업에 병행해서 현역 군인의 원대 복귀도 질서 정연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김 종필 부장이다. 군사정부에 동원되어 있는 장교들은 대부분 군으로 복귀하여 장군으로 승진하고 주요 보직을 받는 것을 영광으로 삼는 이들이다. 현재 맡고 있는 장관이나 각종 기관장, 정부 위원, 검찰관 등의 보직은 ‘일시적일 뿐 내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정권 인수 절차에 맞춰서 원대 복귀 명령을 내려야만 한다. 

이미 장 도영, 송 찬호, 김 제민, 문 재준, 박 치옥 등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원대 복귀 명령이 내려졌다. 

나의 경우에도 최고회의 의장인 군통수권자로서 8월 11일자로 중장에 진급하였지만, 조만간 군복을 벗어야 할 것이다. 군사영어학교 출신의 고위급 장성들이 거의 대부분 옷을 벗었다. 가까운 시 일 내에 나도 민간인 신분이 된다. 

그런데 말이다. 현 군사정부를 과연 민간으로 넘겨줄 수 있겠는가? 이 엄청난 변화를 감당해 낼 민간 정치인, 대통령급의 행정 전문가가 존재하는가?

그래서 걱정이다. 

“의장님, 조급하게 생각하셔서는 안됩니다. 모든 것을 그르칠 수 있어요.”

언제나 냉정하게 의견을 주는 이 석제 위원장이다. 

“정권 인수를 채근하면서 보채는 사람들이 누군가 뻔합니다. 면면을 보면 대부분 자유당, 민주당 시절에 한 자리하면서 힘 깨나 쓰던 인사들이지요. 지금 연금 상태에 있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이 연금 상태에 처하게 된 연유가 무엇입니까? 하나 같이 무능하고 부정부패에 물들어 있으며, ‘말만 무성한’ 사람들입니다. ‘죽 쒀서 개 준다’고 하던데 우린 그럴 수 없습니다.”

김 동하, 이 주일, 김 윤근, 오 치성, 김 종필 모두가 공감하고 나선다. 

“우리의 군사 혁명은 이 성계의 조선 건국이나 나폴레옹의 위대한 프랑스 건국과 같은 선 상에 서 있습니다. 최 충헌이나 항 우와 같은 하극상, 레닌이나 김 일성과 같은 공산당 혁명과는 근본적으로 격을 달리합니다.”

감정이 격해지면 잠시 쉬어 가는 것이 상책이다. 술 한 잔을 들이켜고 호흡 조절을 한다.

“이 성계의 조선 건국은 정 도전과 같은 젊은 엘리트 관료들이 함께 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일제를 세계 최강대국으로 이끈 명치유신도 알고 보면 젊은 엘리트 집단, 우수한 관료들이 핵심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지금 우리 군사 정부를 이어받아 우리의 원대한 국가 발전의 꿈을 이어갈 조직이 있습니까?”

“맞습니다. 국가 발전이, 경제 성장이 충분히 동력을 확보하여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는 군사 정부가 내려설 수 없습니다. 무능력한 정치인들에게 정권을 넘겼다가는 장 면 민주당 정부 시절보다도 못한 지경에 이를 수도 있어요.”

김 부장이 내 말을 받아 열변을 토한다. 그리고 못을 박는다. 

“잘 준비해야만 합니다. 절대 서둘러서는 안 됩니다.” 

모두가 정권의 민간 이양의 불가피성은 인정하되, 결코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민간 이양은 우리가 정한 절차에 따라, 전제 조건을 충실히 갖춘 상태에서,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딜레마(dilemma)다. 

우리 한국을 고려시대의 무인 정권기의 중방(重房)이나 일제의 막부(幕府) 통치처럼 만들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위대한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만 한다. 그렇다면 군사 정부를 조금이라도 일찍 마감하고 정권의 민간 이양을 이뤄야 한다. 

그런데 정권을 인수받을 민간의 역량이 미지수다. 혁명 직전의 민간 정부라면 없는 것만 못해서 또 다시 군사 혁명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생각이 올바른, 젊은 엘리트 정치인을 육성하고 지혜로운 행정 관료들을 정치와 행정의 중심에 자리잡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게... 정권 민간 이양의 전제 조건이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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