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정이 이 대 희

(사진=국가기록원)
(사진=국가기록원)

 

아침 일찍 부관이 공군사관학교 생도들의 시가 행진에 대해 보고를 해 왔다.

공군사관학교 교장 박 지석 준장이 공사 참모들과 전 장병, 그리고 공군사관학교 생도 363명을 인솔하여 시가 행진을 하기로 했다. 8시에 공군 본부에 집결한 뒤, 9시 10분에 GMC 트럭과 군용버스에 분승하여 용산역으로 출발한다. 이들은 용산역 앞에서 하차하여 대열을 정비한 뒤 육군 군악대를 앞세우고 시가 행진을 시작한다. 전대장(戰隊長) 김 완수 생도가 선두에 서서 대열을 이끌고, 10시 30분에 세종로 네거리에 도착하여 결의문 낭독과 함께 군사 혁명 지지 결의 대회를 갖는다. T-33 Z 항공기도 상공에서 시위 비행을 한다. 행사 후, 생도들의 행진은 종로 – 을지로를 거쳐 장충동까지 간 다음 끝내기로 하였다.

어제 육사 생도들의 혁명 지지 시가 행진이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을 생각하면 오늘(6월 19일) 공사 생도들의 시가 행진도 더 없이 의미 있는 지지 선언이 될 것이다. 진해 해군사관학교 생도들도 내일 중으로 부교장 임 우빈 대령 인솔 하에 부산 거리 행진을 시도하여 부산역에서 혁명 지지를 선언하기로 되어 있다.

혁명 첫 날부터 향군 단체, 중고등학교와 대학생, 각종 단체들의 혁명 지지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부패하고 무능력한 민주당 정부를 몰아내고, 공산당 불순분자의 시위 데모 선동을 분쇄하고, 깡패가 좌우하는 정치판을 정화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온 국민이 제대로 된 국가,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기를 열망하고 있다.

군사 혁명이 9부 능선의 고비를 넘어섰다. 이제 마지막 10%는 혁명의 완성 작업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은 이제부터 전개될 10% 혁명 과업을 위한 것이다. 새로운 국가 건설, 반공 태세 확립, 빈곤 타파와 경제 발전, 국민 복지 증진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나의 혁명은…

첫 작업은 윤 보선, 장면 정부를 정식으로 이어받아 새로운 정부를 창조하는 일이다. 군사혁명위원회를 정식으로 출범시켜, 혁명 의지를 담은 헌법을 새롭게 제정하고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정부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부정에 찌들고 구태의연한 행정에 몸을 담고 있는 행정 공무원도 젊고 유능한 젊은이로 교체해야만 한다.

혁명 초기, 오래 전부터 군사혁명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할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 왔다. 혁명 핵심 세력을 포함하여, 전 군을 대표하고, 필요할 경우에 민간인도 포함시켜 30여명 수준으로 결성하고자 한다. 그리고 소위원회를 두고 업무 분담을 하여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사실은 혁명을 준비하면서, 혁명 기간 내내 고민해 오고 있는 또 다른 핵심 화두(話頭)가 있다.

내가 추구하려는 혁명의 대안은? 기존 정권의 부정인가? 새로운 국가 건설인가?

군사 혁명은 기존 통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거사다. 장 면 정부를 부정하고 모든 헌법 체제를 넘어서려는 행위가 우리의 군사 혁명이다. 우리는 장 면이나 윤 보선은 물론 민의원, 참의원, 사법 체제를 모두 부정한다.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

내가 추구하는 군사 혁명은 고려를 멸하고 조선을 건국한 이 성계를 모토로 한 것이다. ‘고려’로 상징되는 구 통치 집단을 모두 제거하고, 정의롭고 건실한 젊은이들로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 보고 싶다. 나폴레옹이 젊은이들을 내세워 세계 일등 국가로 발돋움했듯이, 일제가 젊은 엘리트 관료들을 내세워 세계 최강 국가로 우뚝 솟아난 것처럼,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고 싶다.

혁명은 통치 체제를 근본적으로 쇄신하는 것이며, 동시에 구 체제 인물 모두를 제거하고, 기존 정치 경제 질서를 새롭게 재편하는 것이다. 양반 상놈의 신분 질서를 타파하고, 지주와 소작인, 농노 관계를 뒤집어 엎고 토지와 재산의 새로운 분배를 시도한다. 이미 기득권층이 되어 있는 민주당 정치꾼들, 부정부패와 함께 부귀를 누리는 재력가들, 능력은 없으면서도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관료들. 모두가 우리의 척결 대상이다. 절대 다수의 가난한 농민, 품팔이 노동자, 거지 같은 실업자를 위해, 나는 그들의 희망이 되고자 한다.

그렇다면, 1948년에 새롭게 출범한 ‘대한민국’을 없애고, 이 승만 대통령을 부정하려는 것인가?

아니다. 그건 절대 아니다. 어렵게 출범한 대한민국이, 김 일성 공산당 침략으로부터 수백만 명이 목숨을 걸고 지켜 낸 지금의 조국이, 너무 안스럽지 않은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지 불과 10여 년이다.

혁명 동지들을 규합하면서, 혁명군을 동원하면서 어느 정도 의견 일치를 본 것이 있다. 우리 대한민국은 더 없이 소중하다는 사실, 역사는 결코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 현재가 아무리 불만족스럽더라도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발전시켜 가야만 국가와 민족이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재건(再建, reconstruction)이다.

“각하, 군사혁명위원회를 3시에 소집해 놓았습니다.”

김 재춘 대령이다. 회의 직전에 안건을 최종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 대령, 핵심 멤버들 긴급 회의를 가집시다. 소회의실로 9시까지 모여주세요.”

김 동하, 김 윤근, 김 재춘, 김 종필, 이 석제, 오 치성 등 10명 내외의 주요 인물이 소회의실에 모여 앉았다.

“자, 3시 회의에 앞서 최종 안건 정리를 하고자 여러 분들을 불렀습니다. 한 가지씩 확인하고 넘어 갑시다. 먼저 군사혁명위원회 명칭을 국가재건최고회의로 고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세요.”

“재건이라는 말이 전쟁 복구 냄새가 나긴 합니다. 각하께서 확실한 의지를 가지셔야만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 겁니다.” 오 치성 대령이다.

“재건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새길 수 있어요. 우선은 1948년 건국, 헌법을 다시 바로 세운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건국하면서 세계 최고의 헌법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1공화국과 2공화국을 거치면서 정치가 엉망이 되고 행정도 무엇 하나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어요. 그러다보니 헌법 정신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고. 이것을 바로잡는 의미가 있지요. 두번째는 이 승만 대통령의 국가 건설 노력을 다시 이어가는 의미가 있어요. 지난 해에 학생 의거로 하야 하시기는 했지만 이 대통령은 어쨌든 대한민국 건설에 최고로 공이 큰 분입니다. 6.25 공산당 남침을 이겨낸 것도 오로지 그 분의 영도 때문이지요. 전쟁 후 국가 재건, 부흥 노력도 눈물겹기만 했지요. 셋째는 민주당 정권 시기에 도래한 공산당 불순분자의 침투, 그로 인한 국력 쇠퇴, 정치와 행정의 무기력화를 다시금 재건한다는 의미도 있답니다.”

말이 길어진다. 이미 몇 사람에게는 내 속내를 털어 놓고 갑론을박(甲論乙駁)을 해 본적이 있다.

“더 큰 시야로 보면 멸망한 조선을 이어서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를 다시 재건하여 이어간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제 36년 통치를 넘어서서 한민족 전통 국가를 재건하려는 것입니다.”

김 종필 중령이다. 이런저런 말들이 있었지만 모두 수긍하고 넘어가는 분위기다.

“그러면 군사혁명위원회를 국가재건최고회의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하겠습니다. 사실 ‘군사’라는 용어를 ‘국가’로 대체하면 우리가 하는 일이 군인들이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극복할 수 있고, 외부 민간 명망가나 전문가를 함께 할 수 있어요. 또 향후 자연스럽게 민간으로의 정권 이양을 꾀할 수도 있구요.”

“맞습니다.” 모두들 찬동 의견을 표한다.

“위원 구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신가요? 김 장군이 많이 수고해 주셨죠?”

“예. 육해공군과 해병대, 장군급과 영관급, 육사 기수별 배분, 혁명군과 작전팀, 행정팀을 골고루 신경을 썼습니다. 서로 양보하려는 분위기가 있어서 인원 구성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김 윤근 장군이다. 이어서 이 석제 중령이 한 마디 한다.

“저희 육사 8기는 투표를 통해 선발하였습니다.”

“최고위원 뿐만 아니라 바로 구성할 내각 명단에도 많은 인물이 필요합니다. 또 정부 산하기관, 지방 시도지사에도 사람이 필요합니다. 거의 모든 혁명 동지들이 한 자리씩 책임을 맡아 주셔야만 합니다.”

오후 3시에 소집된 회의에서 국가재건최고회의가 결성되고 위원이 발표되었다. 의장 장 도영, 부의장 박 정희 외 30명의 위원이 임명되었다.

■ 국가재건최고회의 위원:
육군 중장 장 도영. 육군 소장 박 정희. 육군 중장 김 종오. 육군 중장 박 임항.
공군 중장 김 신 해군 중장 이 성호. 해병 중장 김 성은. 육군 소장 정 래혁.
육군 소장 이 주일. 육군 소장 한   신. 육군 소장 유 양수. 육군 준장 한 웅진.
육군 준장 최 주종. 육군 준장 김 용순. 육군 준장 채 명신. 육군 준장 김 진위.
해병 준장 김 윤근. 육군 준장 장 경순. 육군 준장 송 찬호. 육군 대령 문 재준.
육군 대령 박 치옥. 육군 대령 박 기석 육군 대령 손 창규. 육군 대령 유 원식.
해병 대령 정 세웅. 육군 대령 오 치성. 육군 중령 길 재호.  육군 중령 옥 창호
육군 중령 박 원빈. 육군 중령 이 석제.    
(고문) 예비역 중장 김 홍일. 해군 소장 김 동하.    

 

회의 중에 ‘재건’ ‘최고회의’ 등 명칭에 대해서 몇몇이 문제 제기를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의미를 전달하고 설명함으로써 큰 문제없이 그대로 추인 되었다. 또 위원 명단에 대해서도 몇몇 인사에 대해서는 호불호(好不好)가 있었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

다음 날(5월 20일) 제2차 회의를 통해 분과 위원회 구성을 위한 간사 1명씩을 정하였고, 이어서 내각 명단을 결정해 발표하였다.

■ 분과 위원:
       
행정 오 치성. 내무 박 원빈. 재무 문 재준. 법무 이 석제. 외무국방 유 양수.
문교 손 창규. 건설 김 진위. 농림 정 세웅. 상공 유 원식. 보건사회 길 재호.
교통 김 윤근. 체신 옥 창호. 공보 송 찬호. 공안 한 웅진.  
■ 내각(內閣)    
내각수반 장 도영(육군 중장). 외무 김 홍일(예비역 중장). 내무 한  신(육군 소장).
건설 박 기석(육군 대령). 보사 장 덕승(공군 준장) 교통 김 광옥(해군 대령)
재무 백 선진(육군 소장). 법무 고 원증(육군 준장). 국방 수반 겸임. 
문교 문 희석(해병 대령). 농림 장 경순(육군 준장). 상공 정 래혁(육군 소장).
체신 배 덕진(육군 준장) 사무처장 김 병삼(육군 준장).  공보부장 심 흥선(육군 소장).

이어서 최고위원 중 내각 장관으로 부임한 사람을 다른 인물로 대체하였다. 최고위원 중 한 신, 정 래혁, 장 경순, 박 기석, 고문 김 홍일, 김 동하를 면직하고 대신 김 재춘(육군 대령), 홍 종철(육군 대령), 김 형욱(육군 중령), 김 제민(육군 중령), 오 정근(해군 중령), 김 동하(예비역 해병 소장)를 임명하였다.

국가재건최고회의 상임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하여 5월 22일에는 위원장을 다음과 같이 임명하였다.

법제사법위원장 이 석제. 내무위원장 오 치성. 외무국방위원장 유 양수. 재정경제위원장 이 주일. 문교사회위원장 송 찬호. 교통체신위원장 김 윤근. 운영기획위원장 김 동하.

상임위원장으로 내가 취임하여 실질적으로 국가재건최고회의를 이끌게 되었다. 핵심 8인 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가장 적극적으로 군사 혁명을 나와 함께 주도했던 김 종필 중령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중앙정보부 창설 준비에 매진하도록 지시했다.

분과 위원과 함께 내각 요원들을 상황실로 불러 모았다. 장 도영 위원장 겸 내각 수반의 인사말에 뒤 이어 내가 마이크를 넘겨 받았다.

“이제 진정으로 혁명 과업 수행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이 가장 책임 있는 선봉(先鋒)입니다. 여러분들의 노력에 의해 우리의 군사 혁명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당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담당 부서를 완벽하게 장악 하십시요. 부처 업무를 빠른 시일 내에 파악해 주시고, 세부 국과별 업무와 재정 상태, 인적 구성, 구체적인 세부 정책 진행 사항을 확실하게 이해해야만 합니다. 여러분들이 스스로 지혜로운 장관이 되어야 만합니다. 그리고 부처 직원들과 온전하게 한 몸이 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해 주세요.

둘째, 항상 겸손하고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정부 각 부처는 군대가 아닙니다. 군대처럼 일방적으로 명령만 해서는 안 됩니다. 공무원들은 대부분 오랜 기간 동안 해당 업무에 종사하여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경력 전문가입니다. 간혹 무능력하고 부패한 공무원이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현직 공무원들을 존중하고 배려하십시요.

셋째, 절대로 부패하지 마세요. 권한을 쥐었다고 청탁을 들어주거나 이권에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혁명 정부는 부정 부패에 물들지 않은 청렴 결백함이 최고의 덕목입니다. 지난 정부의 문제는 모두 부정부패로 인해 발생했습니다.

넷째, 혁명 정부가 결정한, 올바른 정책과 지시에는 무조건 따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정부를 보면 말만 많았지 행정을 통한 실천이 적었습니다. 군사 정부는 젊은 엘리트 군인들이 이끌어 가는 정부입니다. 명령과 지휘 체계가 일사불란해야만 합니다.

다섯째, 정치와 언론은 걱정하지 마십시요. 저를 비롯한 최고회의에서 모든 것을 책임지고 방패 막이 역할을 해 드리겠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최대 약점이 바로 ‘말만 무성한, 무능력한 정치와 언론’입니다. 여러분들은 혹시라도 정치에 발을 들여 놓거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우물쭈물 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모두가 심각하게 나의 말을 경청한다.

이들이 나의 ‘위대한 대한민국 건설’의 첨병(尖兵)이요, 나의 분신(分身)이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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