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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뉴스통신] 정이 이 대 희

본격적으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고 긴장의 끈을 조여가고 있던 5월 7일 조선일보 조간 신문에 한국청년당의 쿠데타 음모설이 실렸다.

“한국청년당 사건. 확대되는 쿠데타 음모 배후. 나치당 행동을 본 따. 무기 구입비 제공자는 실업가 이모씨, 의사당 강점, 조각(組閣)까지 망상(妄想)…”

한국청년당은 지난 해 4.19 직후에 박대완이라는 청년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단체였는데 최근에 쿠데타 음모설이 밝혀져 지난 주에 검찰에 대표자가 구속되었다. 박대완(위원장), 유세림(부위원장), 김찬빈 등 구속된 사람들은 모두 북한 출신으로 전국에 3000여명의 당원이 있다고 한다. 눈여겨 볼 것은 그들의 강령 중에 내각책임제는 안되고 반드시 대통령중심제 정부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들도 현 내각제 헌법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또 주요 기간 산업(基幹產業)의 국공영화(國公營化) 원칙에 입각한 계획 경제 체제, 반공 반독재 구국 운동에 의한 자주 통일을 주장하고 있었다. 대통령 중심제나 계획 경제, 반공 반독재, 자주 통일은 나의 생각과도 같다.

그들은 군사 훈련을 제대로 받은 장병 2개 중대를 무장시켜, 오는 칠월까지 데모에 편승하여 국회의사당과 정부 청사를 강점하는 쿠데타를 일으키기로 했다고 한다. 장면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요인들을 암살하고, 새로운 혁명 내각을 수립하고자 했다. 재미 있는 것은 혁명 내각을 예비역 장성과 젊은 대학 교수 중심으로 구성하는데 내무에 강문봉 장군, 국방에 송요찬 장군, 주미 대사에는 정일권 장군, 고대 교수인 김준엽씨 등을 고려 중이었단다. 

기가 찰 노릇이다. 수없이 떠돌고 있는 쿠데타 음모설에 편승한 불순 세력일 뿐이다. 하지만 심각히 생각해야 할 것은 현 장면 민주당 정부가 ‘너무나 만만해 보일’ 정도로 무능력하다는 점이다. 기사 속의 청년당은 해방 직후 활동했던 대한청년단, 대동청년단, 민족청년단, 서북청년단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때는 경찰과 군대가 아직 정상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국방과 치안 확보 차원에서 반공 청년들의 존재가 절실하게 필요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70만 군대가 있고 잘 조직된 경찰 조직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이런저런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어불성설이다.

기사를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든다. 우리의 군사 혁명이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됨을 절감한다. 

D-10. 모든 혁명 동지들이 ‘봉화 작전’에 대해 숙지하고 철저한 준비 작업에 돌입해 있다. 출동 병력이 가장 중요한데, 통솔 부대장들의 지혜로운 영도를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장면 총리가 삼차 개각(改閣)을 단행한 것에 대해 민주당 내부의 반발이 제법 심각하다. 장 총리는 5월 3일, 6부 장관과 7부 정무차관을 경질하였다. 내무, 재무, 문교, 농림, 상공, 보사부 장관이 교체되었다. 장면 정부에서 4월 위기설과 관련해서 내무와 문교를, 또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국토건설, 농촌 발전, 경제개발 계획 등과 관련된 부처 장관이 교체된 셈이다. 모두 야당의 반발이 심했던 부처들이다.

4월 위기설과 함께 장면 내각 총퇴진을 주장하고 있는 신민당과 같은 야당의 반발은 당연하다고 치더라도, 여당인 민주당 젊은 의원들조차도 개각 결과를 놓고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이유는 장 총리 측근의 노장파 의원들만 입각시켰다는 얘기다. 소장파인 신풍회(新風會) 소속으로 교통부 장관 설이 있던 김준태 의원이 부흥부 정무차관에 유임되자 극단적으로 반발을 하면서 사표를 제출했다. 당 기획위원으로 지명된 박주운 의원과 함께. 신풍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와 정부, 정당 업무 모든 면에서 협조를 거부하고 나섰다.

- 내각제(內閣制)의 함정(陷穽) –

장면의 민주당 정부는 철저하게 내각제 함정에 빠져 있다. 이번 개각 내용을 보면 모든 장관과 정무차관이 민주당 국회의원이다. 민주당이 국회의 입법기능은 물론 행정부의 정책 기능까지 전담하고 있다. 헌법에 장관 중 반 이상을 국회의원으로 채워야 한다고 되어있지만, 이번 개각 결과를 보면 장관과 차관 모두를 의원으로 한 셈이다. 

정부 형태를 논할 때 대통령 중심제와 내각 책임제로 구분한다. 내각제는 국민 대표로 구성되는 국회가 입법권은 물론 정부 부처 총리와 장관이 되어 직접 행정과 정책을 담당한다. 이에 비해 대통령제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을 국민 직선으로 선발한 뒤 모든 행정권을 담당케 하는 구조다. 또 다른 국민대표로 구성되는 국회는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가지고 행정부를 적절히 견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내각제에서 중요한 것은 국회다. 국가 발전의 모든 정책과 그 관리 활동인 행정을 제대로 감당해낼 수 있느냐 여부다. 행정은 전문가가 담당할 때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 국방은 군인들에게, 국토 건설은 토목 전문가에게, 교육은 선생님들에게 맡겨야만 한다. 그리고 공무원은 평생 동안 같은 일에만 종사하는 행정 전문가이다. 이에 비해 국회의원은 임기가 정해져 있는 정치인이다. 정치는 여론을 수렴하고 행정부를 적절히 견제하는 역할이 주 임무다. 정치인은 결코 행정 전문가가 아니다. 정치, 정치인이 행정에 간섭을 하면할수록 행정이 난맥상을 보이고 국가 발전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지난해부터 민주당은 국회와 행정부 모두를 장악하고 있다. 그런 민주당이 국회는 물론 행정부 총리와 장관을 두고도 ‘정쟁(政爭)’에 목숨을 걸고 있다. 장면 정부가 하는 모든 정책에 대해 야당인 신민당처럼 비판적인 의원이 많다. 장면 총리와 장관이 소속 공무원들을 거느리고 소신껏 행정을 펼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신풍회 총무가 바로 이철승(39세) 의원이다. 내가 알기로는 매우 강직하고 올바른 젊은 정치인이다. 주로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있어서 나도 제법 가까이 아는 사람이다. 그런 그도 신민당 소장파 김영삼(32세) 의원처럼 장면 총리를 몰아 부치고 있는 셈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정치인들만 신나는 나라다. 대부분 부모 잘 만나 순조롭게, 또 좋은 학교를 나와서, 국회의원이 된 경우가 많다. 한번 국회의원이 되면 지역구민을 이리저리 구워 삶아서 재선, 3선으로 이어간다. 겉으로 보면 말도 잘하고, 잘 생기고, 멋있다. 평생 보리고개를 모르고, 굶주리는 농민과 실업자의 한탄을 제대로 알 리가 없다. 스스로 막노동을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노심초사해 본 적이 없다. 농민과 노동자의 육체적 고통을 짊어져 본 적이 없다. 물론 말로는 청산유수(靑山流水), 보리고개 빈민들로 하여금 금방이라도 ‘배가 불러올 것’ 같게 만들지만. 

정치인들은 참의원, 민의원으로, 국회의 온갖 감투, 장관과 차관으로, 또 눈치 빠른 ‘이권 개입’을 통해 부귀를 누리고 있다. 그런 그들은 결코 행정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앞의 청년당 젊은이들처럼 전국의 대학생들도 국회와 국회의원을, 장면 정부를 믿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헌법은 이승만 대통령과 자유당 정부 시절에 대한 반발로 만들어졌다. 민주당 신파의 장면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윤보선의 구파가 기존 자유당 출신들과 연합하여 내각제를 선택하였다. ‘혼자만 해먹는’ 대통령이 꼴 보기 싫어서, 국무총리를 세워 놓고는 임기를 정하지 않고 아무 때나 교체할 수 있게 만들었다. 국회의원 하는 판에 ‘정책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또, ‘수많은 관료들을 머슴부리듯 다룰 수 있는’ 장관도 되고 싶어졌다. 그런 국회의원들이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내각제의 성공 비결은 안정적인 국회다. 국회가 흔들리고, 사분오열되어 있으면 덩달아 정부도 춤을 춘다. 내각제를 선호하는 정치인은 영국이나 일본의 의회와 수상을 생각한다. 영국이나 일본도 내각제를 선택한 직후에는 당내 파벌이 극심해서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국왕이 있어서 의회의 극단적 분열을 막고, ‘국가’를 생각하는 의원들이 어느 정도는 수상의 행정권을 인정해준다. 근본적으로 행정 수반인 수상이 제대로 정책을 수행하도록 독려하고 지원한다.

그런데 지난 몇 개월 민주당 국회와 장면 정부를 보면 걱정이 많다. 장면 정부는 뭐 하나 제대로 일을 해보질 못하고 있다. 사사건건 반발하고 문제 제기하는 국회를 감당하기가 너무 힘이 든다. 국회와 연결된 장관, 차관도 역시 정치적으로 행동한다.  

내가 추구하는 군사 혁명의 제일 목표가 사실 국회 정화(淨化)다. 그런 다음에 행정 전문화다. 정치인의 ‘입’을 다스리는 일이 대한민국 발전의 제일보(第一步)다. 군대를 동원하면 정치인에게 재갈을 물리는 일이 어렵지 않지만, ‘대한민국은 엄연히 민주주의’ 사회다. 김일성과 같을 수는 없다. 그래서 생각이 많다.   

장면 총리는 고민이 많다. 관료들을 동원하여 추진하는 농촌 발전, 국토개발사업, 빈곤 퇴치, 실업자 구제 어느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원조 물자를 제공하는 미국도 지쳤는지 이제는 번듯한 경제개발계획을 가져와야만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국회 여당이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 줘도 일을 하기가 버거운데 야당 신민당과 한 패가 되어 비판에 나서고, 물고 늘어진다. 예산 통과를 시켜주지 않고, 장관과 차관을 바꿔라 난리다. 

최근에는 윤보선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정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 구파와 신민당은 대통령에게 군통수권이 있다는 헌법 조항을 들어서 군통수권 중 군령권(軍令權)은 대통령, 군정권(軍政權)은 총리가 갖게 하자고 난리다. 내각제 정부에서는 행정책임자인 국무총리가 군령과 군정을 통할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헌법이 법률전문가가 아닌 정치인들에 의해서 조령모개(朝令暮改)로 만들어지는 바람에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다.

“헌법 제61조: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 제64조: 대통령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한다.” 

그리고는 행정수반인 국무총리가 주도하는 국무회의 권한으로 다음과 같이 규정해 놓고 있다. 

“헌법 제72조: 좌(左)의 사항은 국무회의의 의결을 경(經)하여야 한다… 6. 계엄안, 해엄안(解嚴案) 7. 군사에 관한 중요한 사항”

장면 정부가 우리의 군사혁명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지만 이런 헌법 규정의 애매함으로 인하여 윤보선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그러고보니 5.16 거사의 중심에 장면 뿐만 아니라 윤보선도 제1의 경계 대상이 되어야 만 하겠다. 작전팀에게 다시 한번 더 윤보선 대통령까지 체포, 구금에 철저를 기하도록 지시를 해야 겠다.    

윤보선 구파의 주장 속에는 국무총리를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언제라도 해임할 수 있다는 논리도 있다.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어수선한 통합이 낳은 결과다.  

“헌법 제69조: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지명하여 민의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단, 대통령이 민의원에서 동의를 얻지 못한 날로부터 5일 이내에 다시 지명하지 아니하거나 2차에 걸쳐 민의원이 대통령의 지명에 동의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국무총리는 민의원에서 이를 선거한다.”

장면 정부는 최근에 일제 시대와 6.25 당시 공산군에 부역한 전력이 있다고 여겨지는 공무원과 경찰 4500여명을 해임시켰다. 이와 동시에 민주당 원내 총무 대리인 이병하(현 법무장관)가 소속 의원들에게 비밀리에 1〜2명씩 인재 추천을 지시한 것이 발각되었다. 이틀 전에는 국무회의에서 군수급 간부 공무원들을 신인으로 교체시키겠다는 논의를 했다. 본격적으로 민주당 인사를 관료나 경찰로 임명하기 위한 ‘꼼수’로 보여졌다. 


『추천자 구비 서류 제출의 건(件)』 

수제(首題)의 건(件), 좌기(左記)에 의(依)하여 귀하 추천자(貴下推薦者)의 구비 서류를 제출하여 주시기 무망(務望)하나이다. 단기 4294년 5월 3일. 민주당 원내 총무대리 이병하. 민주당 의원 제위 귀하. 기(記) 一. 구비서류(具備書類): 이력서 2통, 사진 2매, 학력 증명서 1통, 호적 초본 1통, 신원 증명서 1통, 병력 증명서 1통. 二. 서류 마감: 5월 10일. 三. 전형 일자: 5월 15일(월). 四. 추천 인원: 본 당 소속 의원 1인당 2인씩. 주(註): 구비 서류를 완결하여 4294년 5월 10일까지 본 당 의원 총회로 보내 주실 것. 본 공문서는 숙독 연후 소각 처리하실 것.



야당과 혁신계의 반발이 극심하게 나타났다. 행정 관료에 대한 정실 인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장면 정부. 

‘그 놈의 시위 데모는 어찌 이리도 심한가!”

장면 총리의 한탄이 심정적으로 다가온다. 교육자 출신의 장 총리는 이런 난장판의 정치 상황, 진퇴유곡의 행정 현실에 몹시도 괴로울 것이다. 이번 7월 방미를 통해 미국 원조 확대를 거의 ‘구걸하다시피’ 해야 하는 미래도 걱정이 많다. 새롭게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기구도 따로 만들어야만 한다. 그런데 야당은 물론 여당 조차도 지지를 해주지 않는다.

‘나라가 나라가 아니다’는 한탄이 이제 총리 입에서 조차 나올 판이다. 이게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마냥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D-day 시계는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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